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백내장 수술 보험금, 다시 받을 수 있을까

김희정 2023. 1. 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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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백내장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 재정비"
작년 1분기 백내장 보험금 4570억원 '역대 최대'
난색 표하는 보험업계…내부 대응방안 논의

보험업계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함께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실이 작년 9월부터 국민제안 2만여건을 전수 점검해 발굴한 제안 17개를 정책화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과 보험업계가 얽힐 일이 뭐가 있을까' 의아하시겠죠.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 재정비가 국민제안중 하나로 채택됐다면 어떠실까요.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기준 재정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대통령실은 '과도한 수술서류 증빙 요구 등으로 인한 선의의 소비자 불편 개선 등을 위해 보건당국과 협의해 백내장 수술 지급심사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백내장 수술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주요수술중 1위(37.2%, 2021년 건강보험공단 주요수술 통계연보)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대통령실)는 보험사와 가입자간 불필요한 보험금 분쟁을 예방하고 억울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선의의 소비자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죠.

대통령실은 채택된 정책화 과제 대부분을 올해중 시행하거나 세부 방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 재정비의 경우 금융위원회에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개정' 등을 권고할 것으로 보이죠.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정책화) 이행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 국민들과 민원을 제시한 분들에게 전달토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백내장 실손보험금 어떻게 줄였는데…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백내장은 눈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뿌옇게 변해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과거 보험사들은 백내장에 대해 깐깐히 검증하지 않고 실손보험금을 지급해 왔죠. 하지만 눈 하나 당 400만~600만원선인 다초점 렌즈를 사용한 백내장 수술이 급증하면서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16년만해도 779억원에 불과했던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이 2020년 6480억원으로 늘었다고 해요. 4년 만에 8배가 증가한 것이죠. 다시 2021년엔 1조1528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 1분기에만 45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4월부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개정해 보험금 청구시 백내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검사결과(세극등 현미경 검사)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등 지급 기준을 강화했고요. ▷관련기사 : 금융당국, 실손보험금 누수 틀어막는다(2022년 4월 27일)

여기에 작년 6월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백내장 수술 이후 실제 입원하지 않거나, 최소 6시간 이상 병원에 체류하지 않은 건에 대해선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 근거가 생겼습니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백내장 수술, 왜 입원치료 인정 못 받았나(2022년 6월 23일)

보험업계 우선 '눈치보기'

그 결과 지난해 1분기 역대 최대기록(4570억원)을 새로 썼던 백내장 보험금 지급 규모가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해요.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겁니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어렵게 마련한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다시 뜯어 고치겠다는 거죠. 다음달 나올 올해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보험업계는 경계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이미 일부 손보사들은 내부적으로 관련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해요. 향후 늘어날 수 있는 백내장 보험금 지급 액수 계산은 이미 끝났겠죠. 백내장 보험금 지급심사 문턱이 낮아지면 기존에 보험금 지급을 보류했거나 거절한 건에 대해서도 돈을 내줘야 합니다. 보험금 청구는 사고 발생일이나 후유장해 판정일로부터 3년간 재청구가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련 논의에 대한 언질은 오지 않았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 지시한 만큼, 향후 어떤식으로든 백내장 보험금 지급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주범인 백내장 수술을 집중 단속하면서 청구건이 급격히 줄었다"며 "실손보험 만성 적자를 유발하는 일부 의료기관과 보험 가입자의 허위·과잉진료가 언제 다시 늘어날지 걱정스럽다"고 했습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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