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발기부전 부르는 성기 손상, 인공조직으로 치료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1. 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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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경 해면체 감싼 백막 손상
수분 함유한 하이드로겔 이식
미니돼지 실험에서 효능 입증
사람 심장, 방광 치료에도 적용 기대
중국 연구진은 미니돼지 음경의 백막 손상 부위에 인공 조직을 이식해 발기 기능을 회복시켰다./Pixabay

남성 성기를 복원할 수 있는 인공 조직이 개발돼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입증했다. 연구가 발전하면 성기 손상은 물론 심장이나 방광과 같이 힘을 많이 받는 다른 장기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화난(華南)이공대의 시 수에타오 교수 연구진은 지난 5일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매터(Matter)’에 “인공 조직을 돼지 음경의 백막에 이식해 발기부전이 회복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장년 남성 절반에 혜택 가능

백막은 음경에서 스펀지치럼 구멍이 많은 해면체를 감싸고 있는 조직이다. 해면체에 혈액이 채워지면 음경이 발기한다. 과도한 성행위나 물리적 충격으로 백막이 손상되면 음경이 발기하지 못하거나 구부러진다. 이른바 음경골절이다. 중년 남성이 잘 걸리는 페이로니병도 백막에 비정상 덩어리(결절)가 생겨 팽창을 방해해 발기될 때 음경이 구부러진다.

40~70세 남성 절반이 어느 정도 발기부전을 경험한다. 그중 5%는 페이로니병을 앓는다. 백막 손상은 인체 다른 곳에서 조직을 떼어내 음경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하지만 이식 조직이 면역거부반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백막 기능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기도 한다.

인공 백막의 기능 비교. 일반 풍선에 추를 달면 휘어진다(왼쪽). 인공 백막으로 풍선을 감쌀 때, 섬유 구조가 나선형으로 교차하면 역시 힘을 못받지만(가운데), 직교하면 추의 무게를 감당했다(오른쪽)./Matter

시 교수 연구진은 폴리비닐알코올(PVA)이라는 고분자로 인공 백막을 만들었다. PVA는 합성고분자물질임에도 물에 잘 녹는다. 특히 자기 부피의 1000배까지 물을 흡수할 수 있어 생리대와 기저귀의 흡수제나 의료용품에 많이 쓰인다. PVA겔은 하이드로겔의 일종으로 묵이나 젤리처럼 물을 많이 함유해 말랑말랑하다.

연구진은 먼저 풍선을 인공 백막 조직을 감싸고 추를 달았다. 일반 풍선은 바로 휘어졌고, 섬유 구조가 나선형으로 교차된 백막을 감싼 풍선도 추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했다. 반면 섬유 구조가 직각으로 교차된 형태의 인공 백막은 추를 감당할 수 있었다.

시 교수는 미국 과학기술 매체인 기즈모도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자연 조직의 미세구조를 인공 물질로 모방하면 원래 조직의 특성을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한 과학적 가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 상태의 백막도 이번 인공 백막처럼 섬유 구조가 직교한다.

다음에는 백막이 손상된 미니돼지의 음경에 인공 조직을 봉합했다. 식염수를 음경 해면체에 주입하자 음경이 발기됐다. 수술 전 음경은 식염수를 주입해도 정상적으로 발기되지 못했다. 수술 한 달 뒤까지 돼지 음경에서 면역거부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심장. 방광 손상에도 적용” 기대

이번에 개발된 인공 백막은 앞으로 사람의 성기능을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의 앤서니 아탈라 박사는 영국 뉴사이언티스지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인공 생체재료가 손상 부위를 적절하게 치료해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 기술은 사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음경의 일부 손상 부위만 치료했지만 앞으로 전체를 복원하는 인공 음경까지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성기처럼 형태 변형이 잦은 심장이나 방광 손상에도 PVA겔을 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번에 인공 백막을 손상부위에 단순히 실로 봉합했지만 실제 환자에 쓰려면 보다 효과적이고 정확한 이식방법이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료 자체의 한계도 있다. 실제 환자에 적용하려면 최소한 3~5년 인체에서 안정적인 효능을 보여야 한다.

KAIST 기계공학과의 김정 교수는 지난해 비슷한 하이드로겔로 로봇용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하이드로겔은 묵 같은 물질로 만들기 쉽고 생체 적합성도 좋아 화상 피부를 덮는 용도로 많이 개발되고 있다”면서도 “하이드로겔은 일시적으로 피부나 조직 손상을 보완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말라버려 영구적인 기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Matter, DOI: https://doi.org/10.1016/j.matt.2022.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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