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성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한반도 UFO 소동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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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30일 저녁.
충분히 UFO로 착각할 만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건 비행체가 하늘에 남긴 궤적 때문이다.
이처럼 한바탕 UFO 소동이 지나간 이후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됐다는 고체추진 발사체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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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방과학연구소의 고체연료 발사체 '깜짝 발사'에 UFO 소동 벌어져
UFO 오해 산 무지개빛 궤적의 정체는?…햇빛 산란·대기 순환 흔적
'위성발사용'이라는 고체추진 발사체, 누리호와 특성·용도 등 달라
우주 산업화 시대, 고체연료는 부적합…韓 차세대발사체도 액체연료로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내 눈으로 UFO(미확인비행물체)를 목격할 줄이야. 드디어 침공이 시작된 거야?" "북한이 쏜 미사일 아냐?"
지난 12월30일 저녁. 전국 각지에서 미상의 비행체를 봤다는 목격담으로 온라인이 시끌시끌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두눈으로 목도한 영상과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유튜브에 속속 올라왔다. 소방, 경찰 당국 등에도 관련 신고가 수백건 쏟아지기도 했다.
차후 국방부에서 고체 방식의 우주발사체 실험 발사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만큼 그날 상공에 보였던 우주발사체의 궤적이 기이했고 특이했다. 충분히 UFO로 착각할 만했다.
UFO 소동 원인된 '무지개빛 궤적'…"황혼 무렵 햇빛·대기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
국방부가 해당 발사체의 정체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두번째 비행시험에 성공한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우주발사체가 수놓은 궤적을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우주항공 전문가에 따르면 사실 이같은 형태의 궤적은 해가 지는 황혼 무렵에 로켓 등을 발사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발사체를 쏘아 올릴 때는 분사구에서 화염 뿐만 아니라 공기와 다른 물질들이 연기 형태로 분출되며 비행운을 그리게 되는데, 대기가 흘러가면서 이 비행운이 구불구불한 형태를 띄게 되는 것이다. 우산 형태의 무지개색 빛의 경우에도 황혼 무렵 강해진 햇빛이 대기에 의해 산란되는 프리즘 현상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고체추진 발사체 시험발사가 오후 6~7시께 이뤄지며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인데, 낮에 발사됐던 나로호와 누리호 등의 경우에도 황혼 무렵 쏘아 올렸다면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UFO 정체는 순수 국산 고체추진 발사체…'누리호'와는 뭐가 다를까
고체추진 발사체는 이름 그대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 즉 일종의 로켓이다. 그렇다면 지난 6월 성공을 거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등과는 어떻게 차이가 날까.
누리호의 경우 액체연료 기반의 발사체로 이번 국방과학연구소의 시험발사체와는 그 특성이 다르다.
액체연료와 비교했을 때 고체연료의 장점은 ▲단순한 발사체 설계 구조 ▲더 빠른 발사 준비 과정 ▲저장관리·이동의 용이성 ▲더 저렴한 제작비 ▲대량생산 등이다. 이와 반대로 ▲더 나쁜 연료 효율 ▲추력 조절이 안돼 더 세밀한 궤도 조정 안착 불가 ▲발사체 거대화에 불리 등과 같은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지난해 한미 미사일 지침이 정식 폐지된 이후 대중에게 공개된 첫번째 시험발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사일 지침에 따라 한국은 사거리 800㎞를 초과하는 군사용 고체 로켓을 개발할 수 없었는데, 지난해 조약이 폐지되면서 그 제약이 사라지게 된 것.
국방부는 이번 비행 시험이 군사적 목적이 아닌 소형 정찰 위성 독자 발사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시험 성공 이후 우리나라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자체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발사체=로켓 아냐?"…항우연 아닌 '국방과학연구소'가 쏘아올린 까닭
그렇다면 기존에 로켓 발사 등을 주도해왔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아닌 국방과학연구소가 고체추진 발사체 시험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
이 역시 고체연료의 특성 때문이다. 고체연료가 액체 연료보다 더 빠르게 발사 준비를 마칠 수 있는 만큼 유사 시 긴급하게 발사돼야 하는 정찰 위성 발사에 더 적합하고, 그러다 보니 군에서 주도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고체연료의 특성은 항우연의 중장기 사업 로드맵과 잘 부합하지 않는다. 항우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고체연료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적합하다.
추력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로켓을 통해 위성 등을 궤도에 안착시키려면 엔진을 껐다 켜면서(점화·재점화) 정교하게 조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고체 연료의 경우 한번 불이 붙으면 연료가 끝까지 타버리게 돼 이같은 추력 조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액체 연료는 연료 펌프 등을 통해 공급되는 연료 양을 조정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궤도에 위성을 투입시킬 수 있다.
이같은 추력 조절 문제로 고체연료 발사체는 가속도를 줄이는 게 어려워 발사체를 여러 단으로 나눠야만 하고, 더욱이 궤도 안착을 위해 일부 단에는 액체연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에 시험 발사가 이뤄진 국방과학연구소의 발사체도 총 4단으로 이뤄졌는데, 마지막 단에는 액체연료 엔진이 탑재됐다. 구조가 여러 단으로 이뤄지는 만큼 단 분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더 높아 액체연료 발사체 대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더해 고체연료 발사체는 일정 수준 이상 크기가 커질 경우 발사 자체가 어렵다. 발사체의 직경이 커질 수록 내부 압력도 그만큼 강해지는데, 압력이 커지게 되면 발사체 외장이 손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스페이스X의 약진으로 '소형 발사체를 통한 소형 위성 발사'보다 '대형 발사체를 통한 다수 소형 위성 일괄 발사'의 경제성이 훨씬 높아지면서 더 낮은 제작비라는 강점도 점차 빛이 바래는 상황이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접어들며 전세계적으로 우주 시장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우주 개발 사업도 '지속가능성', '상업성', '산업화' 등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향후 우주 발사체들은 전반적으로 액체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고체연료 발사체는 일부 소형 정찰위성과 미사일 등 국방 부문에서만 주역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항우연 원장을 역임했던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로켓의 목적은 위성을 올리는 것이고, 거기서 매출이 나와서 자생적으로 지속 가능한 체계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우주 산업화가 가능하다"며 "고체연료의 경우 국방용으로는 굉장히 중요할 수 있지만 우주 산업화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앞으로의 우주 시대에서 산업화를 위해서는 액체연료 로켓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발사체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본격 개발되는 차세대 발사체도 누리호보다 성능이 대폭 강화되지만, 기반 연료는 그대로 액체연료를 활용하게 된다. 누리호는 총 3단으로 이뤄져 6개의 액체 엔진이 탑재되고, 전체 2단의 차세대 발사체에는 7개의 액체엔진이 탑재된다. 1단부를 기준으로 하면 누리호에는 추력 75톤급 엔진 4개가 탑재돼 총 300톤의 추력을 내게 되는 반면, 차세대 발사체는 100톤급 엔진 5개로 500톤의 추력을 내는 것이 목표다.
더욱이 누리호는 액체연료의 가장 큰 장점인 추력 조절 기능이 없었는데, 차세대 발사체에서는 40~100% 수준의 추력조절·재점화 등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류가 달을 밟은 지 50여년이 지난 현재, 다시금 세계 각국의 우주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누리호·다누리가 성공을 거두며 7대 우주 강국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중국의 창어 호 발사 등 전세계적으로 우주 개발 열풍이 다시금 불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우주는 신비로운 만큼 마냥 어렵게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를 '뼛속까지 문과생'이었던 기자의 눈으로 보다 쉽고, 가깝고, 재미있게 바라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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