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남 최악 가뭄, 댐 밑바닥 물까지 쓴다

박상현 기자 2023. 1.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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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댐 저수율 28%, 예년의 절반
바닥 드러난 주암댐 - 지난 2일 전남 순천 주암댐 상류 지역 바닥이 물 밖으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호남 지역에선 지난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가뭄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호남 지역 대표 댐인 주암댐 저수율은 댐 운영 이후 역대 최저인 28.2%까지 떨어져 있다. /김영근 기자

지난 2일 전남 순천 주암댐 상류 저수지. 작년부터 이어진 호남 지역 가뭄으로 저수지 수위(水位)가 점차 내려가 물에 잠겨 있던 흙이 6m가량 드러나 있었다. 주암댐은 총 저수 용량이 7억700만㎥로 호남 최대 규모 다목적댐이다.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전남 고흥·나주·목포·순천 등 시군 11곳의 식수원이다. 하지만 이날 기준 저수량은 총 1억9940만㎥로 저수율이 28.2%에 불과했다. 예년의 55% 수준이다.

정부가 최악의 가뭄으로 올해 생활·공업용수 조달에 비상이 걸린 호남 지역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댐의 ‘비상 용량’ 및 ‘사수(死水) 용량’까지 꺼내 쓰는 안을 준비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물이 부족해 댐의 밑바닥까지 다 긁어 사용한다는 뜻으로, 1965년 우리나라에 첫 댐이 건설된 이래 이 물까지 끌어다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호남 가뭄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날 환경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호남 지역은 평년 대비 강우량이 약 130mm 부족한 상태다. 특히 가뭄 피해가 심한 영산강·섬진강 권역 댐 저수 현황을 보면, 주암댐은 예년 대비 저수량이 56%, 평림댐은 53%, 섬진강댐은 4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 곳 모두 기준 저수량을 기준으로 가뭄 단계가 ‘심각’인 상황이다. 가뭄 회복을 위해선 주암댐·평림댐·섬진강댐에 각각 360mm, 215mm, 260mm의 강우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환경부는 댐의 물을 전부 퍼다 쓰는 ‘최후의 방법’까지 세웠다. 댐의 물은 수위에 따라 ‘활용 용량’과 ‘비활용 용량’으로 나뉘고, 비활용 용량은 다시 ‘비상 용량’과 ‘사수 용량’으로 나뉜다. 비상 용량이란 활용 용량을 제외하고 취수가 가능한 마지노선을 뜻한다. 사수 용량은 말 그대로 침전물 등이 내려앉아 수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죽은 물’이란 뜻이다. 댐을 열어서는 이 물을 쓸 수 없고 펌프를 이용해 퍼내야 한다. 환경부는 주암댐이 1991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하는 등 가뭄이 역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올겨울 대설이 호남과 제주에 집중된 점에 주목해 눈으로 해갈(解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지만, 적설로 현재 가뭄을 극복하려면 눈이 최대 10m 이상 내려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남에는 작년 12월 13일부터 24일까지 최대 71.4cm의 많은 눈이 내렸다. 하지만 물방울이 얼어 눈이 되면 부피가 5~30배가량 부풀기 때문에, 많은 눈이 내려도 실제 물로 변환하면 절대량은 많지 않다. 임윤진 기상청 재해기상대응팀장은 “수분을 많이 머금은 뾰족한 바늘 모양 눈은 적설량의 5분의 1 정도를 강수량으로 볼 수 있지만, 입자가 크고 눈 사이사이 공간을 크게 잡아먹는 ‘눈꽃송이’ 모양의 눈은 옥수수가 팝콘이 되듯 눈송이가 커져 강수량은 적설량의 30분의 1이 안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호남 지역에 필요한 강수량이 최대 360mm에 달하기 때문에, 눈이 내린다면 1m80cm~10m80cm가 내려야 가뭄 해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호남의 가뭄이 극심한 것은 여름철 수증기의 통로이자 태풍의 길목이 되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이 지역을 절묘하게 피해 갔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이 비의 전선에 놓인 중부지방에선 108년 만에 최대 강수량이 기록됐고, 여름 후반부엔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며 그 가장자리가 영남 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태풍 ‘힌남노’가 포항 등지에 큰 피해를 안겼다. 공교롭게 여름 내내 호남 지역만 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환경부는 우선 섬진강댐 물로 공급하던 각종 용수를 상대적으로 저수량이 많은 부안댐 물로 대체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섬진강댐·부안댐 광역상수도 연결관로를 통해 오는 3월부터 생활·공업용수를 대체 공급하는 한편, 농업용수는 부안댐 인근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인 청호제에 부안댐 여유량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담당자는 “봄철에 많은 비가 뿌려지지 않는 한 최악의 물 부족 사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추가적인 대책도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수(死水) 용량

댐의 총 저수량 중 이용할 수 있는 ‘유효 저수량’을 뺀 용량. 침전물 등으로 수질이 좋지 않고, 댐 방류구 아래에 있어 펌프로 퍼 올리지 않으면 쓸 수 없다.

/박상현 기자, 순천=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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