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공직자를 중형으로 처별해야 하는 이유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1. 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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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124]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년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16개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17년 징역형이 확정됐습니다. 나이가 많은 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형기를 채울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 전 대통령 특별사면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사유 때문입니다. 이번 특별사면으로 이 전 대통령이 풀려났지만 뇌물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권한이 큰 공무원이나 유력 정치인이 뇌물을 받으면 국가 기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 형법에는 법상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중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적용해 무기 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의 뇌물 수수에 이처럼 중형을 내려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나라를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나라 멸망을 재촉한 곽개는 매국노였습니다. 그럼에도 왕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그 만큼 아첨을 잘 하고 처세술에 뛰어났다는 뜻일 겁니다. 그는 재물을 너무 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습니다. 진나라는 그의 이런 탐욕을 십분 활용해 조나라를 정복했습니다.

진시황은 조나라에 대군을 파견하는 한편 첩자인 왕오를 보내 곽개를 포섭합니다. 진나라 군대가 쳐들어오자 조나라 대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위나라로 망명한 명장 염파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고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곽개는 반대했습니다. 염파와 사이가 나빴기 때문입니다. 염파가 조나라 병권을 다시 잡으면 그에게는 좋을 게 없었습니다.

곽개는 염파의 귀국을 막기 위해 조왕이 파견한 사신을 매수했습니다. 당시 염파는 칠순의 노인이었습니다. 그러니 대장군 역할을 하기에는 건강이 좋지 않다고 왕에게 보고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염파는 아주 건강했습니다. 그는 왕이 보낸 사신 앞에서 고기를 열 근이나 먹고 한걸음에 말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대는 지금 본 것처럼 나의 정신과 근력이 건장하다는 사실을 꼭 조왕에게 전하시오.” 그러나 곽개의 뇌물을 받은 사신은 조왕에게 허위 보고를 했습니다. “염 장군은 나이에 비해 식사를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속병이 있으신지 신과 함께 앉아 있는 잠깐 동안 세 번이나 측간을 드나드셨습니다.” 조왕은 이 말을 듣고 염파를 부르지 않았고 능력이 안 되는 장수들을 전선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즈음 왕오는 곽개에게 접근해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이렇게 떠보았습니다. “대부께서는 그대의 조국인 조나라가 망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으시오? 왜 조왕에게 염파를 불러오도록 간언을 올리지 않으시오?” 그 이후 둘의 대화에서 조나라의 고위 공직자였던 곽개가 어떤 인간인지 드러납니다. 왕오의 질문에 곽개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조나라의 존망은 나라의 일이지만 염파는 나 한 사람의 원수요. 그러니 어찌 그를 조나라로 불러올 수 있겠소.” 그러자 왕오가 다시 묻습니다. “만일 조나라가 망하면 대부께서는 어디로 가실 작정이오?” 이 질문에 곽개는 망설이지 않고 답합니다. “나는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로 가서 그중 한 나라를 선택해 몸을 맡길 작정이오.” 곽개의 속셈을 파악한 왕오는 조나라를 배반하고 진나라에 귀의할 것을 권합니다. “곽 대부가 진나라로 오면 진왕께서는 높은 벼슬을 내릴 것이오. 망한 조나라의 비옥한 땅과 좋은 저택도 그대 마음대로 차지할 수 있을 것이오.” 이 말에 곽개는 기뻐하며 진나라가 조나라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합니다. 재물에 눈이 멀어 악질 매국노가 되는 순간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는 여러 악재들이 동시에 몰려오는 법입니다. 조왕은 죽기 전에 적자를 내치고 서자를 후계자로 세웁니다. 그리고 곽개를 태자의 스승인 태부로 임명합니다. 태자가 왕위에 오르면서 권력이 커진 곽개의 매국 행위는 더 심해집니다. 조나라에는 염파를 이을 명장으로 이목이 있었습니다. 그는 조나라 북쪽에 있는 대땅을 지키고 있었는데 진나라가 쳐들어오자 급히 수도 한단으로 소환됐습니다. 그는 조나라 군대를 맡아 기발한 작전으로 진나라를 물리쳤습니다.

진나라는 이목이 버티고 있는 한 조나라를 정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곽개를 활용한 반간계로 이목을 축출하는 계략을 썼습니다. 먼저 진나라 대장인 왕전이 조나라 군영으로 사신을 보내 강화를 요청했습니다. 침략을 당하는 조나라 입장에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상책이었습니다. 이목은 당연히 왕전의 강화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이때 왕오는 곽개를 만나 이목과 조왕을 이간하는 술책을 권합니다. “이목이 사사롭게 진나라와 강화를 하려고 하오. 소문에는 조나라가 멸망하는 날 이목을 대땅의 왕으로 봉한다고 하오. 대부께서는 이 말을 조왕에게 아뢰고 이목의 대장 직을 박탈하게 하시오. 그러면 진왕은 대부의 공로를 아주 크게 생각할 것이오.” 왕오의 이간계는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조왕은 즉시 이목을 소완했고 이목은 왕의 명령을 거부하고 도주했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잡혀 살해됩니다. 조나라는 이렇게 마지막 명장을 잃었습니다. 이목이 죽자 진나라는 총공세를 펼쳤습니다. 조나라 대신과 백성들 중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곽개는 조왕을 설득해 스스로 항복 문서를 쓰고 도성 문을 열었습니다.

조나라가 멸망한 뒤 곽개는 많은 황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진나라에 모두 가져갈 수 없어 조나라 수도인 한단의 저택에 굴을 파고 황금을 숨겨놓았습니다. 진나라에 정착하고 여유가 생기자 그는 한단으로 돌아가 숨겨두었던 재물을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대의 수레에 나누어 싣고 진나라로 오는 도중에 비명횡사했습니다. 도적을 만나 많은 황금을 다 빼앗기고 칼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적의 배후에는 이목을 따르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곽개의 사례는 공직자나 정치인의 뇌물수수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사익을 위해 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더 나아가 국민과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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