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야투성공률 이정현, 간결한 변신 필요할 때
서울 삼성 썬더스 이정현(35‧190.3cm)은 역대 최고 슈팅가드 중 한명이다. 돌파, 슈팅, 패싱능력을 고르게 갖추고 있는지라 1~3번 플레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며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꾸준하게 자신을 증명해왔다. 누적기록 역시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다.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KBL 역사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페이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오랜 시간 동안 에이스로 명성을 유지해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정현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특히 ‘금강불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내구성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0년 데뷔하기 무섭게 즉시 전력으로 뛰어왔는데 현재까지도 큰 부상없이 커리어를 이어가고있는 모습이다. 2위와도 큰 격차를 보이며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속경기 출장기록 같은 경우 당분간 근접하는 것조차 쉽지않아보인다.
내구성과 더불어 이정현을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는 자신감이다. 이정현의 자신감은 신인시절부터 유명했다. 2순위로 지명받았을 당시만해도 ‘다소 높은 순번에서 뽑힌 듯 하다’는 의견도 많았으나 연습경기부터 펄펄 날아다니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했음에도 자신감있게 슛을 던지고 돌파해 들어갔다. 수차례 공격이 실패해도 개의치않고 공격을 시도하는 담대함은 신인 때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런 성향은 중요한 승부처나 클러치 상황에서의 강점으로 이어졌다. 대학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조차 프로에 와서는 중요한 순간 슛을 던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본인 외에도 뛰어난 동료들이 있거니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다르다. ‘내가 해결한다’는 에이스 마인드가 강한 선수다.
그로인해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득점이나 어시스트가 자주 나왔고 거기에 경험까지 쌓이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2016~17 시즌 KGC를 우승으로 이끈 챔피언결정전에서의 빅샷도 그러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이정현은 이관희와의 코트내 충돌로 인해 상대팀 삼성 팬들로부터 야유세례에 시달렸다.
큰 경기에서의 중압감과 더불어 그런 상황까지 생기게 될 경우 어지간한 선수같으면 멘탈이 크게 흔들린다해도 이상하지않았다. 이정현은 냉정했다. 6차전 경기종료 5.7초를 남긴 동점상황에서 자신이 일대일 공격을 하겠다고 김승기 감독에게 직접 건의한다. 당시 상황의 압박감을 감안했을 때 어지간한 베테랑도 쉽지않은 발언이었다. 이정현은 자신있었고 결국 시리즈를 끝내는 위닝샷을 작렬시킨다.
FA를 통해 KCC로 둥지를 옮겨서도 이정현의 에이스 본능은 줄지않았다.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냐’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올 정도로 팀의 중심에서 공격을 주도했다. 거기에 더해 특유의 리더십을 통해 동료들의 신임까지 두터웠던지라 ‘캡틴’이미지까지도 굳어지게 됐다. 경기중 한번씩 나오는 과장된 액션으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된 것을 빼면 흠잡을데없는 최고의 선수였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해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이정현은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부각되는 선수가 됐다. 공격력이야 득점에 더해 리딩, 패싱능력까지 겸비한지라 여전히 공헌도를 가져갈 수 있었으나 문제는 수비였다. 본래도 수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노장이 된 후에는 발도 느려지고 활동량도 부쩍 줄면서 공헌도가 확 떨어졌다. 공격에서 올리는 생산성을 수비에서 까먹는 경우도 늘어갔다.
때문에 올시즌을 앞두고 FA를 통해 삼성으로 가게되자 기대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KCC 시절에도 유현준과 앞선을 이루게되면서 수비에서 문제가 많았는데 삼성 또한 김시래가 주전 1번인지라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재의 이정현에게는 리딩, 패스보다는 수비, 활동량 등에서 장점을 가진 가드가 더 좋은 파트너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희석 감독은 신임을 보냈고 이정현 또한 코트 안팎에서 좋은 역할을 해줬다. 연령대가 낮은 삼성에서 베테랑 이정현은 여러 가지면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롤모델이었다. 한창 때에 비해 화력이 다운됐다고는 하지만 함께하는 자체만으로도 젊은 선수들에게 적지않은 안정감을 줬다. 문제가 되는 수비 부분은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선수들을 교대로 붙여주며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삼성과 이정현의 나쁘지않은 동행이 이어지는가 싶었지만 예상치못한 부분에서 암초가 발견되고 있다. 취약한 수비같은 경우 어느정도 예상된 부분이었으나 공격 생산성까지 확 떨어지며 은감독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격시 이정현은 옵션자체가 아주 많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슛과 돌파에 미드레인지 점퍼는 물론 이도저도 안될 경우에는 다양한 페이크 동작으로 자유투를 얻어내고 리딩, 패싱게임 위주로 팀에 공헌한다. 어떤식으로든 공격시 마이너스는 되지않는 선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29경기에서 평균 12.79득점, 3.97어시스트, 2.66리바운드로 통산 평균에 근접한 성적을 내고있으나 야투성공률(33.64%)이 뚝 떨어지며 삼성 하락세의 원인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현재 기준 리그에서 13득점 이상 기록하고 있는 선수 중 이정현보다 야투성공률이 낮은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론제이 아바리엔토스가 유일하게 30%대를 기록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40%(39.86%)에 가깝다. 나머지는 모두 50~40%를 기록중이다. 아무리 이정현이 보이지않는 공헌도가 높다해도 약점인 수비에 더해 야투 성공률까지 이정도면 팀 입장에서도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정현은 볼 소유를 오래 가져가면서 컨디션을 찾아가는 유형의 선수다. 그의 손에서 상당수 공격 전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낮은 야투성공률이 문제가 된다. 단순히 낮은 것만이 아닌 많이 던지면서도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정도로 야투성공률이 떨어지게되면 특유의 다양한 옵션으로 상대 수비를 어지럽게하는 플레이도 효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은 시즌초 돌풍은 온데간데없이 어느새 최하위까지 순위가 추락한 상태다. 냉정하게 보면 노장 이정현의 출장 시간을 줄이고 모두가 지쳐있을 4쿼터 정도에 집중력있게 플레이하는 해결사 모드가 어울려보이지만 높은 연봉, 팀내 위치 등을 감안했을 때 쉽지않아보인다. 오랜시간 코트에서 뛰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타입인지라 그런 짧고 간결한 플레이가 잘될지도 의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정현의 멘탈 변화와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현대 농구에서 활동량과 수비는 변수가 아닌 필수다. 공격력으로 커버하려면 안정적인 슈팅력이 받쳐줘야한다. 현재 이정현은 해당 부분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간혹 클러치 상황에서 위력을 떨치기까지 날려먹는 찬스를 노장의 세금으로 쓰는 것도 한두번이다.
선발투수 타입이 셋업맨이나 마무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겠으나 우승을 노리는 팀이 아닌 이상 이런저런 실험과 변화를 도모하기에는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다른 선수들 또한 지나치게 이정현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향후 삼성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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