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 덮개 들어봤다 고꾸라져…'한파 극한직업' 수도검침원
한파, 폭염에도 쉴새없이 작업…위험천만 맨홀 작업도 '홀로'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손목 망가지고, 허리 나가고…안 아픈 데가 없어요.”
지난달 26일 오전 10시께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한 주택가에서 만난 수도계량기 검침원 A씨(30대)는 “말할 틈도 없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는 주택가 이곳저곳에 설치된 계량기를 살펴보며 누수는 없는지, 동파는 안 됐는지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얼어붙은 철판 덮개를 들어 올려 계량기를 확인할 때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시뻘게졌다.
“정말 무거워요. 들어 볼래요”라는 A씨의 말에 기자도 들어봤다가 무게와 미끄러운 바닥 탓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대략 20㎏은 됐다.
창피함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애써 괜찮은 척했다. 그러자 A씨는 “숙련된 사람도 자주 넘어지고 다친다. 손을 찧을 때도, 넘어져 부상을 입을 때도 많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 집에 대한 검침을 마치면 다른 집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시에서 지원받은 구형 모닝차량은 빙판길에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그러면 A씨는 차를 버리고 운동화 하나와 갈고리에 의지한 채 얼어붙은 오르막길을 올랐다.
자빠질 뻔한 위태로운 순간도 서너 번 보였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골목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하의 한파에도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다 못해 흘러내리고 있었다.
A씨가 하루 평균 검침해야 하는 수도계량기 전수는 140전 정도다. 이렇게 매달 15일간 평균 2100전가량을 검침한다.
눈이 쌓여 계량기가 보이지 않는 데다 꽁꽁 언 덮개를 들어 올리려면 1전당 수분씩 소요되기 때문에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도 부지기수다.
가끔은 맨홀 안으로 직접 들어가 계량기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해가스 측정기나 송기 마스크 등 기본적 장비는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 검침원들이 개인 돈으로 산 헤드램프가 유일한 장비다.
A씨는 “위험해도 확인은 해야 하니까 어쩔 도리가 없다”며 “시 상하수도관리센터에선 맨홀 작업 땐 1명씩 붙여준다고 말은 하는데 일일이 요구하기가 힘들어 홀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름에는 개물림, 겨울에는 미끄러짐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검침원들 중 안 아픈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파에도 폭염에도, 하루 수백 전씩 작업하는 이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했다. 실제 경기도내 지자체 중 하위 수준의 임금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4월 기준 도내 검침원 1호봉 월 보수액은 오산시 273만9190원, 포천시 273만8420원, 용인시 270만9270원, 이천시 246만4770원, 가평군 212만7490원 등이다. 남양주시는 겨우 189만5050원이다. 다만 2023년 기준 193만 원대로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검침 전수도 계속 늘고 있다. 시 상하수도관리센터에 따르면 관내 전체 검침 전수는 2017년 6만6969전, 2018년 6만7702전, 2019년 7만556전, 2020년 7만2486전, 2021년 7만4244전이다. 반면 검침원 수는 2016년 34명에서 2022년 35명으로 1명만 늘었다.
하지만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 상하수도센터에선 용역 결과를 내밀며 업무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고 한다.
검침원들에 따르면 검침원 적정 인력은 현원보다 6명 적은 29명, 1인당 검침 전수는 현재 한 달 평균(2443전)보다 358전 더 가능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검침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침원 B씨는 “임금은 최하 수준이고 타 지자체는 원격으로 하는 곳도 많아 업무량이 다르다”며 “지금도 주말과 밤낮 없이 일하는 상황에서 용역 결과는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김진철 민주노총 공공운수서비스 공무직본부 경기지역지부장은 “타 시군과 비교했을 때 남양주시 검침원들의 임금 수준은 열악하다. 업무량도 많다”며 “지리·거리·환경적 차이 등을 고려해 용역을 진행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간과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상하수도센터 관계자는 “임의대로 용역을 진행한 게 아니다. 절차에 따라 제대로 진행했다”며 “용역 결과가 이렇게 나왔지만 검침원들이 최대한 피해 보지 않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게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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