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심심한 사과? 중식이 중국食?… 시선추적으로 성인 문해력 공략
“동영상 시대, 꼭 필요한 앱…유료도 승산”
동공 분석 기술, 쇼핑·헬스케어서도 기회
최근 ‘심심한(매우 깊고 간절한) 사과’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하나도 안 심심하다”고 비판하면서 성인의 낮은 문해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을 줄 아는 걸 넘어 의미까지 이해한 정도를 뜻한다. 이런 문해력 문제는 가정통신문에 안내된 ‘중식 제공’을 보고 “우리 애가 중국 음식을 싫어하는데 일방적으로 점심 메뉴를 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거나 아예 “누가 줄글을 읽느냐, 동영상으로 보내달라”는 학부모 요구에서도 확인된다.
동영상으로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겠다며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시선추적 기술을 보유한 ‘비주얼캠프’다.
2014년 11월 박재승, 석윤찬 대표가 공동 창업한 비주얼캠프는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에 내장된 전면 카메라나 PC 웹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시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시선추적 기술의 모바일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인 CES, 모바일 박람회 MWC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에 납품하기도 했다. 또 비대면 학습 집중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아이스크림에듀, 교원, 메가스터디, 비상M러닝, LG유플러스(U+ 초등나라) 등 사교육 업체에도 기술을 납품 중이다.
비주얼캠프는 다음 달 ‘리드(Read)’라는 문해력 향상 앱을 출시하기 위해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내놓고 막바지 테스트에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1일, 올해 1월 5일 박(61) 공동창업자를 서울 양재AI허브 사무실에서 두 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동영상 시대에 꼭 필요한 앱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왜 문해력인가.
“최근 사회적으로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줄글을 읽을 때는 인지·추론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앞부분(전전두엽)이 활성화되는데, 동영상을 볼 때는 시각, 청각 등 감각기관만 쓴다.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읽기 능력이 떨어져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학생들이 많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새해 많은 이들이 독서나 다이어트, 영어 공부를 버킷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뜻함)로 올리지 않나. 문해력 향상 니즈도 많을 것이다.”
-리드 앱으로 어떻게 문해력을 향상할 수 있나.
“하루 10분, 3000자 정도의 텍스트를 준다. 전면 카메라로 시선을 추적해 문장을 읽는 습관이 어떤지, 잘 읽었는지 체크해준다. 만약 헤맨다면 ‘다시 읽어보라’고 제안한다. 오래 특정 단어를 보고 있거나 건너뛰는 경우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련 어휘 학습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유료다. 타깃은 고등학생, 성인이다.”
-돈 내고 쓰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기술 진입장벽을 소비자에게 낮추면서 벤치마킹한 곳은 미국 하버드대 출신이 창업해 한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인공지능(AI) 기반 영어 학습 앱 ‘스픽’이다. 월 2만9000원을 받는데 콘셉트가 비슷하다. 우리는 읽기, 스픽은 말하는 걸 학습시킨다. 250만 다운로드 사용자 중 약 2만명은 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해력을 문제로 느끼는 수요는 분명히 있다. 2월 출시해 2분기부터는 수익을 낼 것으로 본다.”
-리드 앱의 기반이 되는 시선추적 기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달라.
“웹툰이나 영상을 볼 때 카메라가 동공 움직임을 감지해 소프트웨어가 그 위치를 매핑시켜주는 기술이다. 모바일에서 이런 정확도로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다. 시선에 따라 스크롤을 해주고 멈춘 경우 이를 감지, 스톱하는 기술을 밀리의서재에 납품했다.
시선 데이터 분석쪽으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는지 동공 움직임으로 추출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기술을 납품했다. 이 솔루션은 소비자가 오래 볼 경우 (구매) 추천할 수도 있다. 구매 전환율이 올라갈 수 있는 분석 솔루션이 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커머스)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도 조인트벤처로 진출할 예정이다. 동공을 인식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교육 업체에도 기술이 들어갔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비대면 교육 시장이 열렸다. 아이들이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공부하게 된 것인데 이런 온라인 교육의 약점은 단방향이라는 점이다. 사교육을 듣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성적 향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집중해야 한다.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시선 데이터를 통해 응시 여부, 몰입도를 파악해 학생 개인은 물론, 교사 등에 정보를 제공한다. ‘감시가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교육의 한계를 메울 핵심 기술로 모든 업체가 도입했다.”
-50대에 창업한 게 인상적인데.
“2014년 50대에 창업해 이제 60대가 됐다. 전 세계에서 한국 출산율이 최저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은퇴 연령을 높이고, 작은 아이템으로라도 사업을 시작하는 시니어가 많아져야 한다. ‘시니어창업사관학교’를 만들고 50~60대 창업가에게 투자도 하고 노하우도 공유하는 게 남은 버킷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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