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메디나 성지도 개방한 사우디 정부[전승훈의 아트로드]
전승훈기자 2023. 1. 7. 14:00
‘제2의 중동붐’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다
이슬람의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 알라의 신전인 ‘카바’가 있는 메카는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이고, 메디나는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전세계 이슬람신자들이 평생 꼭 한번 성지순례를 하고 싶어하는 곳. 그래서 메카와 메디나는 비(非) 무슬림 외국인에게는 금단의 성역이었다. 그런데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선포한 ‘비전2030’을 통해 관광대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메디나를 전격 개방했다. 사우디관광청의 초청으로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메디나의 ‘예언자의 모스크(Prophet‘s Mosque)’에 다녀왔다.
병자도, 가난한 이도 “평생의 꿈 이뤘다”
지난달 중순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기차역에는 흰색 수건같은 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흐람(Ihram)’이라고 불리는 순례자의 복장이다. 순례기간 중에는 국적이나 지위고하, 경제적 능력을 막론하고 똑같이 재봉선 없이 통천으로 된 두 쪽의 흰 옷을 입는다. 수영장에서 쓰는 큰 타월 하나로 상체를 가리고, 다른 하나로 하체를 가린 것처럼 보이는 복장이다. 메카, 메디나 성지로 향하는 사람은 비행기, 기차를 타기 전부터 화려한 옷을 벗고 모두 검소한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메카에서 천사의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설법하던 마호메트는 서기 622년 지배층의 탄압을 피해 메카에서 북쪽으로 340km 떨어진 상업도시 메디나로 피신했다. ‘헤지라(성스러운 도망)’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이슬람력 원년으로 삼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메디나는 ‘선지자의 도시’가 되었고, 마호메트와 후계자인 아부바크르, 우마
르가 묻혀 있어 메카 참배 후 찾아오는 순례객들로 붐빈다. 마호메트의 무덤은 ‘예언자의 모스크’의 그린 돔(Green Dome) 아래 내부에 있다.
수많은 첨탑이 서 있는 대리석 광장과 사원 안에는 전세계에서 온 이슬람신자들이 빼곡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서 바닥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기도 하고, 백발이 된 노인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읽고 있었다. 인종과 피부색이 달라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간절한 바램으로 성지를 찾아 와 기도하는 모습은 종교를 떠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전세계 이슬람 신자들은 평생에 한번은 메카 성지를 순례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들은 이슬람력 12월7~12일에 행해지는 ‘하지’(대순례) 또는 연중 수시로 하는 ‘움라’를 행하기 위해 메카와 메디나로 찾아온다.
사우디정부는 중동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전세계 이슬람신자들에게 ‘하지 성지 순례 비자’를 발급하는데, 신청한지 평균 37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그린돔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할머니는 “이곳에 와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리석 바닥에 두꺼운 카펫이 깔린 모스크 안에서는 메카에서 가져온 물통에 든 ‘잠잠(Zamzam) 성수’를 마실 수 있었다. 아브라함이 여종 하갈과 그 아들 이스마엘을 사막에 두고 떠난 후 하갈이 천사의 계시로 발견했다는 잠잠 우물에서 나온 성수다. 메카 성지순례에서 아브라함이 건립했다는 ‘카바 신전’과 ‘잠잠 우물’이 가장 중요한 순례지인데, 메디나의 모스크에서도 잠잠 우물에서 가져온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예언자의 모스크’에 입장하기 전에 기자는 이슬람식 흰 모자와 두건을 샀다. 모스크 경내에서는 DSLR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경비원이 제지했다. 그러나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것은 제지하지 않았고, 이슬람식 복장을 갖추니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관광객에게는 의무는 아니지만,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간단한 현지식 복장을 갖추는 것만으로 큰 호의를 얻을 수 있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메디나에는 마호메트가 메디나에 처음 왔을 때 지은 메디나에서 가장 오래된 ‘쿠바 모스크’도 남아 있다.
‘선지자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오아시스 지대인 만큼 펑펑 흘러나오는 지하수가 수로를 통해 흘러가는 사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농장에는 대추야자숲이 정글을 이루고 있는데, 알이 굵고 맛이 달짝지근한 대추야자를 맛보고 선물로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 연인원 250만 명 규모인 하지 순례객을 2030년까지 500만 명까지 늘리기 위해 교통편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18년에 개통된 하라메인 고속철도는 메카~제다~메디나를 이어주는 453km 구간을 시속 300km의 속도로 운행한다.
