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개 팔린 김고은 ‘멀티밤’ 1위 비결[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1.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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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 인터뷰
배우 김고은 씨가 화장품 브랜드 ‘가히’ 멀티밤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테크
1500만개.

2020년 4월 출시돼 지난해 11월까지 판매된 화장품 브랜드 ‘가히’ 멀티밤의 누적 판매량이다. 이 제품은 여러 중년 여성들이 핸드백에 넣고 다니는 필수 아이템(필수템)으로 자리매김했다. 가히 멀티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들도 앞다퉈 멀티밤을 출시했지만, 가히 멀티밤은 멀티밤 원조답게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가히 멀티밤은 립스틱보다 약간 큰 용기에 담겨 있으며, 립스틱을 사용하듯이 용기의 아랫부분을 돌려서 사용하는 화장품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얼굴 곳곳에 쓱쓱 발라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며, 건조한 곳 혹은 주름이 있거나 생길 것 같은 부위에 꾸준히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재구매율이 높다.

가히 멀티밤이 돌풍을 일으킨 또 다른 배경에는 제품 모델인 배우 김고은 씨의 영향력도 컸다. 김고은 씨는 멀티밤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제품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가히를 개발·판매하는 기업은 코리아테크다.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 /사진=코리아테크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창업자)는 “가히 론칭을 앞두고 있던 당시 김고은 씨가 기존 화장품 광고 모델 계약이 끝났을 무렵이었는데, 여러 화장품 브랜드가 김고은 씨를 모델로 모시려고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며 “김고은 씨가 가히 멀티밤을 직접 사용해본 후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아닌 가히를 선택해서 모델로 발탁됐다”고 밝혔다.

‘가히’는 세상에서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한다는 이 대표가 한글 사랑을 담아 지은 브랜드명이다. 한글 자음 시작인 ‘ㄱ’과 끝인 ‘ㅎ’, 모음 시작인 ‘ㅏ’와 마지막 모음인 ‘ㅣ’를 조합해 ‘가히’라고 지었다.

코리아테크 관계자는 “한글은 백성들이 글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세종대왕이 만든 애민정신의 산물로, 한글이 어려웠다면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장품도 한글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배려해서 반드시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히 멀티밤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든 쉽게 바를 수 있게 기획된 제품으로, 소비자 삶에 직접 녹여들 수 있도록 개발돼 성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사용감이 뛰어난 멀티밤을 만들려고 개발팀 인력들이 제품을 엄청나게 많이 발라봤다”며 “화장품 용기나 디자인보다 제품 본질 즉 주름 완화에 도움을 주는 성능 개발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가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코리아테크의 경영실적도 뛰었다. 2020년 139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2513억원으로 약 20배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매출은 국내에서 창출됐다. 가히는 수출 규모는 작지만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싱가포르, 호주, 대만,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약 4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코리아테크는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가히의 수출물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코리아테크는 가히의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서울 북촌 지역에 한옥 3채를 매입해 플래그십 스토어로 꾸미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말 준공 목표로 소비자들이 가히를 친숙한 브랜드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아테크는 가히 출시 전까지 주로 해외 제품을 발굴해서 한국에 판매하던 유통 회사였다. 이 대표는 대학교 진학 대신 20대 초반부터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노점 장사를 하면서 약 5~6년 동안 장사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03년 코리아테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탄산수 제조기를 2005년 한국에 출시해 탄산수 제조기 열풍을 불러 일으켰으며, 한때 엄청나게 많이 팔린 영국 주방세제 ‘아스토니쉬’를 한국에 공급한 사람도 이 대표이다. 그가 한국에 선보이는 상품마다 불티나게 팔렸지만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대표가 해외 상품을 직접 소싱한 게 아니라 중간에 수입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있었다. 이 대표가 고생해서 브랜드를 키워놓으면 수입 대행업체가 해당 브랜드 제품의 판매권을 빼앗아갔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들여온 브랜드를 한국에서 유명 브랜드로 만들어 놓으면 다른 업체들이 판권을 가져갔다”며 “한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그때의 고난과 역경 덕분에 미용 기기 등 미용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 이영애 씨가 얼굴 마사지 기기 ‘리파 캐럿’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테크
이후 이 대표는 배우 이영애 씨의 얼굴 마사지 기기 ‘리파 캐럿’으로 잘 알려진 일본 기업 엠티지(MTG)의 미용기기 브랜드 ‘리파’의 한국 독점 판매권을 따냈다. 2014년 리파 캐럿을 한국에 론칭해 한국에서만 지금까지 약 300만대 팔았다.

2018년 이 대표는 가수 싸이의 얼굴 근육 운동 기기로 알려진 ‘파오’, 이영애 씨의 얼굴 마사지 기기 ‘카사업’, 포르투갈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복근 운동 기기로 유명했던 ‘식스패드’ 등을 출시하고 제품을 다각화하며 회사를 키웠다.

하지만 상승곡선을 그리던 ‘리파 캐럿’ 등 리파 제품의 판매량은 2019년 한국에서 일어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급격히 고꾸라졌다. 이 대표가 돌파구로 찾은 해법은 가히 개발·론칭이었다. 코리아테크는 요실금 치료기 ‘이지케이(Easy·K)’, 초음파 음식물 세척기 ‘이지더블유(Easy·W)’, 척추 마사지 매트 ‘이지에스(Easy·S)’, 탈모 치료 기기 ‘이지헤어풀(Easy·Hairfull)’도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가 꿈꾸는 코리아테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이 ‘가히’하면 ‘무조건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가히를 신뢰받는 브랜드로 만들 겁니다. 사업 때문에 종종 유럽에 가보곤 했는데, 유럽에는 100년 넘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는 10년 이상 된 기업도 많지 않은데요. 회사에도 나이가 있어요.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회사가 없어져서는 안 됩니다. 코리아테크를 100년 기업으로 키우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신수현 기자]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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