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에 유효한 억지력은 미국뿐”
다나카 히토시 전략硏 특별고문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특별고문은 “북한·중국에 대해 유효한 억지력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미국이라는 존재”라며 “미국이 일본의 안보 정책 전환을 환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일 안보정책을 일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나카 고문은 지난달 기자와 만나 “대만에서 유사(有事) 사태가 발생하면 미군은 일본의 기지를 사용해 대만에 군대를 보낼 것인데 일본이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옵션은 없다”며 “결과적으로 중국과 전면적인 전쟁이 될 수 있는데, 중국도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자위대에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부여한 데 대해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두고,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일본이나 한국이 독자적인 안보 억지력을 갖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은 유사시 일본이 반격 능력을 보유했다고 해서 미사일 발사를 주저할 나라가 아니며, 일본 열도에 도달하는 2000발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중국에도 반격 능력이 직접적인 억지력이 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반격 능력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명백한 위험 임박 시 자위대가 미사일 등으로 적국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개념이다. 그는 “반격 능력은 경우에 따라서는 ‘선제공격’이 될 위험성이 있다”며 “적국의 공격 착수를 어떻게 특정할지는 어려운 문제며, 높은 정보 능력이 없다면 거의 무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의 종합적인 국력을 강하게 만드는 데는 교육이나 과학기술도 방위 못지않게 중요성을 갖는데, 현재 일본의 좋지 않은 재정 상황에서 방위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도 했다.
“中, 가장 큰 좌표축은 미·중 대립”
그는 새해 국제 정세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경제적인 상호 의존 관계 형성은 평화를 유지한다는 의미였지만, 이젠 서로 의존적이어도 (적대적) ‘경제 제재’를 부과하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했다. 예컨대 ‘맥도널드가 진출한 나라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와 같은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구심력이 생겨나지 않는 한, 앞으로의 세계는 ‘문제가 많은 세계’가 될 것”이라며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과 같은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 하고, 미국은 이런 꿈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25년간 세계가 분단될지 모른다”고 했다.
“中영향력 과소평가해선 안돼”
“중국은 러시아와 다르다.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중동·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지에서 적극적인 외교를 펴왔다.” 다나카 고문은 “예컨대 중국을 최대 시장으로 둔 아시아 국가들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 하나의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미국 지지가 좀처럼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체제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하는, 매우 자주 사용하던 수법을 쓸 것이다. 그것은 역시 대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은 경제성장에 있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 일부에는 대만 통일 의식이 강한 군인들이 존재하고 시진핑 주석만 그들을 억제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돼 2%대까지 떨어지면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위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중국에 가장 큰 좌표축은 미·중 대립”이라며 “현재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 중국이 미국에 협력할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한 지원은 미·중 갈등에서 또 하나의 부채를 떠안는 것이므로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당분간 중국이 한반도에서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나카 히토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는 2002년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주목받았다. ‘미스터 X’로 알려진 북한 측 인사와의 비밀 교섭 끝에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이끌어내 ‘일본 외교의 전설’로 불린다. 외무심의관으로 퇴직 후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보이지 않는 전쟁’ ‘일본 외교의 도전’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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