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뚫렸다”…영공 휘젓고 다닌 북한 무인기, 무색해진 ‘철통경계’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1. 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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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일대 비행금지구역(P-73)까지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던 군이 입장을 바꾸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14년 경기 파주시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북한 무인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침범 당시 서울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에 탐지와 소실이 반복되는 항적이 포착됐지만, 운용 요원들은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이후 전비태세검열에서 항적을 다시 분석한 결과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이 확인됐다.

크기가 2m에 불과한 소형 무인기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구역까지 침범하면서 군의 방공태세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군은 종합방공훈련을 실시하면서 대응태세를 갖추는 한편 방공망 정비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가 또다시 침투한다면, 완벽하게 저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무인기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이유

북한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휴전선 이남으로 투입한 무인기들은 인터넷에서도 구할 수 있는 저가의 상용 부품으로 제작한 싸구려 군용 소형 무인기다.

상용 부품으로 조립한 무인기는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에 불과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같은 무인기는 정찰을 위한 침투 또는 지상 충돌에 의한 폭격 등에 쓰인다. 조잡하지만 방어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난 2017년 강원 인제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무인기 침투나 공격을 저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 없이 100% 방어할 수 있는 솔루션은 현재까지는 없다. 

무인기 방어작전은 크게 탐지→식별→타격으로 구성된다. 탐지는 레이더나 광학·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한다. 한국군에서는 TPS-880K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가 담당한다. 

문제는 무인기 크기가 2m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는 점이다. 레이더가 탐지해도 새떼나 풍선 등으로 오인할 수 있고, 이를 식별하는 과정에서 무인기가 탐지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속수무책이다. 

1~2m 크기의 소형무인기를 정확하고 빠르게 탐지하는 것이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이유다.

엔진 크기가 작아서 방출되는 열의 양도 적기 때문에 적외선 카메라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학 카메라는 날씨 등의 제약이 따른다. 

무인기가 발산하는 전파 신호를 추적하는 방식도 있으나, 무인기가 이륙 전 입력된 좌표로 비행하면서 지상과의 교신을 끊으면 소용이 없다.

무인기 요격도 쉽지 않다. 레이저빔이나 총기 발사 등의 방식으로 적 무인기를 격추하는 ‘킬러 드론’은 숙련된 조종사가 24시간 대기하면서 작전 태세를 갖춰야 가능하다. 무인기의 성능도 매우 높아야 한다. 
미 해병대원들이 시가지 전투훈련 과정에서 드론을 무력화하는 ‘드론킬러’ 무기를 휴대한 채 드론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중에서 무인기에 그물을 발사해 포획하는 방식은 영국의 오픈웍스 엔지니어링이 만든 스카이월에서 실용화했다. 스카이월은 그물을 발사해 무인기를 잡으면 낙하산이 펼쳐져 지상에 착륙한다. 하지만 무인기가 빠르게 날거나 불규칙한 항적을 유지하면 무용지물이다.

전파방해(재밍)는 기술적으로 입증된 방식이다. 이란은 2011년 11월 자국 상공을 날던 미군 RQ-170 스텔스 무인기에 재밍을 실시, 포획에 성공했다. 핵심 기술이 적국에 노출된 사태에 직면한 미국은 RQ-170을 폐기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방식으로 소형 무인기 경로를 이탈시키거나 추락을 유도하는 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재밍을 하면 인근의 GPS나 전파 수신장치를 탑재한 전자기기가 모두 마비될 위험이 있어서 도심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부수적 피해를 막으려면 침입하는 무인기를 조기에 발견해 재밍을 국지적으로 짧게 해야 하는데, 무인기가 해당 지역을 신속하게 벗어나면 한계가 있다.

레이저 무기는 실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무인기에 탑재된 전자장비를 교란해 오류를 일으켜 무인기를 출발지로 되돌아가게 하는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나 전자기펄스탄도 거론되지만, 주변 전자기기도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상 방공부대의 대공화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자폭 드론으로 공습을 감행하자 우크라이나군은 중기관총과 대공미사일 등을 동원해 요격작전을 벌이고 있다.
육군 방공부대 장병들이 가상 표적을 향해 벌컨포를 조준하고 있다. 합참 제공
지상 방공부대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정확한 표적 정보가 필수다. 그래야 대공화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능동전자주사위상배열(AESA) 방식의 근거리 레이더나 정밀한 수준의 광학추적장비 등이 요구된다.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 사건 당시 일각에서 30㎜ 비호복합 자주대공포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호복합은 30㎜ 자주대공포에 신궁 지대공미사일 4발을 결합한 무기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항공기 요격이 임무다. 

