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두산 유턴 홍성흔의 추억… 양의지 152억 계약, ‘포수’로 얼마나 뛸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이적한 선수가 두 번째 FA를 통해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사례는 KBO리그에서 극히 보기 드물다. 보상 장벽도 장벽이고, 한 번 팀을 떠난 선수를 다시 품는 것도 정서상으로 이래저래 부담이 된다.
그런 케이스가 있으니 바로 홍성흔(46)이다. 1999년 OB의 1차 지명을 받은 홍성흔은 입단 직후부터 바로 주전 포수로 발돋움해 꾸준히 경기에 나섰고, 좋은 기량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선수로 베어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은 홍성흔은 두산 잔류 대신 롯데로 이적해 인연이 잠시 끊겼다.
롯데에서 보낸 홍성흔의 4년은 성공적으로 기억된다. 더 이상 포수는 아니었지만, 지명타자로 뛰며 꾸준한 공격 생산력을 뽐냈다. 2009년은 타율 0.371, 2010년은 타율 0.350을 기록하는 등 정상급 공격력을 보여줬다. 남은 2년도 앞선 2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을 뿐 자기 몫은 했다. 지명타자가 팀에 가져다 줄 수 있는 값어치는 충분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홍성흔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두산으로 이적했고, 두산에서 마지막 4년을 뛰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팀을 떠났던 홍성흔을 다시 영입한 것이다. KBO리그에서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로 남아있다.
그런데 두산은 또 다시 FA로 팀을 떠난 선수를 재영입하는 결단을 내린다. 바로 양의지(36)다. 리그 최고의 포수로 뽑히는 양의지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어 NC와 4년 125억 계약을 했다. 당시 NC의 집요한 공세에 두산은 양의지를 허무하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돈 싸움에서 따라가기가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4년 뒤는 양상이 반대였다. 이승엽 감독을 선임한 두산은 양의지라는 베테랑 포수에 집요하게 달려들었고, 4+2년 최대 152억 원이라는 KBO리그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으로 유턴을 성사시켰다. 취임 당시부터 포수 보강 필요성을 역설했던 이승엽 감독에게는 최고의 취임 선물이 됐다.
홍성흔은 유턴 당시 4년 31억 원에 계약했고, 이는 당시 시세를 봤을 때 특급보다는 아래에 위치한 계약이었다. 나이를 고려해야 했고, 홍성흔은 양의지처럼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였다. 홍성흔은 첫 2년은 나쁘지 않은 성적, 마지막 2년은 다소 부진한 기록으로 성적표 작성을 마감했고 이 계약은 크게 성공하지도, 크게 실패하지도 않은 계약으로 기억에 남았다.
반대로 양의지는 152억 원이라는 금액이 주는 압도감 때문에 성적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의지는 리그 최고의 포수 리드와 수비력을 갖춘 포수로 평가받지만, 타자로서도 리그 정상급 선수다. 다만 둘 다 있을 때 152억 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 양의지라면 값어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양의지는 올해 만 36세가 됐고, 포수로서는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할 나이가 됐다. 실제 NC에서도 양의지의 포수 출전 비중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였다. 양의지는 2015년 1003⅔이닝을 포수로 뛰었고, 2018년에도 861⅔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NC에서의 4년 동안 한 시즌도 800이닝 이상 수비를 하지는 않았다. 부상도 있었지만 양의지를 더 신선한 상황에서 쓰기 위해서는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양의지는 여전히 포수고, 여전히 80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 배터리 코치는 “아직은 몸이 둔해졌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부상만 없다면 앞으로 몇 년은 그 정도(800이닝)는 뛸 수 있다. 그렇게만 해도 계약은 성공 아닐까”라고 했다. 6년 계약 기간 중 앞선 기간에 최대한 포수로 많이 나가야 두산도 계약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타격 성적은 물론 포수 수비 이닝도 평가에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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