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도 변했다"…상장 행보에 등 돌린 충성고객
뷰티컬리에 우려 보내는 충성고객
'프리미엄' 초심 잃었다는 비판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컬리가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올해 2월까지 데드라인이 잡혀 있던 상장 계획을 백지화한 겁니다. 컬리는 지난해 8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습니다. 6개월 내로 상장을 마무리해야 했죠. 그런데 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최대 4조원까지 평가됐던 컬리의 몸값이 1조원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상장을 계획했던 다른 기업들도 속속 '백기'를 들었죠. 컬리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한다" 했지만…
사실 컬리가 상장 일정을 미룰 것이라는 이야기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직후부터 꾸준히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상장을 강행할 것이라고 믿은 데는 김슬아 대표의 '돌직구' 행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언론에서 상장 중단설이 나올 때마다 강경하게 "연내 상장"을 외쳐왔습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연내 상장이 어려워진 후에도 "기한 내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어차피 기한이 2월 말까지니 연내 상장과 크게 다른 상황도 아니라는 논리였죠. 컬리 관계자들 역시 상장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연말까지 고수했습니다. 기업가치는 외부의 평가일 뿐이라는 주장도 함께였습니다. 믿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결국 새해 첫 주에 컬리는 백기를 듭니다.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한다"며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장 연기의 이유가 기업가치 때문이라는 걸 인정한 겁니다. 그렇다면 올해 상장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일단 상반기 내에 컬리가 코스피에 상장하는 장면을 보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객보다 상장?"
제가 놀란 건 소비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상장 보류라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간 컬리가 상장을 위해 벌였던 행보들에 큰 실망을 보인 것 같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를 모델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벌였던 '뷰티컬리'입니다.
뷰티컬리는 컬리가 선보이는 화장품 배송 서비스입니다. 컬리는 그간 전자제품·주방용품 등 꾸준히 비식품 카테고리를 키워 왔는데요. 뷰티 부문은 아예 별도의 버티컬 서비스로 나눴습니다. 기존 마켓컬리(식품) 서비스에 버금가는 규모로 만들겠다는 포부였죠.
업계에서는 컬리의 뷰티 시장 진출을 상장을 위한 행보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신사업인 만큼 단기간에 매출을 띄울 수 있죠. 또 주력인 신선식품은 콜드체인 유통 등의 이유로 마진이 적은 사업인 반면 화장품은 이런 부담도 적습니다.
컬리의 상장 실패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가 이 '뷰티컬리'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프리미엄 식재료를 엄선해 판매하는 컬리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상장용 서비스'라는 거였죠. 몸값이 10억원대에 달하는 모델을 기용했다는 것도 비판거리였습니다. 컬리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갈 혜택이 엉뚱한 곳으로 갔다는 겁니다.
'프리미엄'이라는 초심
컬리가 자꾸 '외도'에 나서다 보니 본업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옵니다. 컬리가 서비스 초반부터 눈에 띌 수 있었던 건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프리미엄 식료품을 엄선해 놨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구매하면 후회하지 않는, '뭘 좀 아는'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라는 이미지였죠.
하지만 외형 확장에 주력하다 보니 이런 매력도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기업 제품이나 '가성비' 제품이 자주 눈에 띄면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의미가 없다는 거죠. 어차피 적당한 가격의 가성비 식재료를 구입하는 거라면 마켓컬리는 쿠팡의 로켓프레시나 이마트의 SSG닷컴을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맛있고 매출 1위 상품이라 해도 '비비고 만두'를 사러 마켓컬리에 들어오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컬리의 고심도 이해는 됩니다. 언제까지나 프리미엄 상품만 판매해서는 덩치를 키우기도, 수익을 내기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컬리의 2번째 버티컬 서비스가 하필 '뷰티'인 것도 최대한 기존 충성고객층을 유지하면서 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그래도 '초심'은 지켜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쿠팡 대신, 쓱 대신 컬리를 찾는 건 컬리엔 '뭔가 다른' 제품이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 믿음이 깨지면 그들은 아무 미련 없이 더 싸고 더 빠른 곳으로 떠나갈 겁니다.
쿠팡은 매년 수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지켜냈습니다. 바로 '빠른 배송'이죠. 소비자들은 이제 쿠팡에서 주문한 물건이 내일 새벽에 도착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컬리 역시 그래야 합니다. "컬리 제품은 달라"라는 말이 다시 들려올 때, 컬리를 향한 의심도 믿음으로 바뀔 겁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