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비 못내 멈춰 선 목포 시내버스…시민들 “기가 찰 노릇”
잇단 운행 중단에 뿔난 시민들…“이번에 시민 볼모 잡는 버스회사 교체를”
‘여론 뭇매 맞는’ 목포상의회장· 버스회사 대표…“지역에 공헌은 못할망정”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목포 시내버스가 멈춰선지 한 달여째다. 도시가스 공급사가 밀린 연료비(가스비) 23억원을 내라며 연료 공급을 끊으면서 23만 목포 시민의 발이 꽁꽁 묶였다. 목포시는 뒤늦게 전세버스 투입 등 긴급 수송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업체가 경영난을 호소하며 사실상 운행 재개에 손을 놓고 있어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버스업체는 목포시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연료비 인상분의 일부 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당장 밀린 가스비부터 내고 운행 재개가 먼저라며 업체를 압박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애꿎은 시민들만 '발동동'…"못 믿을 회사와 불안한 동행 끊어야"
5일 오후 2시께 전남 목포시 상동 종합버스터미널~한국병원 앞 대로. 목포에서 교통이 혼잡하기로 유명한 이곳 도로는 이날도 차량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승용차와 인근 무안과 신안 군내버스만 간헐적으로 지나갈 뿐 평소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던 목포 시내버스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많던 시내버스는 다 어디로 간 걸까. 목포에서 때 아닌 시내버스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도로에서 퇴장당한 버스들은 목포의 초입에 위치한 석현동 차고지에서 마치 폐차처럼 생기를 잃은 채 잠자고 있었다.
승객을 잃고 바람에 흙먼지만 잔뜩 뒤집어 쓴 버스정류장 또한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면 거리의 비난성 여론은 요동쳤다. 비난은 대부분 버스를 철수시킨 업체를 직격했다. 목포시내 주요 간선도로 길목에는 '도로 위를 달리지 않는 버스는 필요 없다. 목포시는 태원유진 운수 면허권 회수하라''목포시는 태원여객, 유진운수에 버스운행 개시 행정명령 즉시 발동하라''이XX가 멈춘 버스 목포시민이 달리게 합시다' 등 버스업체와 경영진에 공분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목포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전세버스 등 비상수송 차량 58대를 전체 22개 노선 중 11개 노선에만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하루 4400만원이다. 그럼에도 노선 수는 절반으로 준 반면 배차 시간은 두배 이상으로 늘면서 시민들은 한파 속에 총성없는 출퇴근 전쟁을 벌이기 일쑤다. 그나마 배차시간이 출퇴근시간에 집중되면서 한낮에는 버스를 한시간 이상씩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버스를 애태우며 그리워하는 일이 일상화된 비정상적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시민들은 뚝 하면 멈춰서는 시내버스 운행중단에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40대 초반의 한 시민은 "지난번에는 노조 파업을 이유로 버스 운행이 한동안 중단되더니 이번에는 무슨 가스비를 안내서 운행을 못 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며 "시민을 볼모로 한 상습적인 운행 중단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 지 답답하다"고 했다.
목포 시내버스 운행을 멈춘 것은 지난달 12일부터다. 목포 시내버스가 멈춰선 것은 이번뿐만 아니다. 태원여객·유진운수는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시내버스 노조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 29일간 운행 중단 사태를 맞았다. 당시 목포시가 경영개선안 제출을 조건으로 임금 등을 지원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1월 16일 운행이 정상화했다. 하지만 정상화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이처럼 시내버스가 상습적으로 멈춰서자 불만을 넘어 운행 회사 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지역에선 이번 만큼은 고충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목포시가 운행명령 내지 면허취소 등의 특단의 조치로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민 이민자(35·가명, 목포시 상동)씨는 "생활고에 시달린 개인이 가스비를 미처 못내 가스공급이 차단됐다는 말은 들었어도 서민의 발인 버스회사가 가스비를 못내 차를 못 굴린다는 얘기는 생전 처음 들어 본다. 이번 기회에 믿을 수 없는 태원여객과의 불안한 동행을 끊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목포시-버스업체, 부담 떠넘기기…"연료비 인상분 보전을" vs "업체가 부담해야"
이번의 경우 목포 시내버스 운행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업체의 가스비 체납이다. 버스회사 측은 연료 공급사 쪽에 차고지 등을 담보로 조달한 연료비를 체납 중이고, 충전소와 버스회사가 도시가스 공급사에 추가 채권 담보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연료 공급 자체가 끊긴 상황이다. 지난달 연료비 23억원을 체납한 상황에서 목포도시가스 측이 요구한 공증 또는 담보는 제공하지 못했고, 그 뒤 연료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목포시와 업체는 체납 연료비 정산을 두고 책임 떠넘기기식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후 만난 목포시 석현동 태원여객(주) 사무실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수십억원의 차입금과 가수금으로 근근이 버텨왔으나 코로나19로 승객이 대폭 줄어 운송수입이 감소한데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 전쟁으로 연료비마저 두배 이상 올라 경영 상태가 나빠졌다"며 "연료비가 껑충 뛴만큼 대략 7억~10억 가량 되는 연료 상승분 차액을 운송원가 산정에 반영해 목포시가 보전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체납 연료비는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와 CNG 가스충전소 간에 외상거래는 버스 대표 부부 법인 간에 일로 목포시와 CNG가스충전소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가스 체납금 해결은 버스업체가 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당장 운행 재개가 급선무다"고 잘라 말했다.
