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 공동연습’ 논란에 서둘러 진화했지만…“핵없는 한국 현실 드러나”
양국 정부 즉각 해명 “확장억제 관련 논의 이어갈 것”
“한미 공동 핵 연습 불가능…전술핵 배치도 안 된 현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띄운 ‘한미 핵 공동 기획·연습’에 대해 자칫 한미 정상 간 엇박자로 해석될까 양국이 발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다만 엄중해지는 국제질서 속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기에는 사안 자체가 무겁다. 핵을 보유하지도, 전술핵 재배치도 되지 않은 한국은 확장억제 제공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핵 공유’ 수준을 원하지만, 미국의 태도에서 인식 차이가 드러난 점에 주목하는 해석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양 정상은 캄보디아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시나리오에 대한 효과적인 공동 대응 방안을 계획할 것을 지시했다”며 “우리는 확장 억지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일 “핵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정보의 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이라는 것은 기존의 우리가 북한 도발에 맞서, 북핵 위협에 맞서 미국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진전되고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Joint Planning)·공동연습(Joint Exercise)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 말도,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한 말도 틀린 것은 없다.
윤 대통령이 말한 핵전력 공동기획과 공동연습은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 핵 사용에 대비해 정보 공유, 협의체계,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실무 단위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롭게 시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의 수준이나 정도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핵전력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2나 B-52의 작전을 동맹국의 전투기가 호위하는 ‘스노캣(SNOWCAT·Support of Nuclear Operations with Conventional Air Tactics)’이 대표적이다.
미 고위 당국자가 언급한 핵무기 운용연습인 ‘테이블탑 연습(TTX·table top exercise)’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 2011년 이후 연례훈련 방식으로 진행돼 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만 열렸다. 이를 올해부터 매년 정례화한다는 것이 한미 간 협의사항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인식한 ‘공동 핵 연습’은 핵을 보유하거나 유사시에 미국 전술핵을 사용하는 국가들 간에 실제 핵전쟁 상황을 가정해 하는 훈련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 훈련이 있다. 따라서 핵 보유국이 아닌 한국이 미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실과 백악관의 설명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고 미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 그 정도가 현재 수준”이라며 “미국이 국내법으로 핵에 관련된 모든 결정 과정과 최종 결정은 미국 대통령만 하게 돼 있어 동맹국과 공유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공동기획·공동연습’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핵 사용의 결정권을 공유하겠다는 이야기는 (미국이) 절대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념의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 오해가 생긴 것이라는 양국 정부의 설명에도 이번 사안을 통해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핵전력 공동기획·공동연습’을 언급하며 “사실상 핵 공유 못지않은 실효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미국은 핵무기 운용에 관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단일 권한’ 입장이다.
한미가 확장억제 강화를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협의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공조를 부각하려다 양국 간 온도차가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핵을 보유하지 않고 전술핵 배치도 안 된 한국의 상황에서 미국과 핵이 동원되는 실질적인 연습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공직을 지낸 한 전문가는 “한국이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 핵 연습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라며 “미국의 핵 자산도 없는 현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진정한 핵공유 연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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