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수익성이 없다”…급식업체 외면하는 세종청사 구내식당
눈은 높은데, 식대는 적어…급식업체 ‘고민’
대기업 수주 막고, 소기업은 신청자격 제한
“경쟁제한적” 지적…업계선 ‘특정업체 밀어주기’ 시선도
2023년 1월 1일부터 정부세종청사 1단계(1·2·5·6동) 구내식당 급식 업체가 풀무원에서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계열사인 ‘본푸드서비스’(이하 본푸드)로 변경됐다. 세종청사 1동에는 국무조정실, 2동에는 공정거래위원회, 5동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6동에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이 입주해 있다. 본푸드는 다음달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하는 세종정부청사 중앙동 구내식당 급식 입찰도 수주했다.
세종청사 1단계 구내식당은 좌석수만 1564석, 1일 식수 인원이 4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급식 계약이다. 입주 인원이 3200명에 이르는 중앙동 구내식당도 좌석수가 560석에 이른다. 급식업체들로선 눈독을 들일만한 사업이지만, 중앙동 구내식당 입찰전은 본푸드 ‘단독입찰’로 마무리됐다. 세종청사 1단계 구내식당 기존 공급업체였던 ‘풀무원’도 중앙동 구내식당 입찰전에 나서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청사 구내식당 위탁관리 업체 선정 경쟁이 치열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의 근간이 되는 식수인원이 보장되고, 공무원 사회 특성상 구내식당 이용률이 높아 이른바 ‘알짜 사업장’으로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급식업체들이 세종청사 식당 입찰전을 외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풀무원 측은 ‘수익성 악화’를 꼽는다. 풀무원 관계자는 “수익성을 검토한 결과, 입찰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급식 수준을 현재의 공급 가격에 맞추기 어려워 타산이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종청사 구내식당의 중식 단가는 4000원이다. 일반 기업 구내식당의 중식 단가(7000원대)와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4000원에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는 게 급식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청사 구내식당’에서 저질의 식단을 제공할 수도 없는 상황. 결국 식단의 질을 조금 낮추고, 수익률을 일부 포기하는 지점에서 타협을 봤을 것이라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수익성 악화에 급식 품질은 시나브로 떨어졌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급식 맛이 떨어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구내식당 이용률은 갈수록 저조해졌다. 팔리지 않은 밥·국·반찬은 급식업체에 부담으로 돌아갔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졌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때 나온 ‘대기업·중견기업의 단체급식 과점 해소 정책’이 급식업체 경쟁제한성을 키웠고, 그 후과가 세종청사 급식업체 선정 결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두달 뒤인 2017년 9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불러 “국내 민간 단체급식 시장에 대기업 비중이 높다는 언론 지적이 있는 만큼 시장 과점 여부와 실태를 점검한 뒤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급식업계엔 ‘정부와 공공기관이 구내식당 위탁관리를 대기업 계열사에 맡기지 말라는 지시’로 통했다.
이 총리 지시 이후 진행된 세종청사 1단계 구내식당 입찰은 풀무원이 수주했다. 당시 입찰에는 대기업 급식 계열사 중에선 CJ프레시웨이만 참가했다. 이 총리의 지시 10여일 전 진행된 ‘정부세종청사 1단계 구내식당 관리위탁업체 모집 설명회’에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가 참석하며 관심을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흥행 실패’와 다름 없었다. 당시 급식업계엔 이 총리의 지시로 수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고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부분 입찰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는 루머까지 돌았다. 대기업의 참여는 막으면서,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위탁관리업체 신청자격으로 ‘단일 급식장 기준 1일 평균 1000명 이상의 집단급식 운영 실적이 있는 자’로 제한해 풀무원과 본푸드 등 중견 급식업체만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관가에선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경쟁 제한적인 정책을 펴 정작 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자승자박’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까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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