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신현영 징계 요청'으로 본 '의원 징계'의 정치학

이경원 기자 2023. 1. 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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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을 열흘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기간만 합의됐을 뿐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신현영 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참사 당일 명지병원 재난 의료지원팀의 긴급출동차량, 닥터카에 중도 탑승해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 의원의 배우자가 닥터카에 동승했고 비슷한 거리에 있는 다른 병원의 지원팀보다 현장 도착이 늦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구조 활동이 차질 빚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20명은 지난달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안도 제출했습니다. 징계안에는 신 의원이 국회법에 규정하고 있는 직권남용 금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21대 국회 들어 34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2번째 징계안입니다.

일각에서는 의원 징계안이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여야가 걸핏하면 징계안을 발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 보도도 여럿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여러 정치적 논란이 있지만, 오늘 팩트체크는 징계안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합니다. 의원 징계안이 어떨 때 많이 발의됐는지, 과거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보는 작업입니다.

"정쟁이 심할 때 징계안도 많이 발의됐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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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징계 절차는?


사실은팀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s://likms.assembly.go.kr/bill/main.do)에 올라와 있는 국회의원 징계안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기간은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부터 21대 국회 현재까지입니다.
[ https://likms.assembly.go.kr/bill/main.do ]

논의를 하기 전에 먼저, 먼저 국회의원 징계 절차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징계안은 법안과 마찬가지로 의원 20명 이상,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이 발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모욕 당한 의원 당사자도 징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의원들로 구성된 윤리특위에서 논의가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에 설치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의견을 물을 수 있는데, 윤리특위는 자문위 의견을 참고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자문위 의견은 참고 사항일 뿐, 구속력은 없습니다. 윤리특위가 징계 수위를 결정하면, 국회 본회의로 안건이 넘어갑니다.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징계가 집행되고 부결되면 폐기됩니다.

징계안 전수 분석 결과, 민주화 이후 총 280건의 징계안이 검색됐습니다. 280건의 징계안 가운데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의원들 의사에 따라 철회한 게 245건으로 87.5%였고, 33건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회의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단 두 건이었습니다. 2011년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강용석 전 의원이 '30일 국회 출석 정지'로 처리됐고, 그다음이 지난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었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대치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의 실력 행사로 가능했던 결과였습니다. 김 의원은 바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헌법재판소는 가처분을 인용했습니다.

지난해 6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있는 모습.

일부 언론에서는 2015년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은 심학봉 전 의원의 경우 제명이 의결됐다고 쓰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윤리특위에서 '제명'이 의결돼 본회의로 넘어갔지만, 심 전 의원이 본회의 의결 전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징계안은 임기만료 폐기됐습니다.
어쨌든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징계 가결률, 280건 가운데 단 두 건으로 0.7%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셀프 심사'를 하다 보니 징계안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최다…연말에 대거 발의


그러면 본격적으로 분석 결과 살펴보겠습니다. 한 번에 7건 이상 발의된 경우를 따로 표시했습니다.


민주화 이후 초기에는 의원 징계안을 발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수립 직후인 1998년 3월, 징계안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김종필 총리 인준 파동' 때였습니다. 무려 25건이 발의됐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당시 자민련 명예총재를 첫 국무총리로 지명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5·16 쿠데타 가담 경력 등을 이유로 인준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표를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백지투표를 했습니다. 이에 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투표를 제지했고,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욕설과 고함이 오가며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에 여당은 징계안을 대거 발의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징계안 대거 발의의 첫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신현영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는 모습.

위 표를 쭉 보시면, 18대 국회에서 징계안이 유독 많이 발의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와 겹치는 시기인데, 예산안을 비롯해, 언론법과 같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법안을 강행 처리한 적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20대 국회 때도 대거 발의됐을 때가 많았습니다. 박근혜 후반, 문재인 정부 초중반과 겹치는 시기입니다. 특히, 2019년 2월 징계안이 많이 제출됐습니다. 2019년 1월 손혜원 전 의원의 이해충돌 의혹이 나오자 당시 자유한국당은 징계안을 발의했고, 이후 민주당은 5.18 망언으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습니다. 민주당은 이후 별건으로 송언석, 윤영석, 이장우, 이학재, 장제원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대거 내놓으며 맞섰습니다.

발의 속도로 보면 지금 21대 국회 때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벌써 34건이 발의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후반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으로 갈등이 극에 달했을 시점과 겹칩니다.



즉, 18대와 20대, 그리고 지금의 21대 국회, 이명박 정부 당시, 문재인 정부 중후반 징계안 발의가 유독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18대와 21대 국회는, 한 정당의 의석수가 압도적인 경우였습니다.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사례가 있었고, 그 반작용으로 맞은편 정당의 저항이 극렬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많았고, 이를 규탄하기 위한 징계안 발의로 이어졌습니다. 자연히 맞은편에서는 보복 발의로 맞대응하면서, 징계안이 많이 쌓여갔습니다.

한 해를 기준으로, 주로 언제 많이 징계안이 제출됐는지, 월별로도 분석했습니다.


마지막 분기에 징계안이 많이 제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은 국정 감사도 있고, 연말에는 예산안 심사가 있는 시기입니다. 여야가 얼굴을 맞대고 협상할 일이 많습니다. 다툼도 많고, 심지어 막말과 폭력이 오가기도 합니다. 자연히 '징계안' 쏟아질 때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만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순방 당시 비속어 발언을 두고 여야 간 막말이 오갔고, 그만큼 많은 징계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윤리'가 아니라 '정쟁'?


사실은팀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34건의 징계안의 내용도 분석했습니다. 의원 개인의 발언과 관련해 징계안이 발의된 경우를 따로 뽑아 정리했습니다.


여야가 격하게 대립하는 현안, 그 과정에서 나온 거친 말들에 대해, 상대 정당이 징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징계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의원 징계안과 정쟁 간의 상관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쟁이 심하면 그만큼 막말과 폭력이 오갔고, 자연히 상대방에 대한 징계안 발의도 많았습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싸울 일이 많은 정기국회 기간, 징계안 제출이 많다는 점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이런 면에서 의원 징계안은 정쟁의 거울입니다.

국회의원 징계 제도가 '의원 윤리'가 아닌, '정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의 윤리적 결함을 부각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소재였던 셈입니다. 수북이 쌓여가는 의원 징계안, 그 중심에는 토론과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미숙한 정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달리 말하면, 국회의원 징계 제도는 효능감이 없어진지 오래며, 보다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인턴 : 강윤서, 정수아)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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