하지만 비호복합에 탑재된 기존 탐지장비로는 무인기 포착이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군은 소형 무인기도 수㎞ 거리에서 식별할 수 있는 신형 장치를 도입해 무인기 대응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인기에 쏜 대공포탄이 지상에 낙하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발포에는 제약이 따르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군집 드론 투입하면 막을 수 있나

군 당국이 헬기와 KA-1 전술통제기를 앞세워 북한 소형무인기 침투를 저지하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북한의 전략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번 침투 사건에서 무인기 5대를 투입했다. 하지만 지상 공격을 위해 훨씬 많은 수량의 자폭 무인기를 단일 표적에 동원, 군집 드론 공격을 감행한다면 군의 방어체계가 무력화될 위험이 높다.
북한이 자체 개발한 무인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부카이크 정유시설과 쿠라이스 원유생산기지 공격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이란 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맨 후티반군이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10여대가 일제히 자폭 공격을 감행, 기지 시설에 큰 타격을 입혔다.

후티반군과 이란이 사용한 소형 무인기는 상용 부품을 쓰는 저가 기종이었다. 폭발물 탑재량도 적다. 

하지만 이같은 드론 10여대가 투입되면 방공망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순항미사일 1발이나 무인기 1대가 접근하면 요격이 쉽지만, 다양한 경로로 날아드는 소형무인기의 군집 공격은 이를 모두 격추해야 저지할 수 있다. 1~2대를 격추해도 나머지 무인기들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저렴한데 순항미사일만큼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무인기에 관심을 갖고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중국에서 무인기를 도입하면서 자체 개발을 병행했다. 

현재 1~6m 크기의 소형기종 위주로 500대의 무인기를 갖고 있으며, 자폭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추정하고 있다.

다수의 무인기를 동시에 투입하는 군집 드론 기술은 아부카이크 정유시설 공습 경험을 갖춘 이란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은 미사일 등의 분야에서 과거부터 이란과 긴밀한 군사교류를 진행해왔다. 민간용 드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율비행 등 기술도 있다. 
이란산 저가 소형무인기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을 날고 있다. AP통신
북한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10~20여대의 소형무인기를 앞세워 군집 드론 공격을 감행할 기술을 확보한다면, 현재의 군 방공망으로 이를 100% 요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유, 통신 등 전쟁과 국정 운영에 필수인 핵심시설을 겨냥해 단 한 차례만 공격이 성공해도 정부와 군의 대응력은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직접 타격 외에 생화학 무기, 방사능 물질을 투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5년 4월 22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옥상 헬리포트에 떨어진 드론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같은 위험을 단기간 내 차단하기 위해서는 ‘융합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각지에 있는 탐지 및 타격자산을 전술지휘통신망으로 한데 묶어야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5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진행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에서 AH-64 공격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양주=뉴스1
레이더와 열상장비 등 탐지장비가 획득한 정보를 빠르게 공유·통합해 타격부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타격부대는 표적 정보를 토대로 자체적인 식별 절차를 거쳐 요격한다.
현재 군에는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방공C2A)가 운용중이다. 2017년 개발돼 전력화된 체계로 군단 및 사단지역 방공무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적 공중위협에 대한 항적정보유통, 경보전파, 사격통제 등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자동화했다. 이와 유사한 체계를 무인기 요격 작전에 활용하면, 단기간 내 전술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
소형무인기 대응 훈련이 실시된 5일 오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에 훈련에 참가한 비호 자주대공포가 대기하고 있다. 파주=뉴시스
북한 소형무인기 침투는 무인기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북한이 다수의 소형무인기를 동시에 단일 표적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합동드론사령부 창설 같은 공격적 옵션보다 방어 대책이 더 시급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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