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토크] '소녀 리버스'가 꿈꾸는 버추얼 아이돌 세계···신선함 넘어 K팝의 진일보
가상 세계가 현실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가상 인간이 광고를 하며 경제적 이익을 산출하고, 노래와 연기를 하며 대중문화계에도 침투했다. 얼핏 보면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버추얼 휴먼도 있지만, 현실 인물이 2D 캐릭터로 활동하는 버추얼 유튜버도 있다. 여기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의 장점을 따온 예능 ‘소녀 리버스(RE:VERSE)’를 통해 현직 걸그룹들과 버추얼 아이돌을 제작한다.
◆ ‘소녀 리버스’의 가상 세계, 어떤 모습이었나
‘소녀 리버스’의 목표는 5인조 버추얼 걸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 전현직 K팝 걸그룹 멤버 30명이 뛰어들었다. 소녀들의 현실 세계의 정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오로지 가상 세계 W(월드)에서만 만났다. 직접 자신의 버추얼 캐릭터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구축한 이들의 개성 강한 자기소개는 첫 화의 포인트다. 소녀들은 사전에 공개된 서로의 PR영상을 보고 투표한 것을 토대로 티어(플레이어의 실력이나 캐릭터의 성능 등을 나타내는 지표)를 나눴다. 이후 1대1 데스매치로 15명이 탈락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W에서 탈락은 즉, 영원한 소멸. 현실 세계의 서바이벌 규칙과 가상 세계의 특별한 방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프로그램의 의외의 재미 포인트는 소녀들의 예능감이다. 여타 서바이벌과 다르게 과감하고 자유롭다. 소녀들은 오로지 가상 세계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외모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본인의 성격, 활동 경력, 배경 등도 이곳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의 콘셉트대로 생활하면 되기 때문에 자신감도 마음껏 드러내고, 좌절도 실망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때로는 다소 과격한 모습으로 놀라게 한다.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기존 걸그룹 내에서의 이미지와 역할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색깔이 강한 노래와 춤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 버추얼 아이돌 시장, 이미 가요계 한 장르로 자리 잡아
알고 보면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이미 성행하고 있다. 솔레어(구 로나유니버스)처럼 버추얼 아이돌을 육성해 그룹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연예 기획사도 있다. 4인조 보이그룹 레볼루션 하트는 국내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CGV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해, 티켓 오픈 3분 만에 1,200여 석을 매진시켰다. 국내 최초 버추얼 걸그룹인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은 기성 가수들도 오르기 힘들다는 멜론 TOP100에서 36위, 벅스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대부분의 버추얼 아이돌이 실제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선보인 가상의 K팝 걸그룹 K/DA에는 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 소연이 있다. 그룹 에스파는 현실 멤버 4명과 아바타 멤버 4명이 합해져 총 8인조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소녀 리버스’ 손수정 메인 PD는 버추얼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의 영향력에 대해 “시공간이나 구성상의 제약이 적기 때문에 기존에 보여주지 못했던 춤과 노래 실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어 K팝 퍼포먼스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버추얼 공간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버추얼 아이돌 어떻게 제작되나
버추얼 아이돌은 주로 오디션을 통해 멤버가 꾸려진다. 데뷔에 앞서 대중성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이세돌은 트위치 스트리머 우왁굳, 프리아는 아프리카TV BJ 타요가 기획해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들은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같은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형성한다. VR챗으로 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실제로 이세돌 멤버 전원은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 달성자에게만 지급되는 실버 버튼을 소유하고 있다.
‘소녀 리버스’의 경우는 전현직 아이돌 30명을 섭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국내 유수의 걸그룹 멤버들과 두 달에 걸쳐 미팅을 진행했다. 선정 기준은 버추얼 캐릭터로 변신해 얼마나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서바이벌에 얼마나 진심으로 임하는가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VR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다양한 전문 회사들과 협업 중이다.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녹화 방식이다 보니 기존의 예능 콘텐츠에 비해 제작 준비 과정 시간이 약 3배 정도 소요된다. 녹화에는 VR 기술 관련 스태프를 포함해 150~20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참여한다.
실질적으로 소녀들의 노래와 춤 실력을 잘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소녀 리버스’는 본편에서 소녀들이 VR 풀트래커를 착용하고 실시간으로 목소리, 표정, 모션 등을 가상 세계에서 보여줬다. 메인 테마곡인 ‘약속해’ 뮤직비디오는 모션 캡처 기술과 3D 콘텐츠 제작 툴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최종 멤버 5인 선발 과정에서는 버추얼 방청객을 가상 세계에 직접 초대해 현장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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