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화 우려 교육특구, 교육 정치화 러닝메이트제…교육개혁안 ‘후폭풍’
교육특구 '귀족학교'로 "공교육 부실화"
러닝메이트제, 지방 행정에 "교육 종속화"
교사양성 교육전문대학원도 파장 예상
교육부가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전방위적' 교육 개혁 구상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의 통제를 줄이고 교육 현장과 지방에 자율성을 부여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이지만, 교육 격차 심화, 정치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 법령 제·개정이 필요한 정책이라 야당의 협조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다.
교육자유특구, 학교 서열화 우려
학교 설립, 운영 등의 규제가 완화되는 교육자유특구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에 특구 지정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률 제정에 나설 방침이다. 광역 지자체보다는 기초 지자체 단위로 특구를 지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지역의 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려 지역에 기업과 인재가 돌아오는 효과를 기대한 정책이다. 또한 교육부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교육특구와 별개로 예산 지원과 학교 운영 자율권을 동시에 부여받는 미국 차터스쿨(charter school)식의 국립고를 양성해 공교육을 혁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힌 구상에 따르면 교육 특구 내의 학교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처럼 선발권을 갖고, 교육과정 운영에도 특례를 받는다. 인수위는 또 학교의 설립·운영 주체를 지자체와 교육청 외에 학부모조합, 기업, 연구소 등으로 넓힐 계획도 밝혔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재정 여건도 앞서고 성적이 뛰어난 학생도 많은 이른바 '귀족학교'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기존 일반고는 더 소외될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러한 특혜를 받는 학생과 받지 못 하는 학생 간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우리나라의 공교육 시스템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보편교육인 유·초·중등교육과 선택교육인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방법은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 방향과 달리 초·중등 교육은 모든 학생의 학력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자사고 제도를 도입했는데,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몰락의 부작용만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 정부의 자사고·외고 존치 방침에 주요 10개 자사고의 입학 경쟁률은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벌써 부산, 세종 등 지자체가 교육자유특구를 유치하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교육 독립성 훼손' 우려
교육부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동시에 선출하는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추진도 공식화했다. 정당이 공천하지 않은 교육감 후보를 시도지사와 따로 뽑는 현행 직선제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대학의 행정 권한을 이양할 경우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협력이 중요해지는데다 양 측의 정파가 달랐을 때 발생하는 '행정 비효율'을 없애는 데 러닝메이트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의 고비용 문제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었다.
그러나 유·초·중등 교육 행정이 지방정부의 사무로 흡수될 경우 교육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의된 법안이 시도지사가 러닝메이트를 지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에서 교육감 후보들의 정파가 '은연중에' 나뉘었다면, 러닝메이트제에선 교육감이 되기 위해 정당에 노골적으로 줄을 서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러닝메이트제는 사실상 정당에 교육감 공천권을 주는 것"이라며 "교육의 정치 중립 훼손이자 교육자치의 심각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교육전문대학원...시간·비용증가, 통폐합 우려도
법학전문대학원과 비슷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을 설립해 역량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은 교대·사범대 졸업 후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가 되는 기존 교원 양성 체계를 허무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는 사범대와 교대를 졸업하면 2급 정교사 자격을 받는데, 교전원을 졸업하면 전문석사 혹은 전문박사학위와 정교사 1급 자격을 받는다. 교전원은 학사(4년)와 석사(2년) 과정을 포함한 6년제 교육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졸업자는 임용고시와는 다른 채용 절차를 거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교사 양성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길어지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임용고시 여부에 따라 사범대·교대 졸업자와의 차별 문제 등이 지적될 수 있다. 또 교전원 설립 과정에서 교대와 사범대를 통폐합하거나, 임용하는 교사의 수를 더 감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교육과 현장 경험이 있어야 교사의 자질이 길러지는데, 대학원까지 공부만 시킨다고 질이 높아지겠나"라며 "교대와 사범대를 없애고 교사 수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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