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뚫렸다”…영공 휘젓고 다닌 북한 무인기, 무색해진 ‘철통경계’ [박수찬의 軍]
크기가 2m에 불과한 소형 무인기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구역까지 침범하면서 군의 방공태세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군은 종합방공훈련을 실시하면서 대응태세를 갖추는 한편 방공망 정비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가 또다시 침투한다면, 완벽하게 저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무인기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이유
북한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휴전선 이남으로 투입한 무인기들은 인터넷에서도 구할 수 있는 저가의 상용 부품으로 제작한 싸구려 군용 소형 무인기다.
상용 부품으로 조립한 무인기는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에 불과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무인기 방어작전은 크게 탐지→식별→타격으로 구성된다. 탐지는 레이더나 광학·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한다. 한국군에서는 TPS-880K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가 담당한다.
문제는 무인기 크기가 2m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는 점이다. 레이더가 탐지해도 새떼나 풍선 등으로 오인할 수 있고, 이를 식별하는 과정에서 무인기가 탐지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속수무책이다.
1~2m 크기의 소형무인기를 정확하고 빠르게 탐지하는 것이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이유다.
엔진 크기가 작아서 방출되는 열의 양도 적기 때문에 적외선 카메라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학 카메라는 날씨 등의 제약이 따른다.
무인기가 발산하는 전파 신호를 추적하는 방식도 있으나, 무인기가 이륙 전 입력된 좌표로 비행하면서 지상과의 교신을 끊으면 소용이 없다.
전파방해(재밍)는 기술적으로 입증된 방식이다. 이란은 2011년 11월 자국 상공을 날던 미군 RQ-170 스텔스 무인기에 재밍을 실시, 포획에 성공했다. 핵심 기술이 적국에 노출된 사태에 직면한 미국은 RQ-170을 폐기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방식으로 소형 무인기 경로를 이탈시키거나 추락을 유도하는 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재밍을 하면 인근의 GPS나 전파 수신장치를 탑재한 전자기기가 모두 마비될 위험이 있어서 도심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부수적 피해를 막으려면 침입하는 무인기를 조기에 발견해 재밍을 국지적으로 짧게 해야 하는데, 무인기가 해당 지역을 신속하게 벗어나면 한계가 있다.
레이저 무기는 실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무인기에 탑재된 전자장비를 교란해 오류를 일으켜 무인기를 출발지로 되돌아가게 하는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나 전자기펄스탄도 거론되지만, 주변 전자기기도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를 위해서는 능동전자주사위상배열(AESA) 방식의 근거리 레이더나 정밀한 수준의 광학추적장비 등이 요구된다.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 사건 당시 일각에서 30㎜ 비호복합 자주대공포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호복합은 30㎜ 자주대공포에 신궁 지대공미사일 4발을 결합한 무기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항공기 요격이 임무다.
하지만 비호복합에 탑재된 기존 탐지장비로는 무인기 포착이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군은 소형 무인기도 수㎞ 거리에서 식별할 수 있는 신형 장치를 도입해 무인기 대응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인기에 쏜 대공포탄이 지상에 낙하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발포에는 제약이 따르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군집 드론 투입하면 막을 수 있나
군 당국이 헬기와 KA-1 전술통제기를 앞세워 북한 소형무인기 침투를 저지하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북한의 전략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후티반군과 이란이 사용한 소형 무인기는 상용 부품을 쓰는 저가 기종이었다. 폭발물 탑재량도 적다.
하지만 이같은 드론 10여대가 투입되면 방공망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순항미사일 1발이나 무인기 1대가 접근하면 요격이 쉽지만, 다양한 경로로 날아드는 소형무인기의 군집 공격은 이를 모두 격추해야 저지할 수 있다. 1~2대를 격추해도 나머지 무인기들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저렴한데 순항미사일만큼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무인기에 관심을 갖고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중국에서 무인기를 도입하면서 자체 개발을 병행했다.
현재 1~6m 크기의 소형기종 위주로 500대의 무인기를 갖고 있으며, 자폭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추정하고 있다.
정유, 통신 등 전쟁과 국정 운영에 필수인 핵심시설을 겨냥해 단 한 차례만 공격이 성공해도 정부와 군의 대응력은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직접 타격 외에 생화학 무기, 방사능 물질을 투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5년 4월 22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옥상 헬리포트에 떨어진 드론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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