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단톡방 탈퇴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잡음 막으려 신중한 처신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건에서 불필요한 잡음 없이 수사 결과로만 말하고 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대장동 비리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야권 지도부와 지난 정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찰 수사 라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7기)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연수원 29기) 등 검찰 지휘부와 주요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엄희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연수원 32기), 이희동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연수원 32기)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원석 총장 "부당한 검찰 수사 공격에 단호히 대처"
이 총장의 엄호 속에서 검찰 주요 수사를 총괄하는 '야전 사령관'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구속기소하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반부패수사1부와 반부패수사3부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잇달아 구속기소했다.
송 지검장은 수사 과정에서 행여 있을지도 모를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고자 주변 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들에게 자신을 취재하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달라고 당부하고, 지검장 취임 후 학교 동문들과 함께 가입돼 있던 단체카톡방에서 탈퇴하는 등 처신에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송 지검장에 대해 "파이팅이 넘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線)'이 굵고 강단과 결기가 있는 성품이라는 평이다. 평소 말수가 적지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에 대해 "검찰이 월북몰이로 다시 몰아간다"고 비판하자 송 지검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감서 야당 의원과 설전 벌인 송경호 지검장
송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3차장을 지냈다. 특수2부장 시절 윤석열 지검장, 한동훈 3차장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연루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부임하기 전 송 지검장은 2016~2017년 수원지검 특수부장으로 있으면서 성남시 공무원의 승마장 인허가 관련 비리, 용인시장 뇌물수수 의혹, 하남시장 일가 인허가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해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수사 실적을 눈여겨본 윤 대통령이 그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전 근무지에서 송 지검장을 떠나보내지 않으려 해 윤 대통령이 '애를 많이 썼다'는 후문도 있다.
2019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한 송 지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충돌했다. 당시 조 전 장관 수사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송 지검장이 대립한 검찰 인사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잇따른 지시에도 이성윤 지검장은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연관된 민주당 최강욱 의원(당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기소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송 지검장이 3차장으로서 최 의원 불구속기소를 전결(專決)했다. 전결 일주일 전 서울중앙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선 이 지검장 면전에서 직접수사 부서를 없애는 것이 뼈대인 직제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후 송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돼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수원고검 검사 등 한직을 떠돌았다.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의 양 날개'인 공공수사부(옛 공안부)에서도 상당한 수사 결과가 나왔다. 이희동 공공수사1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최근 공공수사1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구치소에서 소환 조사했다.
전 정부의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됐고 북한 관련 문제까지 엮인 복잡한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희동 부장검사는 검찰 내 '공안통'이다. 2000년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3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한 이 부장검사는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2과장,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장 등을 지내며 선거, 노동 사건을 다수 맡아 수사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대검 공안2과장으로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지휘하다 좌천됐다.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패싱 인사' 때 윤 대통령이 끝까지 유임해달라고 요청한 대검 간부 6명 중 1명일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검사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2013~2014년 통합진보당(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맡은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대책 TF' 파견이다. 당시 법무부 TF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고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에 따라 통진당은 해산됐다.
주요 수사 맡은 특수통·공안통 동기
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대책 TF' 팀장을 지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주간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당시 이희동 검사가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에 기반한 통진당의 강령이나 당 관계자들이 저술한 책자, 문건 등에 대한 분석을 주로 맡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정부 5년 동안 공안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이 공안부에서 방출되고 수사 라인에서 빠진 가운데 이 부장이 공안통으로서 수사의 맥을 잇는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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