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집값 폭등 주범으로 다주택자 악마화… 진영싸움 만들어”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1. 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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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부동산 정책 WHY&HOW’ 출판 손재영 건국대 교수 인터뷰-상
지난 정부 국민을 대상으로 온갖 정책 실험, 모두 실패
한국 대출규제, 소득 증가 감안하면 일본식 버블 붕괴 불가능
다주택자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자, 역할 인정해야
소득 높아지면서 고품질 주택 선호 자연스러운 현상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으로 거대한 사회실험을 했고 국민이 실험대상이 됐다. " “저금리, 소득 증대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 집값 과열을 다주택자, 투기꾼 책임으로 돌리면서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황당한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시켰다.”

2020~2021년 집값이 급등하자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탓으로 집값이 폭등한다며 각종 규제를 도입했다. 문 정부는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에게 주택매각을 권고했지만, 청와대 수석조차 매각을 하지 않고 퇴임하기도 했다. 경기도가 최근 전 도지사가 도입한 ‘다주택자 승진 배제’ 원칙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이에 항의하는 전국 공무원노조 도청지부의 1인 시위 모습.(도청지부 제공)/뉴스1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고품질의 주택에 살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망”이라며”국민이 원하는 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고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최근 2018년 출판했던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의 개정판을 냈다. 개정판에는 문재인 정부 주택 정책에 대한 분석을 추가했다. 손 교수는 또 남영우 나사렛대 교수,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준용 한국부동산원 연구부장, 황세진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 등 제자들과 함께 ‘부동산 정책, WHY & HOW’(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도 출판했다.

두 책을 통해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손 교수는 “지난 정부는 집값 폭등을 다주택자의 책임으로 돌렸고 다주택자를 악마화했다. 주택 문제를 시장의 논리, 정책으로 풀려한 게 아니라 정치 문제로 활용해서 진영 간 싸움으로 전락시켰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1995년부터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2월에 정년 퇴임한다. 본지는 지난 달 29일 건국대에서 손 교수를 만나 향후 집값 전망과 주택정책에 대해 물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최근 출판한 '부동산 정책, WHY&HOW'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28번의 대책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폭등했던 집값이 지난 하반기부터 급락하고 있다.

“2020~2021년 집값이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너무 많이 올라 유지가 되기 어려웠다. 지금 하락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발 금리 급등 인상 효과에 지방의 과잉공급, 실물경제의 침체 등이 작용했다.”

-과거 하락기와 비교해 집값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오를 때도 유례 없이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정도 급락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약보합 정도로 6~7년의 하락기와 2~3년 정도의 급상승기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그렸다. "

- 금융위기 가능성은 없는가?

“집값 급락이 대규모 가계 부도로 이어져 사회불안이나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다. LTV( 주택담보대출비율) 등 대출 관련 금융규제로 금융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일본식 거품붕괴 가능성을 거론하는데, 한국은 일본과는 다르다. 일본은 1980년대 말 담보가치의 100%를 초과하는 대출 사례도 많았다. 한국의 집값은 1986~2021년 긴 기간으로 보면 국민은행 전국 주택가격지수로 연 평균 3.4% 올라서 물가상승률(3.5%)보다 낮았다. 주택 실질 가격이 장기간 하락해온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가격만 놓고 보면 연평균 5.7% 올라 물가상승률을 앞지른다. 그러나 근로자 가계소득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건설사 연쇄부도설도 나온다.

“금융기관의 자금을 빌려서 아파트, 물류단지 등을 개발한 건설사, 자산운용사 등은 빠르면 1분기 중에 큰 문제가 터질 가능성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자금을 끌어 모아 부실자산을 사겠다는 수요도 있다. 다만 그런 문제가 생겨도 시중은행의 위기로까지는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집값 폭등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집값 폭등이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대부분 집값이 올랐다.

“2020년과 2021년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집값이 폭등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도시 폐쇄 등으로 전 세계 경제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도 집값이 폭등한 것은 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탓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대량의 현금을 공급했다. 팬데믹은 일시적 현상이고 경제는 다시 원상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낮은 이자를 바탕으로 너도 나도 집을 사들였다. 일본도 2021년 6% 올랐다. 집값이 1년에 5% 이상 오른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집값 폭등을 경제적 현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주택가격 급등에 대해 한국 정부처럼 난리를 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주택문제를 너무 정치 쟁점화해 정부가 온갖 비정상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한국인들의 유난한 투기 심리 탓에 집값이 올랐다고 주장을 한다.

