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에 새 패널이 등장했다. 중소기업 사원의 애환을 그린 ‘좋좋소’에서 일반인인 듯 아닌 듯 생활 밀착형 연기를 펼치는 남현우. ‘SNL 코리아’ 인기 코너 ‘주기자가 간다’에서 주현영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그를 알아봤다.
2022년 11월 19일 시즌3로 돌아온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유명 코너 '주기자가 간다’의 주 기자 옆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후배 기자를 맡은 패널 남현우다. 이 코너는 패널 주현영이 기자로 분해 유명인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콘셉트. 일반적인 인터뷰에선 상상도 못 할 질문을 던져 지난 시즌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주 기자 옆에 더 눈치 없는 인턴 기자, 남현우가 등장했다.
"장가를 두 번 가는 비결이 있을까요?"
‘주기자가 간다’에서 남현우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던진 질문이다. 인턴 기자에서 정 기자가 된 선배 주 기자의 입에서 "그런 거 물어보면 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주 기자의 그것을 거뜬히 능가하는 모습이다. 불편하지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남현우,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거니.
‘좋좋소’ 생활 밀착형 연기로 주목
평소 OTT 서비스를 즐겨 봤다면 배우 남현우를 이미 알 수도 있다. 남현우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왓챠 오리지널 웹드라마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의 주인공 '조충범’을 맡았다. '좋좋소’는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의 일원이 된 29세 사회 초년생 조충범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다. 상황과 캐릭터 모두 실제를 옮겨놓은 듯한 현실 고증 100% 디테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풍자하는 씁쓸한 재미는 덤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주인공 남현우는 2022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다.
남현우는 '좋좋소’ 시즌5까지 참여하며 조충범 특유의 '폐급미(美)’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시즌1만 해도 맥락 없는 말, 눈치 없는 웃음, 멍한 눈빛과 목소리까지 어디 있을 법한 '폐급(군대에서 폐기 직전의 보급품을 이르는 말로 집단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형상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어딜 가도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가 미울 법도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그를 보며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왠지 모르게 짠한 포인트와 누구나 겪을 법한 현실적인 경험이 공감을 더한다. 특히 극 중 소통 오류로 조충범이 부산 공장까지 가 직접 포장하다 혼나는 장면은 신입 사원의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시청자들은 "상황에 몰입돼 다큐멘터리같이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방송에서 남현우는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 넓은 공장에 있으니 슬픔과 씁쓸함이 동시에 몰려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하이퍼리얼리즘’ 연기는 세상 어딘가 정승네트워크의 조충범 사원이 실제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충범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응원하고 싶은 폐급이 된 이유다.
남현우는 조충범의 외관에도 현실 고증 요소를 여럿 반영했다. 특히 조충범의 표정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배우 남현우의 모습과 캐릭터 조충범의 모습은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얻은 요소를 외양 연기에도 반영한 덕이다. 그는 한 인터뷰서 안면 근육 놀림의 비법을 밝히기도 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눈에 힘을 빼고, 살짝 (턱을) 치켜들어야 해요. 안경까지 쓰고, 입꼬리 한쪽만 올리면 완성이죠."
힙한 분위기로 반전 매력
이러한 노력으로 "실제 중소기업 다니다 온 사람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의심도 종종 받지만 배우 남현우와 캐릭터 조충범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는 사실 중소기업 한번 다닌 적 없는 예대 출신 배우인 데다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조충범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힙(hip)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피드 곳곳엔 MZ세대답게 트렌드인 서핑과 발레를 즐기는 남현우의 사진이 여럿 올라와 있다. 게다가 집단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던 '좋좋소’ 속 조충범과 달리 본캐 남현우는 2019년 전국노래자랑 부산 동래구 편에 나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고 인기상을 받을 정도로 소위 '인싸’다.
사회에서 배제되던 '폐급’을 하나의 애정 어린 캐릭터로 만든 그는 그 매력을 살려 'SNL 코리아’ 시즌3에 합류했다. 첫 등장부터 주 기자를 능가하는 심상찮은 후배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기대를 높이는 데 성공한 것.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지 한 달, '주기자가 간다’ 외에도 장점인 관찰과 묘사를 살려 코너 곳곳에 등장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많은 연극부터 드라마 '로스쿨’,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0)의 이미지 단역(주조연과 함께 신에 등장해 별 대사 없이 리액션 연기를 하는 역할)까지 한 단계씩 실력을 쌓아온 그다. '좋좋소’에 이어 이번 'SNL 코리아’를 통해 발돋움할 배우 남현우에게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