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한해, 변화를 꿈꾸는 우리에게 ‘더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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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맛집을 어디에서 찾는가?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다른 이의 평점을 꼭 확인하는가? 미슐랭이나 블루리본은 신뢰하는가? 방송에서 소개한 곳이나 연예인 단골집은 일단 한번 가보는 편인가? 여기 유명 맛집과는 거리가 먼, 망해가는 식당이 있다.
그런데 이 식당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평점이 엄청나다.
<더 베어> 의 또 다른 미덕이라면 새해를 맞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해야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수 있다는 것.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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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맛집을 어디에서 찾는가?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다른 이의 평점을 꼭 확인하는가? 미슐랭이나 블루리본은 신뢰하는가? 방송에서 소개한 곳이나 연예인 단골집은 일단 한번 가보는 편인가? 여기 유명 맛집과는 거리가 먼, 망해가는 식당이 있다. ‘현실 리뷰’하자면, “불친절하고 정신없고 위생적이지도 않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 식당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평점이 엄청나다. 로튼 토마토 전문가 점수가 무려 100점이다. 세계의 어떤 평점 사이트를 가봐도 최고 점수를 받고 있다. 일단 확인해보자. 미국에서는 훌루(HULU)에서 공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더 베어>다.
미국 시카고의 어느 뒷골목에 오래된 식당이 있다. 샌드위치가 주메뉴인데 가장 잘 팔리는 것은 통조림 소스를 끓이기만 해서 만든 스파게티이다. 뉴욕 최고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였던 카르멘이 어느 날 이 식당을 맡게 된다. 사장이었던 형이 ‘동생 카르멘한테 식당 운영을 맡긴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카르멘은 이 엉망진창의 식당을 잘 살려낼 수 있을까.
줄거리만 들으면 평범한 이야기다. 그런데 <더 베어>는 이렇게 친절하게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전쟁터 같은 주방의 모습을 끝없이 보여줄 뿐이다. 음식 드라마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장면도 이곳에는 없다. 맛있는 요리를 예쁘게 보여주고, 손님들은 그 요리를 맛있게 먹고 행복하게 웃고. 그런데 오히려 없는 게 더 신선하고 좋다. 낭만이라고는 ‘1’도 없는 주방, 일을 마치고 나면 지극히 무료한 카르멘의 일상이 뉴욕에서 화려하게 살던 카르멘의 모습과 끝없이 교차한다. 핀셋으로 캐비어를 하나씩 옮기던 그때의 생활과 고함이 난무하는 지금의 주방을 보다 보면, 카르멘이 왜 이렇게 미치듯이 일에 몰두하는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카르멘이 없을 때도 식당은 그럭저럭 굴러갔다. 그러니 뭐라도 하나 바꿔보려고 하면 동료들은 말한다. “혼자 재수 없는 척 하지마. 너 없이도 잘했어.”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변화를 위해서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더 높은 곳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군대 시스템이건, 뛰어난 영도력이건,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건 말이다.
드라마는 카르멘이 우리에 갇혀있던 거대한 곰을 풀어놓고 맞서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곰은 아마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길들이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같다. 유명 미드 시리즈 <쉐임리스>에서 봤던 제러미 앨런 화이트가 카르멘을 완벽히 소화한다. 주방 식구들의 연기력도 훌륭하다. 이 드라마가 높은 평점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더 베어>의 또 다른 미덕이라면 새해를 맞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해야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수 있다는 것. <더 베어>의 리뷰 중에 인상 깊었던 것 하나를 소개한다. “나라도 당장 주방에 들어가서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 2023! 세상 모든 월급쟁이와 사장님들을 응원한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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