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고 피곤해"…약 먹어도 불편했던 만성 심부전, 한의학 힘 빌렸더니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폐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심장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말초 기관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데, 이러한 상태를 '심부전'이라고 한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신체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 곤란과 피로감이다. 처음엔 힘든 활동을 할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부을 수 있다. 식욕부진,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도 뒤따를 수 있다. 이 같은 심부전은 고혈압·부정맥·협심증·판막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다.
'급성 심부전'이면 빠른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심부전이 만성화해 증상이 계속되면 더 악화하거나 재입원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데, 이때 한의학의 힘을 빌리는 방법도 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조승연 교수는 "심부전 환자의 한의치료는 심부전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한다"며 "침치료와 전침·뜸·한약 치료를 병행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운동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기존 양방 약을 먹으면서도 숨찬 증상이 지속하거나 부종, 소변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증상 등으로 불편할 경우 한의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의 경우 심부전을 악화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침 치료나 약침 치료로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침 치료료선 심장 기능과 관련된 내관혈 등의 경혈과 자율신경 기능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진 족삼리 등의 경혈을 포함해 각 환자 상태에 적합한 경혈을 선택해 침 치료와 뜸치료를 시행한다. 일부 경혈에선 저강도 전기자극을 시행해 침 치료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심부전 관련 약을 먹고 있더라도 호흡 곤란, 기침이 지속하는 경우, 소변을 충분히 보지 못하거나 하지 부종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 팔다리가 차갑거나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한방 치료가 도움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한의치료는 심부전 환자의 불균형, 원인, 증후군을 고려해 치료한다. 심장 자체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다른 장부까지 고려해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또 한의치료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박출률은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좌심실에서 나오는 혈액의 비율로, 심장이 얼마나 혈액을 잘 공급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박출률이 감소한 심부전의 경우 다양한 약물요법이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전체 심부전 환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아직 확립된 치료제가 없다. 최근 지침에서 이뇨제 등이 권고되며 동반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관리된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2018년)에 따르면 한약 치료를 추가로 시행한 환자군과 기존 약물치료만 유지한 환자군을 비교한 다수의 연구 논문들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모아 분석한 결과, 한약치료를 추가로 시행한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군에서 보행 능력이 더 호전되고 삶의 질도 개선됐다. 조 교수는 "고령의 심부전 환자는 기력 저하로 피로˙무기력 등을 호소하는데, 이러한 증상을 단순 피로로 여기기보다는 동반 질환, 심장 기능 저하의 특성을 고려해 진단·치료해야 한다"며 "기존 복용 약물만으로 한계가 있는 심부전 환자의 경우 환자 맞춤형 한의치료를 병행하면 자각증상을 완화하고 심장 기능을 보존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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