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강 안우진 없는 WBC 마운드 운영 전략은?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1. 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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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최강의 투수 안우진(키움, 24) 없는 WBC 마운드 운영 전략은 무엇일까?

올해 3월 열리는 제5회 2023 WBC 최종명단이 발표된 가운데 각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야구 스타들이 겨룰 대회에서, 한국의 마운드 운용 계획이 관심사다.

이강철 WBC 국가대표팀 감독과 조범현 WBC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은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BC 국가대표팀 최종 30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리그 최강의 활약을 펼친 안우진(키움)이 빠진 2023 WBC 대표팀 마운드 운영 전략은 보직 파괴다. 경기 별 한계 투구수가 있기에 경험 많은 베테랑 선발투수인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을 경기 중후반 중요한 상황에 불펜투수로 기용하는 방식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최종 엔트리 30인에서 투수는 15명으로 우완이 8명, 사이드암이 2명, 좌완이 5명으로 전체적으로 오른손 투수의 비중이 높았다.

베테랑 김광현, 양현종(KIA)을 중심으로 원태인(삼성), 곽빈(두산), 구창모(NC), 소형준(kt), 고우석, 김윤식, 정우영 (이하 LG), 이용찬(NC), 김원중-박세웅(이하 롯데), 정철원(두산), 고영표(kt), 이의리(KIA) 등 신구를 대표하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들로 명단이 꾸려졌다.

선발 자원은 정우영-이용찬-김원중-정철원을 제외하면 11명이 선발자원이라는 것도 눈에 띈다. 아쉬움은 김광현, 양현종을 제외하면 국제 경험이 풍부하고 대표팀 레벨에서 에이스를 맡은 경험이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피’들을 중심으로 마운드가 구성될 전망이다.

또한 2022 시즌 리그 최고의 활약을 했던 안우진이 ‘학교 폭력’ 문제로 승선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이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15승 8패 평균자책 2.11/196이닝/224탈삼진을 기록, 평균자책-탈삼진-이닝 3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면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뛰어난 성적도 성적이지만 동시에 안우진은 국제대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평균 153.4km의 구속(스탯티즈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안우진의 직구 구종 가치는 리그 2위,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위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빠졌다는 건 확실한 1선발감의 부재라는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결국 국가대표팀 마운드는 ‘보직을 파괴하는 기용’으로 대회에 임할 예정이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김광현, 양현종은 고참으로서 선수들의 리더 역할을 해야하고 중요할 때 쓸 것”이라며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강철 감독은 “중간 투수와 마무리 투수가 선발로도 나갈 수 있다. 대회에는 경기별 개인 당 제한 투구수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경기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을 쓸 것”이라며 “훈련과정에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활용해 선발과 마무리 구분 없이 최대한 좋은 투수를 쓰는 방향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현종 등 일부 베테랑 투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20대의 체력적으로 우위가 있는 젊은 선발투수들을 대다수로 엔트리를 구성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들 역시 본선 1라운드에서 불펜 자원으로 여러 차례 등판할 전망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상대적으로 1경기 당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가 많고, 젊고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투수들이 많기에 최적화 된 전략이기도 하다. 동시에 라운드별로 제한 투구수가 있는 WBC의 대회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기도 하다.

WBC는 연습경기 최대 49구, 1라운드 65구, 8강 토너먼트 80구, 준결승 이후 최대 95구로 1경기 투수의 개인 투구수를 제한하고 있다. 타자 상대 중 제한 투구수를 초과할 경우 해당 타자 상대 후 교체가 가능한 방식.

거기다 투구수와 연투에 따른 휴식일도 있다. 30개 이상이면 1일 휴식, 50개 이상이면 4일 휴식, 2일 연투의 경우 1일 휴식, 더블헤더의 경우 1일 2경기 투구 불가 등이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대표팀에서 철저히 투수들을 보호하겠다는 목표지만, 투수 뎁스가 얇은 팀의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50구 이상을 던지는 전통적인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운용할 경우에는 4일 휴식일을 지켜야 하기에 1라운드에서 한 번밖에 등판하지 못한다. 본선 1라운드 B조 경기가 3월 9일 호주전을 시작으로 5일 간 4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1라운드는 경기 당 1명의 투수에게 최대 65구 제한이 있어 활용폭이 크지 않다. 그럴 경우 선발투수가 많은 투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할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를 나눌 필요가 생길 공산이 크다.

그렇기에 1일 휴식이 필요한 30구 이내 혹은 4일 휴식을 해야 하는 50구 이전에서 끊어 가는 마운드 운영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경험 많은 베테랑인 김광현과 양현종을 경기 중후반 이후 중요한 순간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탄탄한 야수진에 비해서 마운드 전력은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국제대회에서 더 중요한 건 막상 대회에서 각 팀의 전략과 현재 전력이 베일을 벗었을 때다.

앞선 대회에서도 1회 대회, 2회 대회 한국을 비롯해 좋은 성적을 올린 각 국가들은 투구수 제한이란 대회의 특성을 잘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기준에서 각각의 장점이 뚜렷한 투수들을 컨디션에 따라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낼 수 있는 스쿼드이기도 하다.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안고 있는 WBC 대표팀 마운드는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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