3개 버스회사 거느린 '버스왕' 토착기업인…사회적 책임은?
이번 목포 시내버스 운행중단 사태를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다. 비단 시민들이 이동 불편을 겪고 있어서 뿐만은 아니다. 문제의 태원여객·유진운수의 대표가 지역경제계의 얼굴인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공분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한철 대표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목포상공회의소 23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목포상의 회장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지역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장이다.
㈜태원여객·유진운수는 1965년 5월 16일 설립됐다. 목포 시내버스는 태원여객·유진운수가 보유한 150여대가 23개 노선을 운행 중이다. 사실상 60년째 독점체제이다. 시민들의 피땀어린 돈과 성원으로 성장한 토착기업에 다름없다. 현 이한철 대표이사는 두 회사에서 모두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법인만 다를 뿐 사실상 한 몸인 셈이다. 버스 20여대를 보유한 무안교통도 이 대표 소유다.
이 대표의 부인은 CNG버스 연료를 공급하는 가스충전소를 운영하며 태원여객·유진운수에 가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그런데 지난 7월부터 남편이 운영하는 버스회사가 외상으로 연료를 충전하다 대금이 밀리기 시작했고, 충전소로부터 대금을 못 받은 목포도시가스 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항간에선 이번 일을 두고 '버스왕 부부'가 목포 시민의 발을 멈춰 세웠다는 냉소적인 세평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아직까지 노조 파업에 따른 운행중단에 이어 이번 시내버스 운행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유감 표명이나, 사과 등 해명과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30일 목포시에 경영개선안을 제출했으나 목포시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버스 중단의 핵심인 '연료비 체납금' 해결 방안은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포시는 4일 공문을 보내 이달 10일까지 전문경영인제 도입, 노선 반납·감차, 연료비 체납금 담보 제공 등을 요구했고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면허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잇단 시내버스 운행 중단으로 인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버스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으면 파산하고 버스노선권을 시에 자진 반납해 버스공영제의 길을 터주는 게 지역경제계 대표로서 올바른 처신이다. 그런데도 지역사회에 공헌은 못할망정 경영권을 움켜쥐고 운행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시민들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안겨주는 것은 시민들의 코 묻은 돈과 60년 독점 운영으로 성장한 토착기업인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시민 불편은 아랑곳 하지 않고 버스운행 중단-정상화 등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저의가 뭔지 의심스럽다." 이 대표는 버스회사 대표와 목포상의 회장직에 대한 목포시와 시민사회의 2선 후퇴 압박도 받고 있다.
목포시 '임시방편' 뒷북행정도 화 키워
목포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일부 시민들은 목포시의 업체 달래기식 대처 방식에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노조 파업에 따른 운행중단 당시 수능을 하루 앞두고 목포시가 3.2% 임금 인상액과 만근일수 6개월 보전분 등을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파업이 타결되는 등 목포시가 버스업체와 협상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화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시가 미납 가스비를 일부라도 지원해줘야만 결국 버스 운행이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의 말도 나온다. 목포시가 지난해 태원여객·유진운수에 지급한 보조금은 118억원에 달한다.
임시방편식 뒷북행정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대중교통정책이다. 시내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맞을 때마다 특단의 조치가 아닌 응급조치격 대응에 그쳐 목포 시내버스 체계 개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뒷전에 밀렸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의 난제를 풀기보다는 피하기에 급급하면서 실기했다는 평가다. 목포시는 2025년 준공영제 시행을 목표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7월께 나오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론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와 함께 완전공영제 전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투명성과 공공성이 강화된 목포 대중교통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시민단체 "협상보다 특단의 조치 필요한 때"
시민 김재욱(63·목포시 석현동)씨는 "목포시가 진즉부터 준공영제나 공영제 시행 등을 염두에 둔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 나섰어야 하는데 운행 중단사태가 터지면 그때마다 버스업체 달래기에 급급한 땜질식 대책이 화를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정태관 전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지금은 목포시내버스의 고질병인 암덩어리 질환을 치료해야 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며 "그렇지 않고 임시방편의 협상이 추진된다면 더 큰 화를 범하게 될 것이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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