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개성도 뚜렷! 2023년 더 빛날 ‘주연급 신인’들 풍년
<한겨레> 방송연예 담당기자들이 ‘2023년 케이(K) 콘텐츠를 빛낼 얼굴’을 결정하는 데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필요했다. 지난해 두각을 나타낸 배우들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이 배우를 빼야 하다니” “이 배우는 꼭 넣어야 해”라며 흘린 눈물만 한강이다. 선정 인원을 늘려야 하나?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하나? 방송사들이 이래서 연말 <연기대상>에서 공동수상을 남발했나 보다.
드라마는 대략 2년 전까지만 해도 새 얼굴 기근 현상에 시달렸다. 이 행복한 고민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토종 오티티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서 드라마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은 2019년 <킹덤>을 시작으로 넷플릭스가 주도권을 갖고 왔다. 지난해에는 티빙, 웨이브, 왓챠까지 뛰어들면서 자체 제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작품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배우가 필요해졌다. 오티티에서는 신선한 얼굴을 주연급으로 기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020년 넷플릭스 < 스위트홈>에서 발굴한 송강, 이도현, 고윤정은 지금 케이 콘텐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겨레>가 올해 활약할 배우로 꼽은 ① 강해림도 그런 경우다. 강해림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범죄스릴러 <썸바디>에서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 개발자 김섬을 연기했다.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았다. 작품 자체는 여러 이야기가 제대로 섞이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강해림의 매력은 제대로 빛났다. 묘한 얼굴이 특별했다. 전체적으로는 깨끗하고 청아한데, 그 안에 지독하고 쓸쓸한 모습이 감춰져 있다. 연기 폭이 좁을 것 같은데 들여다보면 굉장히 넓을 것도 같다. <한겨레>가 높이 산 것은 끌어당기는 힘. 미소, 무표정, 말하는 얼굴까지 그의 표정을 계속 보고 싶게 만든다.
② 이종원도 분위기와 함께 기억되는 배우다. 이종원은 지난해 <금수저>(문화방송)에서 황태용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금수저 황태용일 때는 말없고 차갑게, 흙수저 이승찬일 때는 천진난만하게 1인 2역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그 차이가 뚜렷해 시청자들의 환심을 샀고, 지난 연말 ‘연기대상’에서 신인상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진짜 매력은 2020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티브이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카페 아르바이트생 안효석으로 나온다. 평범한 캐릭터인데 이종원 자체의 분위기와 나른한 목소리가 더해져서인지 일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종원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영화의 느낌이 났으면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종원은 연기할 때 공기가 함께 바뀌는 걸 보여주는 배우다.
이종원의 또 한가지 매력은 턱선이다. ‘브이 라인’을 선호하는 시대에, 그의 각진 턱선은 그를 고급스러운 느낌의 배우로 만들어 주고 있다. ③ 전채은의 쌍꺼풀 없이 가로로 긴 눈도 그렇다. 드라마에서 한번 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전채은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때는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그의 전매특허다. 그는 2022년 다작을 했다. <작은 아씨들>(티브이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한국방송2) <오늘의 웹툰>(에스비에스)에서 여러 인물로 나왔다. 캐릭터 성격이 극과 극을 달렸다. 연기도 잘했지만 깊은 눈이 감정을 더 끌어올려주는 듯 하다. 크고 가로로 긴 눈매는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눈빛으로도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연기가 점점 기대된다.
지난해엔 이종원과 강해림처럼 각자의 매력이 뚜렷한 배우들이 특히 많이 등장했다. 작품이 다양해지고 환경이 변하면서 인기에 관계없이 캐릭터에 맞는다면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썸바디> 정지우 감독도 이 작품을 연출할 당시 “캐릭터에 걸맞은 배우와 작업하기 쉽지 않다. 신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게 가장 행복했다”고 했었다. 이는 신인들의 연기력도 뛰어나다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제이티비시)에서 순양가 며느리 모현민을 연기한 ④ 박지현은 기가 대단했다. 이성민부터 데뷔 전 자신의 연기 선생이었던 조한철 등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다. 박지현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이 즐겁다”고 했다. 오랜만에 보는 카리스마와 우아한 매력이 공존하고 있는 배우의 발견이다.
모현민이 된 박지현은 2021년 <유미의 세포들>(티빙) 구웅의 여자사람친구로 나왔을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여유가 생기고 노련해진, 부쩍 성장한 모습이었다. 업계 사람들은 요즘 신인들은 데뷔하고 연기를 배우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작품 무대나 연극 무대 등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와 전속 계약을 하는 식이기 때문에 이미 연기가 어느 정도 되는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공을 가늠하는 것은 누가 빨리 프로의 세계에 익숙해지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멘탈코치 제갈길>(티브이엔)에서 수영 스타 이무결로 나온 ⑤ 문유강이 그런 경우다. 그는 2020년 <이태원 클라쓰>(제이티비시)에서 잠깐 등장한 것이 드라마의 시작이고, 이번에 이무결로 차세대 스타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연극판에서는 이미 스타다. 그는 2019년 당시 연극에서는 이례적으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을 뽑았는데 27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어나더 컨트리>에서 주역을 맡았다. 대학로에서 스타 탄생이라고 떠들썩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어색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는데 <멘탈코치 제갈길>에서 드디어 ‘내가 대학로를 떠들썩하게 했던 문유강이다’를 보여줬다. 심각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싱거운 농담을 내뱉는 장면을 어색하지 않게 처리하는 등 연기가 매끄러워졌다.
지난해 많은 얼굴들이 등장한 데는 <슈룹>(티브이엔) <환혼>(티브이엔)처럼 젊은 배역이 등장하는 퓨전 사극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사극에서 유독 빛났던 얼굴들이 있었다. <환혼>에서 ⑥ 이재욱을 발견했다. <환혼>은 내용이 전반적으로 기대보단 아쉬웠지만 대부분 입 모아 칭찬했던 것이 이재욱의 연기다. 특히 농담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장면에서 능청스러운 연기가 뛰어났다. 발음이 좋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잘 드러냈다. 이재욱이 맡은 장욱은 출생의 비밀로 환혼술도 배우지 못하는 등 여러 아픔을 갖고 있다. 파트1에서 서운함, 사랑, 아픔 등 정적인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해야 했다면 파트2에서는 흑화되어 차가움, 독함 등을 절제되면서도 카리스마 있고 묵직하게 드러내야 했다. 장욱 역할이 중요해 신인이 그 무게를 이겨낼까 우려도 있었는데 그는 잘해냈다.
드디어 그의 순서다. <슈룹>으로 성남대군 ⑦ 문상민이 등장했다. 문상민은 2021년 넷플릭스 <마이네임>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는데 오히려 사극에서 더 빛이 났다. 눈빛 연기가 좋았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도 그에게 어울렸다. 중저음의 목소리에 발음도 어느 정도 또렷한 것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치얼업>(에스비에스)에서 너무 행복한 에너지를 선물해준 ⑧ 한지현을 추천한다. 한지현은 사실 2020년 <펜트하우스>에서 주목받았던 배우다. 그러나 2021년 <펜트하우스> 시즌2, 시즌3까지 표독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던 그에게 <치얼업>이야 말로 진짜 배우로서 한단계 내디딘 작품이 아닐까. <치얼업>에서 도해이를 그보다 더 사랑스럽게 표현할 배우가 있을까? 보는 내내 시청자들을 웃게한다면 그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 아닐까. “물어본 사람~ 궁금한 사람~”이 지금도 내내 가시지 않는다.
(※2023년을 빛낼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를 디지털에서 만나세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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