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의 '기분’을 바꾸는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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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옆 주차장에 차가 드나들며 생기는 진동을 느껴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김선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QNS) 대외협력팀장은 "실험동에 있는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은 주차장, 화장실 등에서 나오는 진동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양자얽힘이란 서로 다른 양자들의 기분이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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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옆 주차장에 차가 드나들며 생기는 진동을 느껴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진동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사람은 느낄 수 없는 미세한 진동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실험실이 있다.
김선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QNS) 대외협력팀장은 “실험동에 있는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은 주차장, 화장실 등에서 나오는 진동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의 주요 연구과제는 STM을 이용해 양자의 특성을 밝히는 것이다. STM은 끝이 원자나 분자 한 개로 된 뾰족한 탐침으로 원자, 분자 등을 조작하고, 그 특성을 관측하는 현미경이다. 김 대외협력팀장은 “STM으로 원자를 관측하는 건 서울에서 부산 거리 정도의 긴 막대기로 공 하나를 굴리는 것만큼이나 정교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 다채로운 기분을 가진 입자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이 정밀한 STM 관측에 몰두하는 이유는 원자나 분자를 양자컴퓨터의 기본 연산 단위 ‘큐비트(qubit)’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큐비트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는 연구 또한 이뤄지고 있다.
장원준 연구기술원은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사이의 양자얽힘을 이용해 연산을 한다”며 “큐비트가 외부 환경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단점은 현재 양자 기술 연구에서 풀어야 할 큰 숙제”라고 했다. 이어 “외부 환경의 변화에 강한 큐비트 후보를 제안하는 것 또한 우리 연구단의 목표”라고 했다.
“양자상태는 사람의 기분과 같습니다. 가끔 기분이 좋기도 하고, 가끔 기분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 중간에 약간 좋으면서 나쁘기도 한 모호한 감정상태도 있죠.”
앙상블양자비트팀을 이끄는 파비오 도나티 교수의 비유다. 이렇게 좋으면서도 동시에 나쁜 기분 상태는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갖는 양자 중첩과 닮았다. 양자얽힘이란 서로 다른 양자들의 기분이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얽혀있는 두 양자 중 하나의 상태가 결정되면, 나머지 한 양자의 상태도 덩달아 결정된다.
● 까다로운 양자의 기분을 어이하리
큐비트의 ‘기분’을 연구하기 위해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서는 STM에 전자스핀공명(ESR)이란 기능을 더한 최첨단 장비(ESR-STM)를 구축했다. 전자스핀양자비트 팀을 이끄는 박수현 연구위원은 “양자나노과학연구단에서 다루는 양자 상태는 개별 원자나 분자의 스핀 상태”라며 “ESR 실험을 통해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이 IBM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ESR-STM을 개선해 만들었다.
하인리히 연구단장은 “개별 원자와 분자가 표면 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연구하는 데에만 20여 년을 보냈다”며 “그간 원자 하나의 스핀을 세계 최초로 측정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고 이었다.
그는 “이런 실험 방법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정확도로 원자나 분자의 위치를 조작하고 임의의 양자 상태를 만들어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며 “그럼에도 아직 더 알아낼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하인리히 연구단장은 연구단의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의 연구로 한국은 현재 표면에서의 양자나노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획기적인 연구들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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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1월, 양자의 기분을 바꾸는 과학자들
[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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