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CES서 경영 전면 ‘광폭행보’···美 테라파워와 원전 사업 확대도

빌게이츠 최대주주 美 테라파워 CEO와 CES 회동
원전추진선박·해상SMR단지 공동 협력 논의
CES서 글로벌 경영진 회동 확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대해서도 자신감 내비쳐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

[서울경제]

취임 3년 차를 맞은 정기선(사진) HD현대(267250) 사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CES 현지에서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전격 회동하며 최신 원자로 기술을 통해 원자력 선박·해상 SMR 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확대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내 HD현대 전시관에서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만나 SMR 공동 사업에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SMR 기업으로도 유명한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기술 나트륨(소듐냉각 방식)을 보유한 혁신 기업이다. 테라파워가 갖춘 소듐냉각고속로, 용융염원자로 등의 기술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대형 원전보다 누출·폭발과 같은 사고 위험도 낮다.

업계에서는 특히 이번 회동에서 추가 투자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로 르베크 CEO 외에도 마르시아 벌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C레벨도 정 사장과의 회동에 동석했다. HD현대는 지난해 11월 차세대 원전으로 부상하고 있는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약 425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 경영진은 또 SMR과 같은 미래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원자력 추진 선박이나 해상 에너지 클러스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도 적극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탈탄소 문제로 조선업계가 SMR을 새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하는 상태에서 실제 관련 투자와 사업을 구체화하는 기업은 HD현대가 유일하다.

정 사장은 CES 개막 하루 전인 지난 3일 미디어컨퍼런스에서 오션트랜스포메이션(해양 대전환)이라는 비전을 공개하며 “HD현대의 최첨단 해양 플랫폼을 활용해 바다 전반에 걸친 재생가능 에너지원의 신(新)개척지를 구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취임 3년 차인 정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CES에 2년 연속 참석하며 ‘CES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정 사장은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 디너에 참석해 항공택시 스타트업 조비 에비에이션, 라이다 기업 에이아이 등 경영진을 만나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생각도 교환했다.

한편, 정 사장은 CES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제대로 ‘내가 돈을 벌어야겠다. 이걸로 돈을 벌어서 성장시키고 직원들도 돈 많이 주고 해야겠다’는 원칙이 서있는 회사(한화)가 운영하는 데 대해 기대한다”며 “(한화의 인수로)업황 관련해서는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인수 참여와 관련해서 “우리는 예전 두산인프라코어 때도 그랬고, 자신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시너지가 있다”며 이번 인수건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