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인생 63년..'영웅' 나문희 "여전히 연기가 좋아요"[★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2023. 1.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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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김나연 기자]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배우 나문희가 4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분)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사진제공=CJENM 2023.01.0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연기 인생 63년, 배우 나문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로움을 좇는 유연함, 길고 굵은 배우의 원동력이다.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너무 좋다"며 활짝 웃은 그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4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배우 나문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이날 나문희는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았던 영화 '하모니'를 같이 했는데 나에 대한 대접을 잘해주더라. 같이 작업하면서 '날 믿는 데가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윤 감독님을 믿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며 "제의가 들어오기 전에는 조마리아 여사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화라는데도 믿기지 않았다. 자식이면 10살이든, 50살이든 그게 우선이다. 엄마라면 자식에 대한 마음이 그 어느 것보다 큰데 조마리아 여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하지 않냐. 나라를 위해 자식을 바친다는 게 말은 쉽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사실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연기로 잘 표현해보자고 생각했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그 엄마에 그 아들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라면 그런 아들은 싫다. 실감이 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조마리아 여사 같은 사람은 없다. 정말 특별하신 분이다. 안중근 의사만큼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나문희는 '영웅'에서 절절한 감정선을 담은 노래로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기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나이도 있고, 신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 노래도 라이브로 해야 하니까 어려웠는데 영화가 나오니까 보람이 있다. 울부짖으면서 노래하는 게 감정적으로 더 크게 와닿았다. 음은 생각하지 않고, 가사와 감정 위주로 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어 "나는 절대 여러 번 찍자고 안 한다. 맨 처음 찍은 걸 좋아하는데 윤제균 감독님이 욕심을 내시더라"라며 "재촬영이 너무 힘들었다. 심지어 나중에 잘렸다고 해서 너무 실망했다. 그거 찍고 윤제균 감독님이 너무 싫었다. 그게 마지막 신이어서 '다시는 안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 어떤 작품이든 같이 하자고 하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배우 나문희가 4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분)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사진제공=CJENM 2023.01.0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나문희는 63년간 연기 인생을 이어왔다. 나문희는 오랜 기간 연기를 하는 원동력에 대해 묻자 "연기 자체가 즐겁지는 않지만, 좋아한다. 중요한 신이 있으면 잠도 못 자고 걱정하는데 현장을 가면 아직도 철없이 신이 난다. 그런 부분이 연기를 계속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소에 제대로 살아야 하고, 관찰을 잘해야 한다"며 "평소에 사는 게 연기에 그대로 묻어난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버스도 타고, 시장도 가면서 사는 게 배우로서도 도움이 된다. 사실적인 연기가 중요한 것 같다. 하다못해 된장찌개를 끓여도 진짜 끓일 수 있는 사람과 흉내 내는 사람은 다르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예능에 출연하고, 틱톡을 하는 이유도 이와 연결된다. 나문희는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내가 매일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좋다. 젊은 사람들의 감각도 많이 익히게 되고, '이걸 잘 시작했구나' 생각한다. 물론 하다가 안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재밌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 들수록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다. 나를 포함해 모든 할머니들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많은데, 겁 없이 하기도 한다. 뻔하지 않고, 새롭기만 하면 된다. 어느 나이까지는 연기가 힘들어도 그냥 참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는 하기 싫다. 어떤 작품이든 매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현실적으로 공감이 가야 하고, 그 작품만이 가진 뭔가가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다 모아놓은 것 같은 작품은 싫다. 독창성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63년의 배우 인생, 그가 가장 애정하는 역할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호박고구마'가 제일 좋다. 사는 게 힘드니까 웃을 수 있는 작품이 좋지 않냐"고 말한 나문희다. 특히 76세에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를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차지하기도 한 그는 "사실 '아이 캔 스피크' 전에는 열등감이 컸다. 자꾸 누구와 경쟁하려고 했는데 상을 많이 타고 나니까 오히려 여한이 없어졌다. 좀 더 여유로워졌고, 누구와 경쟁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배우로서) 이만하면 다 이룬 것 같다.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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