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매킬로이와 나이키 한솥밥 김주형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2023. 1.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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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나이키와 거액 스폰서 계약 체결… 4월 마스터스에서 첫 메이저 우승 노린다
나이키 모자와 옷, 신발을 착용하고 연습하는 김주형. [김주형 인스타그램]
2023년 메이저 골프 대회 첫 우승을 따낼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 5명 가운데 1명, 세계 골프계 영향력이 가장 큰 아시아 선수, 2023시즌에 주목할 후보….

새해를 맞아 김주형(21)에 대한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골프의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는 분위기다. 신년 들어 대형 계약까지 마치며 높은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올 시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도 남을 경기력을 이미 보였거나 뚜렷한 상승세로 메이저대회 왕관을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 5명을 선정하면서 김주형을 포함했다. 이 매체는 김주형이 아직 어리지만 재능과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또 김주형의 젊은 패기가 메이저대회에서도 최고 무기가 될 수 있으며, 2022년 프레지던츠컵에서 보인 열정과 끝내기 능력도 돋보인다고 보도했다.

美 SI "김주형, 재능과 강한 정신력 소유"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주형. [김주형 인스타그램]
김주형은 또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발표한 골프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 명단에 아시아 선수 가운데 1위이자 전체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25명 중 아시아 국적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ESPN은 "김주형은 1996년 타이거 우즈 이후 21세가 되기 전 2승을 거둔 선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어느새 거물 대접을 받는 김주형은 거액의 스폰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리조트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새해 첫 대회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새롭게 나이키 로고가 박힌 모자와 의류, 신발을 착용하고 출전했다. 나이키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통해 연간 500만 달러(약 63억6000만 원) 이상을 챙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써 2022년 세계 랭킹 1위 복귀로 화제를 뿌린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와 나이키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김주형은 "정말 멋진 일이다. 나이키는 확실히 최고 선수들만 보는 브랜드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스우시(나이키 로고) 팀의 일원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AP통신은 "자신만의 게임과 유머 감각으로 동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김주형의 글로벌한 배경을 반영한 계약이다. 김주형은 한국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호주를 거쳐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한국어, 영어, 필리핀 타갈로그어를 구사한다"고 보도했다. 과거 나이키는 한국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를 후원하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김주형을 후원한 CJ그룹과 계약은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당초 재계약 협상 시도가 있었으나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김주형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형이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20대 초반에 PGA투어 판도를 뒤흔들 재목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22년 1월 첫째 주만 해도 김주형의 세계 랭킹은 131위였다. 한국과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는 유망주 정도로 취급된 그의 2023년 1월 첫째 주 세계 랭킹은 15위로 116계단이나 상승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 랭킹이 됐다.

그가 PGA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2022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는 1라운드 1번 홀(파4)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투어 측이 1983년 홀별 데이터를 수집한 이후 1700여 개 대회에서 첫 홀 쿼드러플 보기 이상을 기록하고 우승한 선수는 김주형이 처음이다. 김주형은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20세 3개월 19일 만에 PGA투어 2승을 기록하며 1932년 랠프 굴달(당시 20세 2개월 1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기록자가 됐다. 특히 '골프 황제' 우즈의 2승 기록(20세 9개월 20일)을 6개월 가까이 앞질렀다.

김주형이 2022년 PGA투어 11개와 아시안투어 9개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은 약 41억 원. PGA투어의 총상금, 보너스 시스템 변화로 향후 슈퍼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코티 셰플러(27·미국)는 2022년에 상금 1400만 달러에 보너스를 합쳐 대회 출전만으로 3000만 달러(약 382억 원) 이상을 벌었다. 짐 퓨릭(53·미국)이 만약 2023년부터 PGA투어 생활을 시작해 앞으로 자신의 현재 통산 승수인 17승을 거둔다면 6억 달러(약 7600억 원)를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막 20대에 접어든 김주형이 PGA투어 통산 상금 기록까지 깨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상종가라서 앞으론 스폰서 계약에 따른 수입이 상금을 훨씬 상회할 수도 있다.

