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웹툰 산업의 이면

양진원 기자 2023. 1. 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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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드라마·영화로 대박난 웹툰 IP] ③ 불공정 계약과 격무에 시달리는 창작자들

[편집자주]인기 웹툰 지식재산권(IP)이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해 성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원작 매출 급증으로 이어지는 등 IP 밸류체인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 웹툰 IP 영향력 확장에 웹툰 작가는 고소득 인기 직업에 등극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년 동안 꾸준히 활동한 웹툰 작가 평균 연봉이 1억1870만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지만 2차 저작물 제작 시에는 작가에게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남아 있어 시정이 시급하다.

웹툰 시장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잘 만든 웹툰 하나, 열 콘텐츠 안 부러운 이유
② 웹툰 작가, 평균 연봉 1억 시대
③ 잘 나가는 웹툰 산업의 이면
웹툰 시장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영화, 드라마 등 2차 저작물 콘텐츠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웹툰 작가들은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고강도 노동과 불공정 계약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웹툰 작가와 플랫폼, 콘텐츠 제작사(CP)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웹툰 작가들의 권익을 보장할 계획이어서 개선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웹툰 IP, 드라마와 영화 등 활용… 부가가치 극대화


카카오웹툰 사내맞선 이미지.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국내 웹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한 덕분에 매출 규모 1조원을 자랑한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스타 작가들이 나오고 웹툰 작가 지망생들도 줄을 잇는다. 이러한 성과를 낸 배경은 우수한 웹툰 IP가 꼽힌다. 잘 만든 IP(웹툰 속 스토리나 세계관)는 영화나 드라마로 다시 제작돼 기존 웹툰보다 몇 배 많은 부가수익을 창출한다. K-웹툰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가파른 성장도 이끌고 있다.

웹툰 원작이 박진감 있는 스토리로 두터운 팬층을 구축,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를 각색한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한국 드라마 가운데 웹툰 또는 웹소설 IP가 원작인 것은 총 19편이 제작돼 드라마 전체 제작편수의 20%를 차지한다.

현재 세계를 휩쓴 작품들 가운데서도 웹툰 원작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리스 오리지널 콘텐츠 '지옥', 'D.P' 모두 웹툰이 원작이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흥행에 성공한 IP는 하나의 콘텐츠를 통해 여러 가지 변형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원소스멀티유즈(OSMU)다. 웹툰, 웹소설의 형태로 발굴한 원천 IP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굿즈, 배경음악(OST)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해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드라마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이 넷플릭스에서 흥행하자 원작 네이버웹툰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 연재가 끝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주간 조회수 80배, 거래액은 59배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웹툰 제작사들은 온라인에 굿즈 전문 쇼핑몰까지 운영하고 있다. IP를 적용한 색다른 상품뿐 아니라 일상용품을 판매하는 등 소비자들을 끌어당긴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쇼핑몰 '레진샵'에서 웹툰 주인공의 신상정보를 담은 이력서를 판매했고 웹툰 제작사 와이랩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와이랩 스토어'는 학교 배경 웹툰에 등장하는 학생증이나 주인공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증명사진을 선보이기도 했다.


웹툰 작가, 불공정 계약·고강도 노동 만연… 정부, 상생협의체 출범


웹툰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웹툰 작가들의 계약 내용이 복잡해졌다. 사진은 네이버 웹툰 화산귀환. /사진=네이버웹툰
IP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플랫폼과 CP, 웹툰 작가가 맺는 계약 내용은 복잡해졌다. 계약 사항이 어려워질수록 시장의 계약 관행을 모르고 협상력도 떨어지는 웹툰 작가는 불공정한 계약에 노출될 수 있다.

웹툰 시장 초창기엔 주로 작가와 플랫폼이 1대 1로 계약을 맺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웹툰을 둘러싼 분업·협업이 늘어나고 2차 저작물이 증가해 계약 형태가 달라졌다. 에이전시 혹은 CP 등 중간자 역할의 회사가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회사들은 웹툰의 핵심 요소인 그림·글(스토리) 이외에 주변 작업을 분담하거나 웹툰 플랫폼과 계약을 대리한다.

중간 회사들의 개입 이후 불공정한 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와 '웹툰산업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체결 대상은 ▲플랫폼과 직접 계약(45.3%) ▲에이전시(43.0%) ▲스튜디오(9.5%) ▲기타(2.2%) 순이었다. 웹툰 작가들을 대상으로 불공정 계약이나 행위 경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9%가 불공정 계약이나 행위를 경험했다고 했다.

이 같은 계약 관련 불공정 행위로 '2차적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 및 플랫폼에게 유리한 일방적 계약'(40.8%)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 계약 체결 전 계약사항 수정요청 거부(32.1%), 특정 작가의 작품 등을 우대한 차별 경험(30.9%) 등이 뒤를 이었다.

과중한 업무 강도로 웹툰 작가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웹툰 작가의 하루 평균 창작 활동시간은 10.5시간이고 주 평균 창작 활동 일수는 5.8일이었다. 과거 웹툰이 처음 등장했을 때 한 회당 평균 컷수는 40~50컷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웹툰 작가 계약서에서 제시하는 한 회당 기본 평균 컷수가 60~70컷으로 늘었다.

지난해 7월엔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을 그린 30대 장성락 작가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그해 8월 "업계가 형성해온 살인적인 고강도 업무환경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작가의 노동 강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도 웹툰 작가 생태계 관계자들과 웹툰상생협의체를 발족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만화·웹툰 업계와 손잡고 웹툰 매출정보 공개와 휴재권 명문화 등 웹툰 창작자와 제작사, 플랫폼 간 상생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업계가 제시한 ▲웹툰 표준식별체계 도입 ▲소수·비인기 장르 등 다양성 만화 진흥 ▲웹툰 불법유통 대응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등도 포함됐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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