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감세, 모든 국민에 혜택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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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1천만 주식투자자에게 그 혜택이 공유된다"는 신선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KDI는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보고서(2022년 10월)에서 "개인이 여러 주식계좌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주식투자 인구는 이미 1천만 명을 넘었다. 국민연금의 상당 부분도 주식투자로 운영되고 있으니 법인세 감세 혜택이 고령자와 중산·서민층을 포함한 많은 국민에게 공유될 수 있다. '법인세 감세=부자 감세' 주장은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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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1천만 주식투자자에게 그 혜택이 공유된다”는 신선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KDI는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보고서(2022년 10월)에서 “개인이 여러 주식계좌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주식투자 인구는 이미 1천만 명을 넘었다. 국민연금의 상당 부분도 주식투자로 운영되고 있으니 법인세 감세 혜택이 고령자와 중산·서민층을 포함한 많은 국민에게 공유될 수 있다. ‘법인세 감세=부자 감세’ 주장은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일 뿐”이라고 했다. 더 많은 배당소득과 시세차익이 개인에게 돌아가려면 기업투자가 추세적으로 확대되고 더 많은 법인소득이 발생하는 순환구조가 강화돼야 하는데,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의 경영환경과 실적이 좋아지면 전국민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 법인세 인하론의 최신 논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2022년 12월9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을 부자로 보는 인식은 출발점 자체가 잘못됐다. 삼성전자 주주가 600만 명, 카카오는 190만 명, 현대차는 120만 명이다.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투자·소유하고 있는 기업이고, 또 거기에 상당한 큰손이 국민이 낸 국민연금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는 현실에서 엄연한 사회·경제 계층 간 자산·소득 격차와 투자정보 비대칭성이라는 ‘차별적 지위’를 고려하는 시야가 빠져 있다. 저축해둔 큰돈이 있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소득을 바탕으로 더 큰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설 여력을 가진 일부 계층과, 그럴 형편이 못 되는 다수가 ‘주식투자 국민’에 뒤섞여 있는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경제에서는 개별 경제주체마다 자신이 가진 자원을 상호 교환하면서 참가자 모두 이익을 누린다고 경제학원론은 설파한다. 주먹이나 집단·세력·권력·계급·불평등·위계 같은 건 ‘자유시장에는 쓸모없는’ 사회학적 용어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듯이 가진 돈과 신용·담보력의 크기가 곧 시장에서 파워이고 주먹이다. 요컨대 ‘기득권’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일반이론>(1936) 끝 문장을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결국 위험한 것은 기득권이 아니라 사상”이라고 맺었는데, 위험한 건 사상일지라도 강력한 건 기득권일 것이다. 경제적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옹호해온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조차 1999년 칼럼에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주먹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수많은 펀드도 사실은 여러 개인이 가진 돈을 한곳에 집중시켜 그 큰돈으로 시장가격을 지배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제도적 수단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부유층의 저축이자 수입도 급증한다.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2000년 2조원가량에서 2021년 말 166조원까지 확대됐다. 고소득 부유층이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국민이 낸 사회보험이 주가를 부양·방어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부유층한테 더 많은 혜택을 안겨주는” 연기금 투자활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들이 대출 빚을 많이 지고 있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금융·부동산 자산가들이 훨씬 더 큰돈을 빌려 운용한다. 지렛대(레버리지)를 활용한 위험 분산투자다. 신용공급이 팽창하고 시중 유동성이 넘쳐났던 오랜 저금리 시대에 담보제공 및 차입신용 능력을 가진 자산가들이 막대한 돈을 빌려 주식·채권·외환·부동산 등에 분산투자했다. 투자자산의 상품구성 조합을 활용해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왔다.
한겨레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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