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투피치 투수잖아” 콤플렉스… 소중한 미국 견문록, ‘김광현 3.0’ 업데이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5‧SSG)은 데뷔 직후부터 지금까지 KBO리그 최고 레벨을 이어온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남부럽지 않은 경력도 쌓았고, 투수로는 역대 최고액 계약 기록도 가지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인 성과를 남기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런 김광현에게도 한때 말 못할 ‘콤플렉스’가 있었다. “김광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밖에 없다”라는 주위의 평가 절하 시선이었다. 김광현은 “뭐랄까, 약간 콤플렉스가 있었다. ‘너는 변화구나 컨트롤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너는 직구에 슬라이더, 투피치로만 하는 투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만의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으로도 KBO리그 평정은 가능했다. 그러나 김광현의 공에 익숙해진 타자들은 이제 그 조합을 머릿속에 그리고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김광현도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데뷔 이후 한동안 많이 던지지 않았던 커브를 섞기 시작했다. 팔꿈치 수술 전후로 김광현의 레퍼토리는 조금씩 확장되고 있었다. ‘김광현 2.0’의 시작이었다.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살살 던지니 커브도 되더라. 사실 요즘에는 빠른 공만 던져서는 진짜 구위가 좋지 않은 이상 조금 힘들지 않나 싶다. 커브도 연습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스피드를 조절한다는 느낌으로 던지다보니 됐다. 그렇게 체인지업도 됐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김광현을 더 이상 ‘투피치’ 투수로 보지 않았고, 이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을 하는 하나의 동력이 됐다.
미국에서의 견문록도 소중했다. 한국에 그냥 남았다면, 여전히 ‘투피치’로 성공할 수 있었기에 다른 구종에 그렇게 신경을 더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김광현은 “스피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진짜 반대 손으로 던져도 나보다 빠른 선수들이 허다했다”고 웃으면서 “스피드만큼은 내가 어떻게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컨트롤과 변화구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에 집중하다보니 더 좋아졌다”고 2년을 돌아봤다.
실제 김광현의 변화구 완성도는 미국을 거치며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파워피처였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변화구와 제구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였다. 2년간 김광현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3.2개로 그의 KBO리그 경력 초창기보다도 훨씬 좋았다. 김광현으로서는 새로운 길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건 의도하지 않게 ‘김광현 2.0’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가다보니 또 ‘김광현 3.0’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예전에는 던지고 전광판에 찍힌 구속부터 확인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구속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 김광현은 “스피드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 한국시리즈에서 원래라면 피해가야 할 타이밍에 너무 컨디션이 좋아 붙다 보니까 안타가 나왔다. 이런 부분들을 잘 조절했어야 했는데 시리즈 때는 부족했다”고 반성하면서 “그래서 내년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변화구와 제구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고, 그 새로운 무기에 대한 요령이 붙는 시기다. 김광현도 “투피치 콤플렉스를 이겨냈다는 건 올해 정말 큰 수확이다. ‘김광현이라는 투수가 이렇게도 던지는구나’라는 것을 다른 팀과 팬들에게도 보여줬다”고 담담하게 돌아보면서 “내년에는 힘이 있다면 힘으로 붙고, 힘이 좀 떨어졌다 싶으면 변화구로 승부할 것이다.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구상을 드러냈다.
팔 상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고, 올해는 캠프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다. 김광현도 구속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간 김광현을 상징하는 단어가 ‘힘’이었다면, 그것을 유지하며 ‘기교’까지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투구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완성되면 김광현은 또 다른 투수가 될 수 있다. 올해 평균자책점(2.13)에서 보듯, ‘완성형 김광현’의 시작은 지금부터일 수 있다. 나이가 크게 걱정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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