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환승연애' 성해은 누군지 몰랐다…연습없이 연기" [코미디언을 만나다]①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싸이부터 김고은은 물론 왕간다, 성해은까지, 개그우먼 이수지의 얼굴은 변화무쌍하다. 이수지는 '얼굴 천재' '연기 천재' 수식어에 걸맞게 지난해 연말에도 갖은 개인기로 웃음을 '빵빵' 터트렸다. 대표적으로 KBS 2TV '홍김동전'에서 선보였던 상황극이 큰 화제를 모았다. 초반 경찰서에서 '김고은 사칭범'으로 활약하다 KBS 2TV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였던 '황해'의 린자오밍으로 돌변하는 콩트로 '레전드 연기력'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티빙 '환승연애2'의 성해은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성대모사로도 큰 웃음을 안겼다. 이수지와 김민교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3'(이하 'SNL')에서 각각 '환승연애'의 최종 커플 성해은과 정현규로 분해 애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쳤다. 이수지는 성해은의 눈물 짓는 표정부터 입꼬리를 올려 "스물아홉이야"라고 말하는 유행어도 완벽하게 소화해 화제의 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수지는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을 키우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탓에 "반응을 실감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화제가 됐던 '홍김동전'과 '환승연애2' 콩트 모두 즉석에서 연기했다고 털어놔 남다른 재능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얼굴이 동그랗거나 통통한 사람이거나, 무쌍 얼굴은 다 재연 가능하다"고 자신하며 "저는 연기를 잘 하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이수지는 2008년 SBS 10기, 2012년 KBS 27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뽑혀 활약해왔다. '개그콘서트'부터 지금의 'SNL'까지, 긴 시간 쉼 없이 활동해왔지만 개그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깊다. 그는 "외모는 지적받아도 타격이 없는데 '노잼'이라고 하면 무조건 타격받는다"며 '천생 개그우먼'다운 본능을 밝히기도 했다. "개그는 중독"이라며 "요즘 일에 대한 감사함을 더 느끼고 주변분들을 더 돌아보게 됐다"는 이수지. [코미디언을 만나다] 서른네 번째 주인공으로 그를 만나 그간의 활약을 함께 돌아봤다.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지난해 연말 선보였던 개인기와 코미디가 모두 화제였다. 반응을 실감했나.

▶실감 못한다.(웃음) 평소 댓글을 잘 안 보는 편이기도 하다. 댓글에 악플이 있는지, 없는지만 보는 것 같다.

-'홍김동전'의 '웃참 챌린지'에 등장해 김고은 성대모사와 '황해' 개그를 보여준 것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홍김동전' 얘기는 많이 들었다. 사실 웃음참기 챌린지가 웃기려는 사람 입장에선 힘들다. 일단 출연자들이 웃음을 참아야 해서 안 웃으니까 내가 진짜 웃긴지 안 웃긴지를 알기가 어려워서 고통스럽다.(웃음) 그때 촬영장이 조용하니까 '난 망했다'하고 녹화를 마쳤는데 방송 나가고 나서 영상을 보니 선배님들이 웃으셨더라. 그래도 절 살려주셨다.(웃음)

-'홍김동전'에서 선보인 개그는 미리 합을 맞춘 것인가, 아니면 즉석 연기였던 것인지.

▶사실 웃음참기 챌린지인 줄도 모르고 갔다. '홍김동전' 작가가 '개그콘서트' 때부터 아는 작가 동생이어서 '언니 옛날에 했던 거 그냥 하면 돼' 하길래 즉석에서 연기를 선보인 거다. 예전에 해봤던 김고은 성대모사, 보이스피싱 각 파트만 구상하고 촬영했다.

-'SNL' 속 '환승연애' 성대은 성대모사도 히트였다.

▶사실 '환승연애'를 못 봤다. 제가 육아도 하고 있어서 뭐든지 남들보다 좀 늦게 본다. 뒤늦게 따라잡기 바쁜데, 처음에는 성해은이라는 분이 누군지 몰랐다. 작가님이 녹화 전날 영상 주소를 보내더니 '따라해주세요' 하시더라. 그때는 '나와 하나도 안 닮았는데 대체 왜 시키시는 거지?'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촬영한 거다.

-연습 없이 영상만 보고 바로 'SNL' 촬영을 했던 것인가.

▶연습도 못했다. 제작진 분들이 눈물과 입꼬리 등 몇 가지 포인트를 알려주셨고 '스물 아홉이야' 대사로 톤을 잡았다. 김민교 선배님과도 호흡을 맞춰야 했는데 선배님의 모습에 그분이 있으셔서, 너무 닮아서 웃기더라. 선배님이 연기하실 땐 너무 웃겨서 눈 감고 있었다. 선배님도 정현규씨에 대해 잘 모르셨을 텐데 바로 하시는 것 보고 타고나셨다고 생각했다.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SNL' 시즌3에서 '왕간다'도 화제였다.

▶'왕간다'는 반응을 실감했다.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뱃살 조금 밖에 없네' '이수지 초심 잃었네' '이수지 요즘 일 안 하네'라고 하시고 오히려 '살 좀 더 찌우라'고 독려해주셔서 실감이 나더라.(웃음)

-왕간다는 어떻게 탄생했나.

▶사실 왕간다야 말로 제가 먼저 한다고 제작진분들에게 말씀을 드렸다. 11월 초부터 소품을 구해달라고 했었는데 이게 한달이 걸렸다. 제가 1번으로 했어야 했는데 그 사이 강재준 오빠가 먼저 했다.(웃음) 저희 엄마가 처음에 '오빠 오빠' 사운드만 듣고 재밌다면서 '너 언제 이거 찍었냐'고 하시더라. '나 아닌데?' 했더니 '너랑 똑같이 생겼다' 했다. 그래서 하게 됐다. 엄마 덕분이다. 그래서 왕간다가 이번 시즌에서 제일 애착이 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둘째 딸 연기도 화제다.

▶기사를 봤는데 김정은이 딸을 데리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나타났다고 하더라. 사실 제가 얼굴이 동그란 사람이면 대부분 따라할 수 있다. 음성이나 행동이 더 잘 나온 자료가 있었다면 많은 분들이 더 공감해주셨을 텐데, 사진만을 바탕으로 대본이 나왔다. 녹화 당일까지 재밌는 것으로 대본 수정을 10번 더 했다. 해당 대본에는 저도 함께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크루들이 직접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분위기인가.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다. 오전 9시에 막내들까지 전부 리딩을 함께 한다. 누가 아이디어를 내도 '뭐야?' 하지 않는다. 서로 다 잘 들어주시고 존중해주신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번 시즌3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실감했던 적도 있나.

▶이전에는 수동적인 편이었는데 능동적인 사람이 됐다. 아이를 낳고 나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더라. 이 직업은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 트렌드를 반영하기가 어려워진다. 늘 '요즘 뭐가 유행인가' 고민해야 하고, 핫한 것들을 찾아봐야 한다. 아이를 낳고는 그게 더 어려워지다 보니 뒤처져서 스스로에게 트렌드의 중요성을 되새김질 하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그래도 육아보다는 안 어렵다.(웃음)

<【코미디언을 만나다】 이수지 편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