메디나에 세워진 초현대식 철도역은 기하학적 아라베스크 문양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이슬람의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 알라의 신전인 ‘카바’가 있는 메카는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이고, 메디나는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전세계 이슬람신자들이 평생 꼭 한번 성지순례를 하고 싶어하는 곳. 그래서 메카와 메디나는 비(非) 무슬림 외국인에게는 금단의 성역이었다. 그런데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선포한 ‘비전2030’을 통해 관광대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메디나를 전격 개방했다. 사우디관광청의 초청으로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메디나의 ‘예언자의 모스크(Prophet‘s Mosque)’에 다녀왔다.
병자도, 가난한 이도 “평생의 꿈 이뤘다”
지난달 중순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기차역에는 흰색 수건같은 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흐람(Ihram)’이라고 불리는 순례자의 복장이다. 순례기간 중에는 국적이나 지위고하, 경제적 능력을 막론하고 똑같이 재봉선 없이 통천으로 된 두 쪽의 흰 옷을 입는다. 수영장에서 쓰는 큰 타월 하나로 상체를 가리고, 다른 하나로 하체를 가린 것처럼 보이는 복장이다. 메카, 메디나 성지로 향하는 사람은 비행기, 기차를 타기 전부터 화려한 옷을 벗고 모두 검소한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메카에서 천사의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설법하던 마호메트는 서기 622년 지배층의 탄압을 피해 메카에서 북쪽으로 340km 떨어진 상업도시 메디나로 피신했다. ‘헤지라(성스러운 도망)’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이슬람력 원년으로 삼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메디나는 ‘선지자의 도시’가 되었고, 마호메트와 후계자인 아부바크르, 우마
르가 묻혀 있어 메카 참배 후 찾아오는 순례객들로 붐빈다. 마호메트의 무덤은 ‘예언자의 모스크’의 그린 돔(Green Dome) 아래 내부에 있다.
수많은 첨탑이 서 있는 대리석 광장과 사원 안에는 전세계에서 온 이슬람신자들이 빼곡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서 바닥에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기도 하고, 백발이 된 노인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읽고 있었다. 인종과 피부색이 달라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간절한 바램으로 성지를 찾아 와 기도하는 모습은 종교를 떠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전세계 이슬람 신자들은 평생에 한번은 메카 성지를 순례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들은 이슬람력 12월7~12일에 행해지는 ‘하지’(대순례) 또는 연중 수시로 하는 ‘움라’를 행하기 위해 메카와 메디나로 찾아온다.
사우디정부는 중동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전세계 이슬람신자들에게 ‘하지 성지 순례 비자’를 발급하는데, 신청한지 평균 37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그린돔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할머니는 “이곳에 와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리석 바닥에 두꺼운 카펫이 깔린 모스크 안에서는 메카에서 가져온 물통에 든 ‘잠잠(Zamzam) 성수’를 마실 수 있었다. 아브라함이 여종 하갈과 그 아들 이스마엘을 사막에 두고 떠난 후 하갈이 천사의 계시로 발견했다는 잠잠 우물에서 나온 성수다. 메카 성지순례에서 아브라함이 건립했다는 ‘카바 신전’과 ‘잠잠 우물’이 가장 중요한 순례지인데, 메디나의 모스크에서도 잠잠 우물에서 가져온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예언자의 모스크’에 입장하기 전에 기자는 이슬람식 흰 모자와 두건을 샀다. 모스크 경내에서는 DSLR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경비원이 제지했다. 그러나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것은 제지하지 않았고, 이슬람식 복장을 갖추니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관광객에게는 의무는 아니지만,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간단한 현지식 복장을 갖추는 것만으로 큰 호의를 얻을 수 있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메디나에는 마호메트가 메디나에 처음 왔을 때 지은 메디나에서 가장 오래된 ‘쿠바 모스크’도 남아 있다.
또한 마호메트가 메디나 주민들에게 환영의 선물로 받은 땅에 조성한 대추야자 농장(알리야 알-마디나 팜)도 유명하다.
‘선지자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오아시스 지대인 만큼 펑펑 흘러나오는 지하수가 수로를 통해 흘러가는 사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농장에는 대추야자숲이 정글을 이루고 있는데, 알이 굵고 맛이 달짝지근한 대추야자를 맛보고 선물로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 연인원 250만 명 규모인 하지 순례객을 2030년까지 500만 명까지 늘리기 위해 교통편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18년에 개통된 하라메인 고속철도는 메카~제다~메디나를 이어주는 453km 구간을 시속 300km의 속도로 운행한다.
메디나에 세워진 초현대식 철도역은 기하학적 아라베스크 문양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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