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의지' 또는 '딸 바보'?…김정은이 '주애'만 데리고 다니는 이유
'후계자' 분석에 정보 당국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게 좋겠다"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지난해 11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발사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은 당시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제목으로 대적 의지를 한껏 부각하면서 한미를 향한 초강경 보복과 공세적 군사적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렸다. 신문에 게재된 사진 속에 그동안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김정은 당 총비서의 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김 총비서의 손을 꼭 잡고 미사일 시험발사장을 둘러본 흰색 패딩 차림의 사진 속 여자아이는 김 총비서와 그의 부인 리설주 사이의 차녀인 '김주애'다.
정보 당국은 김 총비서가 슬하에 2남1녀를 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중 둘째인 김주애는 지난 2013년 북한을 방문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에 의해 한 차례 언급이 됐던 인물이다. 로드먼이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리설주가 그들의 예쁜 어린 딸 얘기만 했고 그 딸의 이름이 '주애'라고 밝히면서다.
예상치 못했던 김주애의 등장은 곧바로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북한 매체는 김주애를 김 총비서가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언급했다가 두 번째 등장 때는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표현해 한껏 표현을 높였다. 여기에 김주애가 꼿꼿한 자세로 군 지휘관들로부터 '충성의 인사'까지 받는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지난 4일 뉴욕타임스(NYT)가 '김정은의 가장 사랑하는 딸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인가?'라는 기사를 내는 등 김주애에 대한 관심은 외신에서도 고조됐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둘째 딸인 김주애를 각별히 아낀다고 한다. 북한의 무역 일꾼 등은 당의 지시를 받아 바깥에서 물품을 구매하는데 유독 1호 쪽에서 '여자 아이를 위한 선물'이 다량으로 요청돼 의아해했다는 전언도 있다고 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 김여정·현송월·최선희를 부각한 이유가 인민들이 당 중앙무대에서 '여성이 활동하는' 모습에 익숙해지게 하면서, 자신의 딸을 위한 자리를 먼저 마련해 두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김여정·현송월 등 활동이 활발한 여성 간부들은 향후 김주애의 '뒷배'가 될 공산이 크다.
김주애의 활동이 빠르게 시작됐고, 그가 유독 김 총비서의 군사 관련 활동에만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근거로 향후 김주애가 '당 중앙'에서 간부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한 어린 나이와 북한의 후계 구도는 지금까지 남성을 대상으로만 진행돼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아직까지는' 김주애를 김 총비서의 후계자로 보기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 또한 후계 구도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최근 김주애의 행보는 "북한의 세습 의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후계자로 판단하지 않는게 좋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지난해 김주애의 첫 등장 때도 국정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미래 세대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분석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후계와 '후대'의 개념을 갈라 볼 필요가 있다"면서 김주애의 등장은 '후대'를 상징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봤다. 그는 김 총비서가 경제나 민생을 챙기는 현지지도나 공연장과 같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장소'가 아니라 미사일 발사장에서 딸을 처음으로 공개한 데는 "북한 주민이나 대외에 '후대를 챙기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고자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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