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리두기 풀리자 ‘핫플’ 북적… 커피점 황금상권 1위 ‘명동’ [심층기획 - 코로나 이후 빅데이터로 본 서울 상권]
명동에 소재한 카페 수익 60% 올라
영등포시장 인근 7배·서울숲 6배 증가
이태원 주점, 참사 발생 이전 364% ↑
편의점 부문 김포공항 252% ↑ ‘최다’
삼각지역 상권은 유동인구 78% 늘어
전문가 “개성 있는 상권 영향력 커져”
3년 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성탄절을 맞은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거리는 연말 분위기에 취한 시민과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거리에서 간식을 팔던 한 노점상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명동에서 장사를 하던 많은 지역상인이 떠났었는데 올해는 꽤 회복된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거리 곳곳에는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외국인과 크리스마스 장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장·대학가 위주 급격한 상권 회복… 매출규모는 명동 1위
6일 세계일보는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울의 249개 주요 상권 매출액을 분석했다. 상권을 대표하는 지표로 꼽히는 커피점, 주점, 편의점 매출을 기준으로 2021년 3분기와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을 비교했다. 상권 분석 데이터는 카드사 매출을 기반으로 추정해 집계된다.
◆주점은 이태원, 편의점은 공항 상권 급회복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상권은 주점 매출이 지난해 3분기 106억원으로 뛰며 2021년 동기(22억원) 대비 364%의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신논현역(163억원) △강남역(160억원) △홍대(158억원)에 이은 4위 규모 상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중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상권 매출은 다시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대비 지난해 주점 매출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던 상권은 △당산2동 영등포우체국 인근(1201%) △영등포 한강성심병원(810%) △신논현역 1번 출구(497%) 순으로 영등포 지역의 상권 회복세가 컸다.
지난해 3분기 유동인구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대통령실 인근인 삼각지역이었다. 유동인구 분석은 통신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요일별 평균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의 합으로 계산했다.
삼각지역 상권은 2021년 3분기 35만명에서 지난해 동기 63만명으로 유동인구가 78% 증가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이곳을 찾는 공무원이 늘었고 인근 용리단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주목받으며 젊은 층 등 유동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을지로입구역(39%) △장충동족발거리(36%) △시청역 8번 출구 상권(35%) △강남 마이스 관광특구(34%) 순으로 직장가 중심의 유동인구가 늘었다.
종로구 삼청동의 상권 회복은 주목할 만했다. 삼청동의 3분기 커피점 매출은 2021년 16억원에서 지난해 41억원으로 154% 증가했고 편의점 매출은 4억원에서 6억원으로 65% 늘었다. 인근 청와대 개방으로 주말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삼청동은 지난해 커피점 14곳, 음식점 4곳, 편의점 1곳 등이 새로 생기며 활기를 띠고 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성 있는 상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며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소비를 온라인으로 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에는 단순한 구매보다 다른 목적과 결합된 지출을 위해 나가고 있다”며 “장소가 어떤 소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가 최근 상권 성공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권에서 교통의 영향보다 SNS 등에서 핫플레이스로 조명받는 장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해당 장소가 어떤 소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이른바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상권의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경험소비, 체험소비가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774곳 3분기 매출 분석… 2022년 가장 ‘힙’했던 골목은 서촌·성수동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서울의 골목상권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서울 종로구 서촌과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의 지난해 커피점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하며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삼동 국기원 인근과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망리단길 등 상권은 매출 변화가 크지 않았다.
6일 세계일보가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데이터를 통해 서울 골목상권 774곳의 지난해 3분기 커피점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국기원 △경의선 책거리 △배화여대(서촌) △성산중학교 △성수동 카페거리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삼동 국기원 인근과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망리단길 등 골목상권은 커피점 매출액 규모로는 상위지만 지난해 상승세가 주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기원 인근 골목 커피점 매출은 2021년 27억원에서 지난해 29억원으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경의선 책거리는 20억원에서 24억원으로 20%가 늘었고 망리단길은 4%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연이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골목상권도 상당수였다. 서울 골목상권 774곳 중 320곳(41%)에서 지난해 3분기 커피점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8.5%가 2022년 매출이 2021년보다 감소했다고 답했다. 40%는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최소 내년까지는 전쟁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밀한 정책적 지원이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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