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정체성은 상업주의 대국”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 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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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석학 인터뷰] [3·끝] 日·中 외교안보 전문가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플리커

“중·미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반도 긴장 국면의 근본적인 완화는 어려울 것이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지난달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미가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은 이러한 구도를 이용해 더 강도 높은 대항(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싶어하지만 중국이 밀어내는 중”이라며 “북한이 최근 빈번하게 미사일을 발사하자 중국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중국에 초청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친북이 아니고, 북한은 중국에 짐”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대중·대러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그는 “중국은 북·중·러 구도를 원치 않지만, 북한은 이 구도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이미 이런 강대국 간 대치 상황을 활용해 빈번한 도발을 일삼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1950년대의 ‘북방 삼각 대결(북·중·소)’과 ‘남방 삼각 대결(한·미·일)’ 구도 회귀가 최고의 시나리오”라며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져 우방의 무기와 자금 지원을 대규모로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든, 트럼프 없는 트럼프주의”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을 “트럼프 없는 트럼프주의”라고 비판한 그는 “오늘날 중·미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 이후 50년 이래 최악”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를 기점으로 방비(防備)에서 탄압으로 전환했다”고도 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동급에 가까워지는 경쟁자(near-peer competitor)’로 규정했지만, 실상은 미국의 우위가 훨씬 크고 중국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美, 中손보기 위해 모든 수단 다해”

주 원장은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지키고자 하는 국익으로 ‘경제 발전’을 꼽았다. 그는 “중국의 정체성은 상업주의 대국”이라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경제가 후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대국 굴기(崛起)의 역사적 진척 과정에 있다”며 “미국은 중국을 함락시키려 하고, 중국은 전쟁이나 충돌을 피하려 한다. 중국은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외부의 시각과는 달리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대만과 무력 충돌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탓에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대만 문제의 핵심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50%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3일 미국에서 대만에 무기 구매 비용을 융자 형식으로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며 “이 법안은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은 사례이고, 미국의 대만 정책에 실질적 변화가 일어났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했다. 주 원장은 “미국이 중국이란 경쟁 상대를 손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대중 정책이 단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다. 2023년에도 미·중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에서 중국에 대한 믿음이 없고 미국 편에 섰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다만 윤석열 정부가 중·미 사이에서 필요한 균형을 맞추느라 모순적인 내용들도 담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과거 대만 문제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미국 논조와 똑같은 문구들을 사용한 부분이 특히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은 한중 관계에 대해 “달라진 경제 협력 관계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중국은 작고 말랐지만 지금은 덩치가 커졌고, 한중 간 경제 관계도 경쟁 관계로 변모했다”며 “베이징대 부교수 재직 시절 한국에 가서 먹은 된장찌개 한 그릇 가격이 베이징에서 내 일주일치 식대와 맞먹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주펑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중국의 대표적인 미·중 관계 전문가이다. 베이징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미·중 관계와 아시아 안보를 연구하며 다양한 세미나에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 난징대 남중국해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국제관계이론과 동아시아안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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