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리금융그룹, 1세대 VC 다올인베 3000억원에 인수
인수 조건에 '금융부채 정리' 포함…한숨 돌린 다올
우리금융은 비금융 포트폴리오 확대
작년 연말 바인딩LOI 작성…"인수 의지 강력했다"
[이데일리 김연지 지영의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다올금융그룹의 벤처캐피털(VC)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전 KTB네트워크)를 인수한다. 이로써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VC 계열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그룹은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올금융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를 약 3000억 원 수준에 인수하는 내용의 논의를 마치고 관련 작업을 추진 중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시가총액(3335억 원)을 기준으로 순수 시장가치는 1734억 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여 계약상 매각가는 높였으나, 인수 조건에 금융부채 정리가 포함되면서 우리금융 측의 실질적 매입가는 더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인수전에는 미래에셋그룹과 신영증권, 유진그룹 등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으나 우리금융그룹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가(2000억 원)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실제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연말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관련 바인딩 투자의향서(LOI)를 작성했다. 바인딩 LOI는 ‘약속’의 의미가 강한 일반적 LOI 및 양해각서(MOU)와 달리 어느 정도 구속력이 있다. 원매자의 인수 의지가 보다 강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변경될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원매자들 중에서도 특히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 매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알짜배기 VC 매물인데다 국내외 1200여 개 벤처기업에 2조 원 이상을 투자한 ‘1세대 VC’라는 상징성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VC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 만한 매물인 셈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숙원 사업이었던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이후 증권과 보험 등 다양한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지난해 1분기부터 증권사와 VC 인수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비금융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급한 불 끈 다올…유동성 위기 극복
다올금융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 빠듯했던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통상적인 인수거래와 비교해 신속하게 매각이 이뤄진 것은 다올그룹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 대응 압박을 받으면서 매각 시한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매각 진행 초기부터 우리금융을 포함해 거래 종결력이 있는 일부 후보를 선정, 더 높은 인수금액과 나은 거래조건을 제시한 곳과 집중 논의해온 배경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다올투자증권의 우발부채 규모는 6460억원으로, 대부분이 개발 PF 및 브릿지론으로 구성돼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리스크가 높은 중후순위 대출에서 부실화가 잇따라 ABCP 및 사모사채 인수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지난달까지 수천억원대 PF 부채 만기가 집중되면서 자금난이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연초에도 적지 않은 만기 도래 물량이 대기 중인 상황이다. 대응 여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금 유입이 절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다올투자증권은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는데, 매각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고 안도하는 상황”이라며 “매각 전부터 우리금융측과 다올그룹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점이 딜 최종 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한편 다올금융그룹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그룹은 최근 다올신용정보 지분 100%를 메이슨캐피탈과 리드캐피탈매니지먼트에 매각했다. 다올신용정보는 지난 2001년 다올투자증권이 인수한 신용조사 및 추심 대행업 회사로, 1999년 설립된 나라신용정보를 전신으로 한다. 매각 금액은 130억 원으로, 메이슨캐피탈과 리드매피탈매니지먼트가 각각 50% 씩 인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새로운 매수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이상은 우리금융그룹이 가져가는 것이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며 “서로가 서로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딜이었던 만큼,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LOI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그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올금융그룹 관계자는 “시장에 알려진 우려와 실제 내부 사정은 다르다. 다각적인 노력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과 시장 대응력을 갖춘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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