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용’ 토마호크에 50조원 투입…일본이 노리는 것

한겨레 2023. 1. 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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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반도 어디로 ① 일본의 반격능력
2003년 3월23일 지중해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유도미사일 순양함 유에스에스(USS) 케이프 세인트 조지호(CG-71)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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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호크는 원조 다목적 도구다. 원래 토마호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도끼로도 사용하고 망치로도 사용하던 물건이다. 칼 대용으로 쓰기도 했고 멀리 떨어진 사냥감을 잡는 데도 탁월했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왔을 때 그들과 싸울 때는 무기로 쓰기도 했지만 평화롭게 교류할 때는 담배를 채워 나누어 피우는 ‘평화 파이프’이기도 했다. 스위스에서는 ‘맥가이버 칼’을 개발하기 한참 전에 대박이 났던 원조 다목적 공구였다.

1970년대에 미국 무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사가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을 때 여기에 ‘토마호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마도 손을 떠난 토마호크가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 목표물에 정확하게 꽂히는 모습을 연상했던 듯하다. 이 신형 미사일은 저고도로 땅에 붙어서 날아가며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비행기와 같이 순항하는데 조종사가 필요 없다. 미리 입력된 지표면의 모습과 실제로 날아가면서 보는 모습을 비교하며 항로를 자동 조종한다. 최종 단계에서는 카메라로 목표물을 찍어 확인하기도 하고 레이더로 정교하게 맞춰 타격한다. ‘나비(비행기)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미사일이다.

현재 레이시온이 생산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실전에 처음 사용된 것은 1991년 걸프전쟁이었다. 1월17일 이라크를 향한 첫 공격을 담당한 것이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 전쟁 초기 이라크 지휘부와 핵심 시설들을 파괴하여 이라크군의 방어능력을 마비시켰다. 전투기가 투입되고 육군 병력이 뒤따르면서 이라크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걸프전쟁에 사용된 토마호크 미사일 288기는 미군 선제공격의 선봉장이었고 미국 승리의 수훈갑이었다. 1998년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을 공격하는 데 동원됐다. 알카에다의 훈련기지에 오사마 빈라덴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수단에 있는 제약공장은 알카에다와의 협력 아래 화학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클린턴 정부는 테러리스트가 미국을 공격하기 전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선제타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인 선제공격이었다.

여기에서도 토마호크 미사일이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이후 유고슬라비아와 시리아, 리비아를 공격하는 데도 사용되었지만 토마호크 미사일이 ‘역대급’으로 동원된 것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이었다. 802기를 쏟아부었다. 이때도 공격의 선봉에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있었다. 3월19일 새벽 에프(F)-117 스텔스 전투기가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것과 동시에 토마호크 40기가 날아갔다. 사담 후세인이 숨어 있다는 궁전을 기습 공격해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목적이었다. ‘벙커버스터’는 목표물을 맞히지 못했지만 토마호크는 정확했다. 이어서 대규모 미군이 투입되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2003년에도 선봉장이었고 수훈갑이었다.

일본이 토마호크를 노리는 까닭

일본 기시다 정부는 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최대 500기까지 구매하려 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안보정책 문서에서 내세운 ‘반격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적국이 일본을 미사일로 공격하기 전에 그 능력을 무력화시킬 ‘스탠드오프 방위능력’을 확보하는 데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5조엔(48조95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구매해서 바로 실전배치하고, 2026년까지 자국산 미사일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와 성능을 개량해 ‘반격능력’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선 애당초 아베 신조 전임 정부가 ‘적기지 공격능력’을 추구했다. 그런데 그것이 선제공격 능력이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자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이름을 살짝 바꿨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떻게 반격을 할 것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공명당과 합의한 내용은 적의 공격 착수 단계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이지만, 그러면 ‘착수 단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질문을 또 낳을 뿐이다. 기시다 총리는 “안전보장의 미묘한 부분”이라며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히신문>은 ‘적기지 공격능력(반격능력)’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적의 공격을 받은 이후 반격하겠다는 착한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폭력적인 태도이다. ‘반격능력’으로 가장 먼저 도입하겠다는 것이 토마호크 미사일이라는 사실이 일본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다. 역시 말보다는 행동을 봐야 한다.

미국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한 이력이 부인할 수 없는 물증이다. 1991년과 2003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리비아…. 토마호크 미사일은 예외 없이 침공의 선봉장이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이 작전들이 합법적인 ‘선제타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 정부 안에서도 ‘반격능력’은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적국의 침공 계획 자체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방어수단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토마호크 미사일은 선제공격이라는 하나의 목적에 쓰일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역사상 가장 은밀하고 가장 정확하지만 가장 느린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1천㎞를 비행하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리는 느림보다. 이에 비해 탄도미사일은 10분도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제대로 효과를 보여주려면 적이 움직이기 한참 전에 미리 발사해야 한다. 적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임박 단계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목표물에 도착할 때쯤 적국은 청소까지 끝냈을 것이다. 일본에는 아마 50분쯤 전 적의 미사일이 작렬했을 터이다. 기시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적국이 일본을 공격하기 전에 파괴하려면 일찌감치 토마호크를 발사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토마호크 도입 이후 추가하겠다는 12식 미사일 개량형도 거의 똑같은 성능과 한계를 갖고 있다. 중국이나 북이 공격을 시작하기 훨씬 전에 일본이 ‘반격’을 위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들은 당연히 선제공격이 시작됐다고 판단할 것이다. 서둘러 반격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이라크 전쟁과 같은 일방적 침공은 불가능하다. 확전은 필연적 귀결이다. 아베 전 정부는 안보법제를 정비하여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이제 기시다 정부는 그 문을 통과하여 선제공격 능력 확보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일본과 군사협력을 더 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2023년 독자 여러분의 평안을 기원한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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