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요·내수 동반 둔화…가뜩이나 희망 찾기 어려운데, 정쟁에 위기 심화”
KDI·한경연·산업연·LG경영연·하나금융경영연
“올해 성장률 1.4% 그칠 것” 암울한 전망 일색
오는 2024년 일부 회복 예상되나 강도 약할 것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새해 우리나라가 유례 없는 복합 경제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소비도 타격이 예상됐다.
이에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상저하고’ 즉, 하반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4년이 돼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경제연구원·산업연구원·LG경영연구원·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 주요 5대 싱크탱크는 7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KDI는 새해 우리나라가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 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적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으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민간소비는 고물가로 인한 실질 구매력 하락 여파를 정면으로 맞을 수 있다. 재화소비 회복세가 제약되면서 민간소비는 지난해 증가세 4.7% 보다 둔화한 3.1%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8%,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2%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더 암울한 분석을 내놨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23년 한국경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직면, 가뜩이나 경제 기초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마저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출은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우리나라를 구해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8.6%를 나타냈다. 세계 정보기술(IT) 호황이 원인이었다. 금융위기 때는 자유무역협정(FTA)가 디딤돌이 됐다. 2010년 수출 증가율은 28.3%에 달했다. 2009년 -13.9%를 바로 만회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인 2021년 수출도 25.7% 증가했다. 그런데 새해엔 수출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권태신 원장은 “우리경제의 회복은 2024년 정도나 되어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출 중심 우리나라 경제는 회복이 곤란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기조 역시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계구매력 위축에 따른 내수부진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이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권태신 원장은 “스태그플레이션 등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정치권이 환경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제도 개선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연구원도 우리나라 경제가 아직 회복을 말하긴 이르다고 분석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2023년 국내경제는 코로나19 상황 해제 및 일상 회복 진전이라는 전제 하에,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량 둔화 등의 대외 여건과 통화 긴축 영향의 본격화에 따른 소비 둔화 등의 대내 여건으로 인해 전년보다 낮은 1%대 후반(1.9%) 수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며 “회복 시점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현 원장은 “부정적 요인이 올 한해를 지배하겠지만,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강점을 가진 친환경 및 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수요가 매우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경제·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주력산업 경쟁력이 굳건하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충분히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경영연구원은 새해 성장률이 1%초중반대인 1.4%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5대 연구기관 중 가장 암울한 분석이다.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은 “세계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2년 2.5%에서 2023년 1.4%로 낮아질 전망”이라며 “2024년부터 회복이 예상되나 경기 반등의 강도는 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2021년에는 수출 호조와 기업 투자 증가, 2022년에는 민간소비 회복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탱했지만, 2023년에는 해외수요와 대내 경제활동이 동시에 둔화되면서 경제성장의 버팀목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하나금융연구소도 새해 하반기 회복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 수출이 감소하고, 고물가·고금리 영향의 본격화 및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부진도 맞물리면서 성장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내년 경제 성장률은 1.8%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 이후 주요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중국의 봉쇄 완화 효과 본격화 등에 힘입어 경기여건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갈등 지속, 신용 위험 등을 감안할 때 회복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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