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vs첨단무기’ 올해도 마주보고 달리려는 남북
2023년 한반도 어디로 ③ 불붙는 군비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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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우리 언론에 평화의 희망과 정반대되는 현실이 헤드라인으로 떴다. 새벽에 ‘(북한) 초대형 방사포 오늘 1발(어제 3발) 발사’라는 속보가 뜨더니 하루 종일 북한의 당 전원회의 결과 발표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요컨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술핵을 다량 생산하고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으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핵탄두 증대와 동원력 강화 등 새해 군사력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들을 <비비시>(BBC)와 <시엔엔>(CNN) 등 국제 언론매체들이 그대로 받아 새해맞이 불꽃놀이 사이에 어두운 배경으로 배치했다.
지난해 8월 이후 핵공격 능력을 갖춘 미군 전략무기들이 한·미·일 연합훈련에 동원되고 북한은 핵무력 운용 법제화와 함께 다양한 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하면서 한반도 군사 문제에서 핵전쟁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실제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비록 제로(0)가 아니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무력 강화를 “자기의 시간표대로 어김없이 전진”시키겠다고 (지난해 12월26일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이상 그에 대한 전망과 의미 분석은 필수적이다.
북한판 양탄일성과 핵무력 3각 체계
북한이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분열탄(원자폭탄)과 융합탄(수소폭탄)을 포함한 6차례의 핵시험을 실시했고, 아이시비엠과 2차례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에 바탕을 두었다. 외형상 중국이 1970년에 실현한 소위 ‘양탄일성’(兩彈一星·두개의 폭탄과 하나의 인공위성)의 재현이었지만 실질적 능력과 기술 수준에서 ‘미흡한 완성’이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은 핵무력을 바둑판의 사석(捨石·버리는 돌)처럼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2019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불사의 대마로 키워낸 듯하다. 핵무력 완성은 일회성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인 ‘완성도 제고’의 과정이 되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6차례의 핵폭발 시험 뒤 핵무장을 한 사례에 비추어 보면 북한도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의 추가적 시험의 필요성은 정치적 시위의 목적이 아니라면 기술적 측면에서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화성-17형처럼 아이시비엠 사거리 능력을 충분히 구비한 상태에서 위력 증대, 다탄두화, 재진입 및 종말유도 고도화 등은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공위성 분야는 북한의 발표대로 군사정찰위성의 보유 및 운용이 목표다. 2012년과 2016년에 발사하여 궤도 진입에 성공한 ‘광명성 3·4호’ 인공위성들은 탑재중량이 100㎏ 내외로 가볍고 정상 작동을 못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위성은 같은 무게의 탑재체를 운반한다면 아이시비엠에 비해 발사 초기에 더 큰 추력을 필요로 한다.
북한이 지난 12월16일 실시한 신형 아이시비엠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과 18일의 정찰위성 로켓 발사 시험은 북한의 발사체 및 탑재체 양면에서 기술 진보의 속도가 상당히 빠름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머지않아 북한이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 고체 로켓부스터를 사용하여 500㎏ 이상의 중형 위성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전력은 미국이나 러시아와 같이 핵무기 3각 체계(아이시비엠·전략핵잠수함·전략폭격기)가 아니라 전략폭격기를 제외한 아이시비엠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스엘비엠)만으로 ‘양각(兩脚) 체계’를 구성할 것이다. 폭격기 대신 전술핵무기를 핵전력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포함한다면 ‘북한판 핵무력 3각 체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은 북극성 계열의 장거리 에스엘비엠 개발을 지속 추진해 왔고 2019년 7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조 중인 핵잠수함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한 바도 있다. 전술핵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케이엔)-23과 24, 대구경 방사포인 KN-25,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등의 시험 발사를 ‘무수히’ 실시함으로써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제부터 북한은 아마 단거리 미사일은 통상적인 훈련이나 시위용으로 발사하고 핵잠수함과 에스엘비엠, 순항미사일의 개발과 시험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억제 명분’ 내세워 끝없는 군비경쟁
북한의 핵무력 강화에 대한 반응은 미국의 소위 ‘확장억제’ 강화와 한국 및 일본의 재래식 군비증강을 통한 억제다. 흔히 핵우산이라 부르는 확장억제는 원래 1950년대 미국이 소련의 핵위협에 대하여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 제공한 보장책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보장책은 다른 국가들의 핵보유를 억제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면서 미-소 간 무한 핵 군비 경쟁을 유발하여 핵전쟁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되었다. 북한과 미국의 핵보유 상태와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을 과거 냉전시대와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그 역설적 측면이 어떤 기시감을 주기도 한다.
한반도 지역의 군비경쟁은 당분간 구조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라는 세계 전략의 틀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동맹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억제의 실행에서도 구조적 불평등성과 불합리성이 나타난다. 비핵국인 한국과 일본은 재래식 첨단무기로 선제타격과 참수작전, 대량보복, 적기지 보복공격 등 실효성이 의심되고 확전 위험성을 키우고 비용도 많이 드는 역할을 맡는다. 최강의 핵보유국인 미국은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연합훈련을 ‘멋진’ 레토릭과 함께 실시하고 고가의 무기 판매로 수익을 올린다.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명목상 일본 방위예산보다 큰 57조원 이상이다. 일본은 5년 내에 방위비를 현 수준의 2배로 늘리고 북한에 대한 ‘반격능력’을 갖추기로 결정했다.
군비경쟁을 끝내려면 적대 쌍방이 각각 두 가지 믿음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방위력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과 상대의 전쟁 포기 의도에 대한 신뢰다. 남북한은 이 두 가지 중 어떠한 것도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 새해 첫날 한국군 통수권자는 일전불사의 각오와 행동을 주문했고 국방 책임자는 북한의 정권 종말을 다시 거론하고 예하 군지휘관들은 ‘문민통제’의 군대답게 행동 준비에 나섰다. 대한민국과 한반도 공동체의 안보, 어디로 어디까지 갈 것인가.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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