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 월권 논란→급격한 新 감독 선임까지...'분노 트럭'은 달린다

권수연 기자 2023. 1.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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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위주최 측 제공]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배구는 스포츠지, 구단의 인형놀이가 아니다"

분노한 팬들이 구단을 향해 본격적으로 항의의 목소리를 드높이기 시작했다.

흥국생명 팬들은 지난 6일 "흥국생명(모기업 태광그룹) 구단주가 회장 지시를 받아 특정 형태의 선수 기용을 문자로 오더하는 등 월권을 행사한 것에 큰 분노를 느낀다"며 "이에 뜻을 함께하는 팬들이 트럭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위용 트럭은 6일 오전 8시부터 태광산업 장충 본사를 비롯해 한국배구연맹(KOVO) 및 언론사 밀집 지역을 순회했다. 

앞서 흥국생명 임형주 구단주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김여일 단장도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즌 중 느닷없이 벌어진 사퇴 소식에 배구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성적 부진도, 특별히 내홍 조짐이 있던 팀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정규시즌 중 상위권을 달리던 팀에서 하루아침에 감독이 사라진 것이다. 

이후 권 전 감독은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이면에 김 전 단장과 구단주, 즉 '윗선'의 선수 기용 개입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당시 권 전 감독은 "단장이 오더 내리는 게 있었어요, 문자로 누구 넣고, 누구 쓰라고. 제가 그걸 안 들었거든요, (윗선에) 말 안듣는다고 보고를 했겠죠"라고 증언했다.

해당 작태에 대해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등 배구인들도 "(권 전 감독이) 안타깝다", "배구인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불쾌함을 표출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좌)-신용준 흥국생명 단장ⓒ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태가 커지고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흥국생명은 부랴부랴 진압에 나섰다. 김여일 전 단장이 물러나며 신용준 신임 단장이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만 맞았다.

지난 5일, GS칼텍스와의 4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나선 신 단장은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 "선수 기용에 개입한게 아니라 김 전 단장과 권 전 감독이 선수 로테이션 문제를 놓고 의견 대립이 있었던 모양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신 단장은 "로테이션에 대해서는 팬과 유튜브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해명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였다. 

여기에 덧붙여 "팀 목표는 우승"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사족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작심하고 나선 김연경과 김해란의 답변은 완전히 달랐다.

신 단장이 "개입이 없다"고 말한 사실과는 달리 김연경, 김해란은 "윗선 개입이 있었으며 그 때문에 상처받은 선수들도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이런 팀이 또 있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김연경은 "회사 측에서 원하는 감독은 결국 회사 말을 잘 듣는 감독이라는건데 누굴 위한 경질인지 모르겠다"고 매우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물러난 권 전 감독 대신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이영수 전 코치 역시 5일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권 감독님과 뜻을 함께 하겠다"며 사임했다.

현재 새로운 사령탑 자리에는 김기중 전 선명여고 감독이 선임됐다. 김 감독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박미희 전 감독 체제 하에 흥국생명 코치로 활동했던 바 있다. 

흥국생명 이영수 전 코치(감독대행, 오른쪽 두번째)가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기중 감독, 흥국생명

박 전 감독은 흥국생명 배구단 창단 이래 가장 오래 재임(8년)했다. 현재 감독인 김 감독은 박 전 감독의 부임 4년 차부터 흥국생명에 합류해 박 전 감독이 물러나던 해에 함께 떠났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마치 미리 결정되어있던 것처럼 너무나 빠르게 이뤄진 사령탑 선임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8일, 11일 잔여경기가 줄줄이 남은 상황에서 이영수 전 코치가 감독대행 사임을 선수단에조차 알리지 않고 급작스럽게 떠난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물론, '구단과 뜻이 맞지 않는' 감독이 하루아침에 잘리는 상황에서 설령 내정자가 없더라도 대행직을 오래 유지하기는 심리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기중 감독에게 좋은 시선이 쏠리기는 힘들다.

새로 부임한 김 감독은 "경기 운영에 대해 구단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김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소 달아난 빈 외양간을 딱풀로 수리하는 모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구단 측에서는 리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령탑 자리를 텅텅 비워둘 수는 없다. 그러나 '윗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고, 총대를 메고 나선 김연경이 "회사가 원하는 감독은 말을 잘 듣는 감독"이라며 드러내놓고 강력하게 비판한 상황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어떤 감독이 선임된다고 해도 구단의 의중에 의혹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침체된 선수단과 팬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트럭 시위주최 측은 "오는 9일(월)에도 계속해서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트럭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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