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날아온 스팸문자와 이통사의 탐욕
스팸문자로 돈 버는 통신사
불법 스팸 처벌은 솜방망이
2021년 근절책 발표했지만…
하루에도 몇 통씩 오는 스팸문자는 지긋지긋한 존재다. 일일이 지우는 게 귀찮아 방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팸문자의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부도 불법 스팸문자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가 받는 스팸문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스팸문자. 불특정 다수의 휴대전화에 보내는 광고성 문자 메시지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2~3통의 스팸문자를 받는 건 일상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함에 확인하지 않은 스팸문자 한두개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정도다. 스팸문자의 내용도 주식·코인투자부터 불법대출, 도박, 성인까지 각양각색이다.
그럼 스팸문자 발송 건수는 얼마나 될까.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상반기 신고를 받거나 적발한 스팸문자는 799만5642건에 달했다. 2021년 상반기 707만3857건보다 13.0%(92만1785건)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2021년 하반기 634만4494건과 비교하면 26.0% 늘어난 수치다.
이런 스팸문자의 폐해는 적지 않다. 스팸문자 탓에 휴대전화 알람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건 예삿일이다. 피싱(Phishing)·스미싱(Smishing)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도 스팸문자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을 지원한 2020~2021년 금융회사를 사칭해 대출해준다는 불법 스팸문자가 기승을 부렸다.
스팸문자는 주식 리딩방ㆍ코인ㆍ비상장주식 사기에도 쓰인다. 2020년 이후 국내에 불어온 주식투자 열풍에 올라탄 스팸문자가 사이버피싱이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는 거다.[※참고: 사이버피싱은 가상을 의미하는 사이버(Cyber)와 개인정보를 사기에 이용하는 피싱(Phishing)의 합성어다.] 전문가들이 스팸문자만 잘 막아도 사이버피싱 범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부도 스팸문자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정부는 20년 전인 2003년 한국정보보호진흥원(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에 불법 스팸메일대응센터(현 불법스팸대응센터)를 개설했다. 스팸문자가 판을 쳤던 2008년에도 불법 스팸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스팸문자가 크게 증가했던 2021년(10월)에도 '은행사칭 불법 스팸 유통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스팸문자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불법 스팸 전화회선 가입 제한 불법 스팸 전송자의 신속한 추적 및 단속 강화 규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법령 정비 등이다.
■ 줄지 않는 스팸문자 = 그런데도 언급했듯 스팸문자는 되레 늘어났다. 이유가 뭘까. 우선 관리·감독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스팸문자의 95% 이상은 대량문자발송서비스를 하는 '특수부가통신' 업체가 보낸다.
이 업체들을 관리하고 현황을 파악하는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기관인 중앙전파관리소다. 하지만 스팸문자의 불법성을 분석하고, 신고를 받는 곳은 과기부 산하기관인 KISA다. 마지막으로 불법 스팸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곳은 방통위의 방송통신사무소다. 관리체계가 복잡하다는 거다. 이렇다 보니,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적 처분을 내리는 방통위는 '대량문자발송서비스 업체'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량문자발송서비스 업체의 등록과 관리는 중앙전파관리소가 한다"며 "KISA가 불법 스팸 관련 내용을 방통위로 넘기면 현장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이후 과태료 처분 등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참고: 2008년 이후 대량문자발송서비스 업체의 과태료 처분과 이를 위한 특별사법경찰권한은 중앙전파관리소에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방통위가 방송통신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중앙전파관리소는 이런 권한을 상실했다.]
■ 솜방망이 처벌 = 혹여 단속에 성공했더라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불법 스팸 업체로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750만원에서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부 내는 게 아니다. 불법 스팸업체가 재발방지 의사를 표시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과태료의 50%를 감면받는다.
여기에 10일의 의견제출 기간 내에 과태료를 자진납부하면 20%를 추가로 감경받을 수 있다. 7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더라도 업체가 실제로 내는 금액은 300만원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참고: 자진납부 시 과태료를 20% 줄여주는 것은 위반 횟수가 누적돼 최고 금액인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아도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태료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3년 동안 3만번 이상의 불법 스팸 신고를 받은 업체가 납부한 과태료는 4140만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1년 사이 1만건이 넘는 불법 스팸 신고를 받고도 과태료 처분을 피한 업체도 있다. 스팸문자 업체의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 대책 거북이걸음 = 그럼에도 정부가 발표한 불법 스팸 근절책은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 약관을 개정해 불법 스팸 업체의 전화회선 가입 수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통사의 약관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참고: 정부는 2021년 약관 변경을 통해 사용자의 전화회선(무선+유선) 가입 수를 최대 5개로 제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인은 사업자 종사자 수만큼 유선 전화를 개통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인터넷전화와 같은 유선 회선을 개인은 5개, 법인은 종사자 수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약관 개정 등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혔던 전화회선 제한 대책의 시행 시기가 지난해 1분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가까이 탁상공론만 거듭한 셈이다.
처벌 강화를 위한 법령 정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인 정보통신망법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법이 발의된 건 지난해 11월 23일이다. 이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대책 중 시행을 앞둔 건 사실상 '불법 스팸 전송자의 신속한 추적과 단속 강화 대책' 하나밖에 없다. 이마저도 예고했던 시행 시기보다 훨씬 늦어졌다. 정부는 관련 고시를 개정해 올해 1월부터 스팸문자에 발송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코드를 삽입할 예정이었다. 식별코드가 있으면 불법 스팸 업체를 빨리 추적할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번호로 인한 이용자의 피해 예방 등에 관한 고시'가 실제로 개정된 건 지난해 3월이다. 올해 3월이 돼야 정책이 시행된다는 거다. 과기부가 제도 시행일을 고시 발표 1년 후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 대형 이통사의 돈벌이 = 문제는 정부 대책이 더디게 마련되고 있는 사이 불법 스팸을 다루는 업체들이 큰돈을 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엔 대형 이통사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에서 발송된 680만4923건의 스팸문자 중 대형 이동통신사인 KT와 LG 유플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5.0%(238만2262건), 25.1%(171만1215건)이었다. 두 업체가 전체 스팸문자의 60.1% 발송했다는 건데, 대형 이통사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두 업체는 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스팸문자와 관련해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스팸문자 논란을 알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스팸문자를 줄이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이통사가 이런 상황이니 대량문자발송서비스 업체의 변화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스팸문자를 검색하면, "스포츠·코인ㆍ비상장 주식 광고 문자해 보세요" "광고 표기 없이 전 업종 단체문자 발송 가능" "스팸차단 전 발송완료" 등의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는 대량문자발송서비스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는 "스팸문자로 발생하는 피해와 사회적 비용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며 "스팸문자만 줄여도 리딩방ㆍ비상장 주식ㆍ대출 사기 피해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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