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에 빠져 부모 상습 폭행한 50대 항소심도 실형

망상에 빠져 자신의 부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황승태 부장판사)는 상습존속폭행과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52)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3일 오후 11시 43분쯤 영월의 자택에서 부친 B(80)씨가 자신에게 화장실 불을 끄고 다니라고 말한 것에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며 B씨의 멱살을 잡고 발로 밟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2월 24일 오후 4시 44분쯤 같은 장소에서 화장실에서 나오라는 B씨의 말에 화가나 고성을 지르며 B씨의 얼굴을 때리고 모친인 C(69)씨가 말리자 멱살을 잡고 발로 걷어차는 등 수 차례에 걸쳐 부모를 상습 폭행했다.

조사결과 A씨는 지난 2021년 조현병 등으로 입원해 퇴원한 뒤 부친인 B씨가 대마를 흡연하고 마약류를 투약한다는 망상에 빠져 B씨를 ‘독’과 같다고 여기고 부모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 폭행을 매주 일삼아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무런 납득할 만한 동기나 이유도 없이 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의 부모인 피해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라며 “피고인의 폭행을 참다못한 피해자들이 접근금지 임시조치를 신청해 그 결정문을 받고도 죄의식 없이 이를 위반해 또다시 폭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가게 된 것은 10년 이상 앓아 오던 조현병 증세가 악하돼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과 치료감호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폭행 사실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범행을 피해자들이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해왔다”라며 “원심 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구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