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기, 북한 무인기 아닌 '남 탓'만 하는 윤석열 정부에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한 무인기의 군사분계선(MDL) 남하 및 비행금지구역 비행을 뒤늦게 확인한 정부가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건 초기부터 이 가능성을 제기한 야당 의원에게 판단 근거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번에도 '남 탓'을 꺼내든 윤석열 정부가 안팎의 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지 의문이다.
5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남산과 은평구·종로·동대문구·광진구 등에 북한의 무인기가 통과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 지난달 28일 시점을 기준으로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자료의 출처에 대해 당국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김 의원은 <YTN>과 인터뷰에서 "그 출처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라며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합동참보본부가 보고한 사항을 토대로 추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군 당국의 미흡한 분석 및 대처에 대해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겠다는 말 대신 야당 의원의 자료 출처를 공격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윤석열 대통령실의 이같은 대응은 윤 대통령의 신년 인터뷰로 촉발된 한미 간 핵 공동 연습과 관련한 사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계획과 정보 공유, 연습과 훈련은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 연습은 핵 보유국끼리 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로이터> 기자가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냐는 질문에 'No'(아니다)라고 대답했고, 이후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3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공동 핵 연습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 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의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언급한 '공동 연습'을 빼고 '공동 실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지는 않으면서 해명을 하려다 보니 이러한 문장이 완성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방어적인 태도는 예전 대통령들에 비해 정부 출범 초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안그래도 낮은 지지율 속 최근 노동자와 장애인을 공격하며 소폭이나마 반등에 성공했는데, 여기서 대통령 또는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면 또 다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 '정권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듯 하다.
그런데 아무리 대통령이 정부의 정책 및 실행에 무한 책임을 지는 직위에 있다고 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하거나 실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고 다음에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점검하면서 고칠 부분은 고치는 실행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공직자의 의무이자 윤리, 바람직한 태도일뿐만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도 더 이로운 면이 있다.
특히 안보 사안의 경우 짧은 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실수나 착오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자칫 많은 인명이 희생될 수도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한 특수성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 필요함에도, 현 정부는 방어적 자세를 취하며 대통령과 정권의 '무오류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는 언제든지 다시 내려올 수 있고,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을 향할 수도 있으며 제2의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가 또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우선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고,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치해야 하는 것이며, 그럼에도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부는 무인기 사태의 전말을 통해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 한국이 목도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안팎의 안보 상황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정부의 태도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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