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순양생명’에 목숨 걸었던 이유…‘삼성생명법’에 답 있어요 [뉴스 쉽게보기]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의 온갖 비리를 처리하다 죽은 비서가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간직한 채, 그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태어난다는 설정의 드라마예요. 배우 송중기가 연기한 ‘진도준’이라는 인물이 가상의 기업인 ‘순양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후계 다툼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죠.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순양그룹은 현실의 삼성그룹을 연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어요.
순양그룹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가 하나 있어요. 바로 ‘순양생명’이라는 보험회사인데요. 드라마에선 순양생명을 손에 넣으면 사실상 순양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그려지죠. 현실의 삼성생명도 비슷한 점이 있어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의 총수라 불리는 데도 삼성생명의 역할이 크거든요.
그런데 올해 삼성생명을 겨냥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대요. 소위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법인데요.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꼭 필요한 법’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이 법이 삼성전자 주가와 한국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줄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죠.
삼성생명을 겨냥한 법이 왜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요?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삼성생명이 왜 중요하다는 걸까요?
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잖아요. 일정한 보험료를 보험사에 지불하고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받죠. 보험사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여기저기에 투자하면서 돈을 불리고요.
그런데 보험사가 아무 데나 투자를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보험 고객들의 돈으로 투자한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죠. 최악의 경우엔 보험사를 믿고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보험업법은 보험사들이 특정 회사에 편중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놨어요. 흔히 ‘보험회사 3% 룰’이라고 불리는 내용인데요. 보험회사가 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투자 격언처럼요.
보험업법을 보완하겠다는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은 이 원칙을 더욱 까다롭게 적용하겠다는 취지예요.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건 이 법안이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했기 때문이죠.
삼성생명은 40여 년 전, 지금은 5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가가 1000원쯤 할 때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어요. 그래서 취득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5500억원 정도밖에 안되죠.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300조원 정도 되니까 0.2%가 채 안 되고, 당연히 ‘3% 룰’에도 안 걸려요.
삼성생명법의 핵심은 ‘3% 룰’의 기준을 취득 당시 주가가 아닌 현재 주가로 바꾸자는 거예요. 앞서 말했듯 지금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이 넘잖아요. 현재 주가로 기준을 바꿔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30조원 수준이에요. 삼성생명의 총자산인 300조원의 10%에 달하는 거죠. 법안이 통과되면 3%를 초과하는 나머지 7%, 약 21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삼성전자 주주들 중엔 삼성생명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이 쏟아져 나오면 당연히 주가도 내려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삼성생명 입장에서도 꼬박꼬박 배당금이 나오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게 내키지 않을 수 있고요.
그렇다면 이재용 회장은 어떻게 삼성그룹의 총수라 불릴 수 있는 걸까요? 그는 삼성물산 지분 약 18%를 보유한 최대주주예요. 그리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정도를 보유한 최대주주죠.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8.5%를 보유한 최대주주고요. 기업의 주인은 주주잖아요. 최대주주는 가장 영향력이 큰 주인이겠죠. 삼성전자의 주인은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주인은 삼성물산이니까 결국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주인이라 볼 수 있는 거예요.
▶고객 보험료로 이래도 돼?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에 사용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에요.
▶다른 금융회사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주요 금융회사들도 투자를 하고 자산을 불릴 때 여러 법의 제약을 받는데요. 이 법은 대부분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적용돼요. 유독 보험사만 예외적으로 취득 가격기준을 적용받는 거죠. 다른 금융회사들 입장에선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고요.
▶삼성전자 투자자는 어떡하라고
앞서 말했듯 20조원이 넘는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거예요.
▶이제 와서 이러기 있어?
삼성생명이 과거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땐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법을 바꾼 다음에 강제로 주식을 팔라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거죠.
올해 삼성생명법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요. 삼성 그룹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삼성생명 고객과 삼성전자 주주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요. 삼성생명법과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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