김주형의 메인 스폰서는 바뀌어도 공과 클럽은 계속 타이틀리스트와 인연을 맺게 됐다. 김주형은 "오래전부터 줄곧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 골프공만 사용하고 있다. 티샷에서 탄도가 높고 타구감이 견고하다. 쇼트게임에서 스핀 컨트롤도 잘 된다. 일관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하이넘버(5번, 6번, 7번, 8번) 공을 선택한 뒤 2차례 PGA투어 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투어 상금만 41억

김주형이 PGA투어 대회 주최 측이 제공한 전세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주형 인스타그램]
김주형은 일관성이 뛰어난 스윙이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2022~2023 PGA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92.7야드로 148위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75.61%로 8위다. 그린 적중률은 74.54%로 13위, 평균 타수는 68.548타로 6위에 올랐다.

미국 CBS스포츠는 김주형에 대해 "비거리는 열세지만 드라이버 정확도가 최상이며 아이언 플레이는 최고 수준이다. 버터처럼 부드러운 어프로치와 능숙한 쇼트게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드라이버는 타이틀리스트 신제품 'TSR3'를 2022년 여름 시장 출시 이전부터 사용해 효과를 봤다. 샤프트는 후지쿠라의 'Atmos 블랙 6X'를 장착했다. 김주형은 "미스샷을 하더라도 좌우 편차가 적은 안정적인 샷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바람에 강점이 있다는 이유로 'T100' 아이언을 쓰는 김주형은 하이브리드 클럽 대신 'T200' 2번, 3번 아이언을 갖고 다닌다. 김주형은 "2번 아이언을 치면 셋업 때 톱라인이 얇아 불안할 때가 있는데 T200은 엄청 편해 마치 7번 아이언을 치는 느낌을 주면서도 235야드가량 나간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주형은 새해에는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특급 무대에도 자주 오르게 됐다. 이번에 처음 출전한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전년도 PGA투어 우승자 또는 페덱스컵 상위 30명만 초청을 받았다. 총상금은 1500만 달러(약 191억 원)에 이르며 우승 상금이 270만 달러(약 34억 원)나 된다.

2022년 12월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한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콜린 모리카와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등 톱스타들과 출전했던 김주형은 4월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에 데뷔한다. 마스터스는 김주형이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했던 대회다. 김주형은 마스터스 초청 대상자의 19가지 기준 중 투어 정규시즌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초청됐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 명의로 보내온 초청장 사진을 올리고 "첫 번째 마스터스 출전까지 기다리기 힘들다. 곧 봐요, 오거스타"라고 적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관성 뛰어난 스윙이 최고 장점

2022년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모두 20대였다. 마스터스에서는 스코티 셰플러 PGA 챔피언십은 저스틴 토머스(30·미국), US오픈은 매슈 피츠패트릭(29·잉글랜드), 디 오픈은 캐머런 스미스(30·호주)가 정상에 섰다. 김주형이 메이저대회 20대 돌풍에 가세할지도 흥미롭다. 골프 전문가인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체육과학부)는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9명에 이른다. 이젠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한국 선수들보다 더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그 중심에 톰 킴(김주형)이 있다. 그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성과도 있어 메이저대회 우승 같은 경사스러운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BS스포츠에 따르면 김주형은 통산 81번 대회에 나가 8승을 기록했다. PGA투어에서는 20번 가운데 2번 우승했다. 승률은 10%. 어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으로 한번 우승 냄새를 맡으면 놓치지 않는다는 승부사 기질을 지녔다.

최연소 기록 전문가로 고속 질주하는 김주형은 '필드의 노마드(유목민)'로 불린다. 서울에서 태어나 1년 만에 제주로 갔고 골프를 가르치는 아버지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따라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떠돌았다. 요즘은 대회 주최 측이 제공하는 전세기까지 타고 다닌다.

‘페어웨이'보다 '러프'를 넘나들던 스물한 살 김주형이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황금빛 꽃길을 향하고 있다. 힘차게 떠오른 2023년 태양이 그의 앞날을 환하게 비출까.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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