“우물 안 개구리식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투기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찌보면 게으르고 무책임한 진단이다. 복잡한 원인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고 그에 맞는 대책도 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정책 담당자들도 금리나 유동성 수급 등의 근본 원인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금리와 같은 것은 손을 댈 수가 없으니 효과가 있든 없든 투기억제 정책으로 시장을 얼어붙게 해서 가격을 일시적으로 동결시키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투기세력 책임론은 희생양을 원하는 대중의 입맛에도 맞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세력인 다주택자 탓에 집값이 폭등했다며 다주택자에 대해 징벌적 과세를 했지만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

“집값 폭등의 원인을 엉뚱한데서 찾았고 잘못된 진단에 기인한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 붙이다 결국 국민만 괴롭히고 정책은 대실패로 끝났다. 정치인들이 좋은 일, 잘된 일은 자기 덕분이고 자기 공이다. 나쁜 일이 있으면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돌린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폭등을 다주택자의 책임으로 돌렸고 다주택자를 악마화했다.

문재인 주택정책은 다주택자 벌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택문제를 시장의 논리로 보고 정책으로 풀려고 한 게 아니라 정치 문제로 활용해서 진영 간 싸움으로 전락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로 결코 집값을 잡을 수 없었다는 교훈을 남긴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규제를 더 세게 밀어 붙였으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착각으로, 더 강한 규제를 했다가 더 큰 실패를 맛봤다.”

손재영 교수가 정년을 맞아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개정판과 '부동산 정책, WHY&HOW'를 출판했다.

-주택시장에서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 아닌가?

“필요한 규제인가? 합리적인가? 효과가 있는가? 이런 관점에서 규제를 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값을 올린다는 잘못된 진단에 빠져 외국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황당한 규제를 도입했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 누진과세가 대표적이다. 5억 원 하는 주택 2채를 가진 사람에게 20억 하는 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으로 거대한 사회 실험을 했고 국민이 그 실험대상이 됐다. 다시 말하지만 당시 집값 상승은 저금리와 개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좋은 주택에 대한 선호가 늘어났지만, 그런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발생한 경제 현상이다. "

-한국은 역대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주택을 여러 채 사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은 아니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다. 자기 사는 집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준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다주택자는 임대 주택 공급자이다. 집을 구입할 수 없어 전세를 살아야 하는 사람과 다주택자는 결과적으로 ‘상생관계’이다. 각자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서로가 도움이 되는 것이 시장이다. 일종의 주택 생태계이다. 다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르면 팔고 세금을 낸다. 다주택자를 나쁜 사람, 악마화해서 시장에 무슨 도움이 되나? "

-임대시장에서 다주택자가 꼭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자가 거주자가 1146만 가구,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166만가구이다. 나머지 720만가구가 민간 임대주택에서 셋집을 구한다. 무주택자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다주택자들이 한다. 외국에서도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혜택을 주면서 임대료 통제 등 적절하게 시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문재인 정부는 무리한 세법 개정으로 종부세를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보유를 진압하는 몽둥이로 사용했다. 다주택자가 밉다고 보유 과세를 한 없이 높이는 게 국가가 할 일인가? 문재인 정부가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꼽았던 다주택자들의 주택을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1억~2억 빌라가 대부분이었다. 집값 폭등과 관련이 없는 주택들이 대부분이다. 노후를 대비한 생계형 임대주택사업자들에게 세금폭탄을 던져서 주택시장의 생태계를 무너뜨렸다.”

-임대차 3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법 자체는 황당한 내용이 아니었다. 임대료 상승률을 5%로 규제하는 것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계약기간을 4년을 보장해줬는데, 4년 후 시장가격에 맞춰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다.

규제의 수준보다는 시장을 교란시킨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유예기간도 없는 갑작스러운 제도 도입으로 일종의 시장 마비가 발생했다. 여기다가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임대사업 자체를 사실상 폐지시키고 종부세를 중과세하면서 임대시장에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민간 임대사업자들의 임대주택은 세금 감면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료 통제를 받아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여러 제도가 한꺼번에 바뀌면서 임대인, 임차인의 의사결정이 올 스톱됐다. 석 달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면 시장은 쑥대밭이 된다. 잘못된 정책으로 전세대란이 발생했다. 이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정부가 정말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10년간 계획해서 집을 고치기도 사기도 한다. 어제까지 하던 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국민의 삶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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