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쟁점된 중대선거구제…논쟁하다 끝날까

정호영 2023. 1.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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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제안에 논의 시동…빠듯한 기한·이해관계 첨예
국회 본회의장.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게임의 룰' 논의가 새해 벽두 정치권 화두로 급부상했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촉매로 관련 논의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6일 기준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4월 10일)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데다 각 당 내에서도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엇갈리고 있어 결과물 도출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중대선거구제는 다수 지역구를 1개로 묶어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1개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 후보 1명을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2등 이하에게도 당선길이 열린다.

따라서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 하에서 다량 발생하는 사표(死票)를 줄이고 거대양당 중심의 극심한 영·호남 지역주의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동시에 최다 득표자가 아닌 당선자도 배출되기 때문에 지역 대표성을 흐린다는 문제도 공존한다. 또 지역구 면적 자체가 크게 넓어지는 만큼 기존 유력 정치인의 인지도 경쟁의 장이 되거나 파벌 정치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는 표면적으로 선거구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관련 논의에 착수했지만, 실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를 두고는 이견이 분출하는 모습이다. 특히 영남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 수도권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이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04석을 석권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영남 65석 중 56석을 휩쓸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2위 득표율을 바탕으로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절반 가까이 의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5일)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소선거구제 부작용이 중대선거구제보다 적다면 그것으로 개혁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불리, 당리당략을 따지면 개혁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자당 정개특위 위원들과 만난 뒤 "전반적으로 소선거구제가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됐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 의견을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반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절감하지만, 중대선거구제의 문제점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며 "(일본은)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 정치가 심화됐다. 이 폐해를 막기 위해 소선거구제로 돌아갔고, 정당 파벌 정치가 완화됐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일견 결이 다른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어 "선거구를 광역화해 복수의 국회의원을 뽑겠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각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일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밀도 있게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선거구제 개편 등을 논의할 당 정치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다만 정치혁신위원장을 맡은 장경태 최고위원은 선거구제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례성 강화와 지역구도 타파"라며 "2인 선거구는 양당이 (의석을) 나눠먹자는 이야기로 고민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당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말해왔지만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차기 총선의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은 오는 4월 10일이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2월 내 복수의 관련 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 안을 바탕으로 국회의원 전원위원회 논의를 거쳐 3월 중 선거구제 최종안을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의 '승자'들이 집결한 국회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묶고 최악의 경우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를 내려놓아야 할 상황을 만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리적인 논의·협상 시간도 부족하다. 당장 국민의힘은 오는 3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4월 원내대표 선거를 각각 앞두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텃밭을 가진 양당 입장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며 "총론에서는 찬성한다고 해도 디테일 협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도 도입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전부 소선거구제"라며 "의미가 있으려면 영·호남을 섞는 등 행정구역 개편, 나라 지도를 다시 그리는 수준의 전면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1월 임시국회 여는 것도 여야 합의가 안 되는데 4월 10일까지 (선거구제) 협상을 해서 통과시킨다는 게 가능할까"라며 "차라리 여야 안을 22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이긴 정당 안을 중심으로 23대 총선에서 도입하는 게 그나마 가능한 이야기다. 이번에는 위성정당만 만들지 못하게 해도 진일보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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