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힘든 백혈병 항암, 부작용 걱정 줄었다 [의술, 이게 최신]

이광호 기자 2023. 1.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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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혈병, 참 공포스러운 이름이죠. 매년 3천500명 정도가 걸리고, 5년 뒤 44% 정도만 생존합니다. 어린이들도 많이 걸리는 암이라서 앙상한 어린이가 털모자를 쓴 모습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런 백혈병에서도 의술 발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보는 '의술, 여기까지 왔다.' 이광호 기자와 함께 백혈병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Q. 백혈병의 종류는?

[기자: 일단 큰 갈래만 봐도 만성이냐 급성이냐를 나누고, 골수에서 출발한 병이냐 림프구에서 출발한 병이냐를 또 구분합니다. 참고로 골수는 적혈구, 백혈구 등 큰 세포를 만드는 기관이고요. 림프는 T세포, B세포 등 이보단 작은 면역세포를 만드는 기관입니다. 그러면 4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4가지 모두 병이 실제로 있습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가장 흔해서 성인 환자의 65%가 걸리고,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입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도 있고,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흔히 '림프종'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림프구 안에서 B세포에 문제가 생기는지, T세포에 문제가 생기는지 등 또 병의 종류가 세분화돼, 정말 다양한 종류의 병으로 분화됩니다. 
 

다만 이 중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정말 희귀한 수준의 병이고, 림프종은 서양인이 많이 걸리는 병이라 한국인 발병률은 낮습니다. 또, 만성은 증상도 심하지 않고 느리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치료하지 않고 추이만 지켜보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은 급성 백혈병을 위주로 짚어보겠습니다.]

Q. 백혈병 치료법 중, 지난해 추가된 '고가 항암제'가 있던데

[기자: 네, '킴리아'라는 약인데요. 백혈병에 걸린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떼어낸 뒤에, 그 세포에 일부분 조작을 합니다. 좀 어렵게 얘기하면 T세포에 다른 세포들을 인식해 달라붙는 수용체가 있는데, 이 수용체를 B세포에 있는 것 중 일부로 바꿔 버리는 거예요. 몸통은 T세포인데 끄트머리는 B세포가 되는 거죠. 그래서 킴리아와 비슷한 종류의 치료제를 부르는 말이'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세포 치료제'가 되는 겁니다. 머리와 꼬리가 다른 키메라처럼 약을 만들었다는 뜻이죠. 

그렇게 되면 이 약은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B세포를 확실하게 인지해 공격합니다. B세포에서 떼어낸 수용체 덕분에 B세포를 공격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약을 환자 몸에 다시 투여하는 겁니다. 제가 킴리아를 투여받게 된다면 '킴리아_이광호'가 되겠죠. 맞춤형 치료제라서 수억원대의 가격을 매기게 된 겁니다. 

수억원의 가치는 있었습니다. 특히 이 치료는 주사 한 번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다른 항암제 투여를 수년 간 진행하면서 지출하게 되는 총액과 비교하면 크게 비싼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고요. 효과도 좋았습니다.]

[김석진 / 삼성서울병원 연구전략실장: "예전 같았으면 도저히 안 되는, 완치가 어려운 환자들이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CAR-T 세포 치료를 받으면 무조건 완치가 된다, 이런 건 아니지만, 과거에는 여러가지로 어려울 수 있었던 환자들이 완치로 가게 된 것만은 사실입니다. 림프구성 백혈병과 림프종 두 개를 볼 때는 림프구성 백혈병이 좀 더 치료효과는 좋습니다."]

[기자: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기적의 치료제'라는 별명만큼의 성과를 냈느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재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다만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진 않았습니다), 백혈병을 잘 고르는 게 아니라 B세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치료 후 면역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제한은 쓸 수 있는 병이 한정돼 있다는 겁니다. 앞서 키메라처럼 세포를 조작한다고 했죠. 그런데 그 조작 방법이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B세포만을 공격하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까 앞서 설명한 4가지 백혈병 중 오직 림프구성 백혈병에서만, 그 중에서도 B세포에 문제가 생긴 백혈병만 치료가 가능합니다. 

정식 치료 가능 병명은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혹은 불응성인 성인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그리고 '25세 이하 환자에서의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 및 이후의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입니다. 림프종은 앞서 2차례 치료가 실패한 이후에 사용 가능하고, 급성 림프성 백혈병은 25세 이하, 그리고 재발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제한이 붙어 있는 겁니다. 다른 종류의, 즉 골수성 백혈병에는 효과가 약해지는 수준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효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합니다.]

Q.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는?

[기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몇 년 전만 해도 세포독성항암제라 불리는 독한 항암제를 써야 했습니다. 머리가 빠지고, 구토를 하고, 설사를 하는 흔히 알고 계시는 항암제들이죠. 그런데 2019년부터 국내에 신약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이후에는 표준 치료로도 인정받았고, 점차 건강보험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하나는 노바티스에서 만든 '라이답'이라는 치료제고요. 나머지 하나는 애브비에서 만든 '벤클렉스타'입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벤클렉스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병식 /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BCL-2라는 표적을 억제하는 신약이고, 표적항암제입니다. 특히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의 백혈병 세포가 기본적으로 BCL-2라는 표적 단백질을 높게 발현하고 있고, 그게 많이 표현되면 백혈병 세포가 잘 죽지 않도록 하는 세포 신호들이 활성화돼서 암세포가 잘 안 죽습니다. 이걸 억제하면 암세포가 잘 죽는 쪽으로 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약입니다."]
 

[기자: 하지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이런 항암치료로 암세포를 최대한 줄인 뒤에 결국은 조혈모세포 이식(흔히 골수이식으로 부르는)을 해야 합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이식편대숙주병(GVHD)'이라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식받아서 생기는 면역반응의 일종입니다. 현재 의료기술 중에서 어떤 조혈모세포를 이식했을 때 면역반응이 없거나 적을지 미리 예측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대신, 이식편대숙주병이 생겼을 때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에 집중됐습니다. 

'자카비'라는 약이 있습니다. 국내에 2013년 허가를 받아 10년이나 된 약인데, 지난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이 약이 이식편대숙주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글로벌 임상 3상이 마무리되면서, 해외를 시작으로 우리나라까지 치료 범위를 확장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5월 치료 범위 확대 승인이 내려졌습니다. 오랜 기간 방법이 없던 부작용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이전에는 일단 발병하면 어떤 치료를 동원해도 30% 정도에 불과했던 치료 효과를 단번에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게 의료계 설명입니다.]

Q.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상황은?

[기자: 치료제 개발에 나선 곳은 많은데, 대부분 업체는 1상이나 2상 등 초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앞선 곳을 꼽으라면 한미약품과 SCM생명과학 정도를 꼽는데요. 한미약품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2상 결과를 일부 발표하고 있습니다. 전체 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완전관해(현미경으로 보이는 크기 단위의 암세포는 없어진 상태)가 확인됐다는 일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SCM생명과학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2상을 역시 진행 중인데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가 재발한 환자 27명 중 18명, 즉 3분의 2에서 완전관해를 관찰했다는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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