‘재벌집’ 김도현, “강렬함 아닌 무매력이 내 매력”[인터뷰]

2023. 1. 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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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인기비결은 대리만족·공감
최창제는 ‘입체적 캐릭터’…연구 많이해
집단 창작의 중요성…시청자 의견도 들어야
“시청자 뇌리에 박히는 연기 하고파”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도현(45)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고 드라마도 ‘장영실’ ‘스토브리그’ ‘아스달연대기’ ‘검은태양’ 등에 출연한 23차 배우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제대로 주목받았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순양그룹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나 인생 2회차를 사는 회귀물이다. 여기서 김도현은 순양그룹의 사위이자 검사 출신 서울시장 ‘최창제’ 역으로 출연하여 능청스러운 연기와 예상을 뒤엎는 반전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많은 배우들이 이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김도현의 연기는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존재감이 대단했다.

김도현은 “주변 친구들이 축하해주고 반겨줬다”면서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리만족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실제 있었던 역사와 사회적 이슈가 중요하게 활용됐다. 그걸 아는 세대는 향수를 느끼고, 모르는 세대는 새로운 걸 알게된다. 그런 부분을 체감할 수 있는 데다 적절한 유머코드까지 포함돼 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의 사위 역할을 한 배우 김도현.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도현이 연기한 최창제는 아내인 진화영(김신록)을 하늘처럼 모시고 산다. 실제 두 사람의 연기에는 애드립이 대거 등장했다. 부부간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진화영이 “오늘 다리 좀 올릴께”라고 하면 김도현은 주물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애드립은 계획하고 나오면 썰렁해진다. 의도하면 티가 난다”고 했다. 투수가 좋아야 포수가 잘 받을 수 있을듯이 김신록(41)이 잘 던져준 덕분이라고 했다.

“작품이 워낙 숨막힐 정도로 무겁다. 숨쉴 구멍이 필요했다. 정대윤 PD께서 화영과 창제가 나오면 시청자가 숨쉴 구멍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일종의 릴랙스 타임이라고 보면 된다. ‘그 정도 안싸우는 부부가 어디있어?’ 같은 대사가 그런 기능을 한다.”

김도현은 김신록과 호흡이 좋다보니 이들 관계의 전사(前史)도 함께 연구했다고 했다. “내가 고3때 창제가 화영의 과외선생으로 들어왔을 거야라고 했다. 신록 씨는 그때부터 사랑한 거다고 했다.”

김도현이 해석한 최창제 캐릭터를 좀 더 들어봤다.

“캐릭터로서 최창제는 화영이와 연애결혼을 했을 거다. 창제가 정치적 소신과 야망을 바로 펼치기는 어렵다. 야망을 이뤄내려면 방법이 필요했다. 리액션 잘하고 거스르지 않고, 순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거다. 최창제는 진씨 가문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본다. 우공이산의 전형적 인물이다. 누구와도 적을 만들지 않고 갈 길을 가며 목표를 쟁취한다. 의지는 강한데, 의지를 이루는 수단으로 순응한 거다.”

김도현은 창제가 서울시장이 되고난 후부터는 목에 힘이 들어가고 거만해진다고 했다. “원래 쭈구리였는데, 점점 변한다. 태도의 변화는 13부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장례직후로 정했다. 무릎 높이가 올라가고 시선도 올라간다. 진씨 일가에게 충고까지 한다.”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도현은 진양철 회장(이성민)과 독대하며 혼나는 과정을 거치며 ‘고모부’보다는 ‘최창제’로 자신을 바라봐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성민 배우에 대한 찬사를 내놨다.

“진양철 회장에게 섬망 증세가 온다. 그러다 모드가 바뀐다. ‘도준은 내 손주다’라며 우신다. 무서웠다. 저런 태산이 저 대사 하나로 무너지나? 성민 선배는 실제로 우셨다.”

이어 김도현은 “조한철(진동기) 형님은 재밌다. 작품을 많이 해 배우들과 두루 친하다. 한철 형님은 놀림을 당하면서도 전체 분위기를 잡아주신다. 송중기(진도준)는 후방에서 지원해주는 스타일이다. 이성민 형님은 후배에게 ‘골프해?’ 하고 한마디씩 던진다.”

김도현은 드라마의 집단 창작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나는 계속 (배우를) 하는 거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배우 한 명이 할 수 있는 건 적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관객,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민한다. 거짓말 않고 몸으로 연기하면서 그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재벌집 막내 아들’은 잘 될거라는 믿음 정도 가지고 출발했다고 했다. “이 정도로 잘 될거라는 생각은 안했고, 웰메이드 작품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았다.”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는 대중성과 화제성 모두를 다 잡았지만 마지막회 결말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도현은 “시청자 평가는 옳든 그르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나아갈 수 있다. 배우로서 이 방대한 분량을 16부작에 어떻게 녹여내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리스펙트다”고 말했다.

김도현은 강렬한 인상이 아닌 자신의 얼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듯하다. 자신의 매력을 ‘무매력’이라고 했다.

“마스크가 강력하지도 않다. 나를 어떻게 시청자 뇌리에 박히게 할 수 있는 가에 고민이 많다. 창제를 연기할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힘을 실어줬다.”

강렬하거나 뚜렷한 특징 없는 얼굴은 어떤 캐릭터도 그려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도현은 그런 유연성을 지닌 배우로 보인다.

김도현은 ‘실험극장’ 창단멤버로 한국 현대연극의 선구자이자 소극장 연극의 개척자인 고(故) 김동훈(1939~1996)이 아버지이고, 오드리 헵번, 메릴 스트립, 아네트 베닝, 잉그리드 버그먼,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의 더빙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 장유진(78)이 어머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인 김도현은 “어렸을 때 장난감이 무대소품이었다”면서 “나는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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